발닦개 언니 폰트 봐줘서 땡큐!
2022.01.27.목/ 썰 by 스티븐킹발닦개
(무료상담) 썰을 주면 단편 소설로 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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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포비아입니다.”
의사가 무미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네? 서진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귀여운 거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서 귀여운 것에 너무 노출되면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는 거예요. 희귀병이라 산정 특례 받을 수 있는데 해드릴까요?”
서진은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예, 예, 거렸다. 밖에 나가서 기다렸다가 처방전을 받아 가라는 말에 진료실을 나섰다. 두 달 전부터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부풀어 오르고 심한 가려움증이 느껴졌다. 심하면 목이 붓기도 했다.
동네 피부과에서는 도무지 원인을 알아낼 수 없어서 대학 병원에 의뢰서를 써주었다. 진료를 예약하고 기다리는 동안 온몸에 발진이 생겨서 정연이 걱정을 많이 했었다.
‘아, 정연 형한테 말해줘야지.’
서진은 정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형, 진료 결과 나왔어
-나: 귀여움 포비아래
-나: 희귀병이라는데?
확인했다는 표시가 금방 뜨더니 정연에게 답장이 왔다.
-상대: 그게 뭐야?
-나: 귀여운 거 보면 알러지 돋는대
-상대: 그게 뭐야…….
-나: 그러게 아무튼 좀 이따 봐
-상대: 응
서진은 팔을 긁적이며 버스에 올랐다. 금요일 이른 저녁에는 사람이 많았다.
“형! 여기.”
정연을 발견한 서진이 손을 위로 들고 흔들었다. 정연이 손을 마주 들어 보였다. 정연은 농구선수를 해도 될 정도로 키가 커서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왔다. 서진은 팔뚝을 긁으면서 생각했다.
‘아…… 오늘도 커다랗고 귀엽다.’
정연은 유도부에서 연습하다가 막 샤워하고 왔는지 머리칼이 젖어있었다.
‘젖은 머리칼도 귀여워.’
서진이 헤실헤실 웃으면서 정연의 손을 잡았다. 정연이 서진을 이끌고 성곽길 입구로 향했다. 정연도 이전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지도를 보면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길치인 서진은 정연의 뒤를 쫓으며 새삼 그의 넓게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엉덩이를 감상했다.
‘티셔츠가 어깨에 끼는군. 귀엽다.’
서진은 자유로운 한 손으로 목을 긁었다. 매일 봐도 정연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성곽길은 의외로 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성벽을 따라서 벤치도 있어서 걷다가 쉬기도 했다. 걷는 동안 어스름한 저녁이 되자 성벽에 조명이 켜졌다.
“분위기 진짜 좋다.”
“응.”
대부분의 말에 단답으로 대답했지만 서진은 익숙한 듯 정연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넸다. 정연은 조잘거리는 서진을 감상하며 짧게 대답했다.
‘무뚝뚝한 것도 귀여워.’
내려다보이는 서울 야경을 보던 서진이 볼을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보던 정연이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자꾸 간지러워?”
“응. 귀여운 걸 너무 많이 봤나 봐.”
“오는 길에 뭐가 있었나?”
정연은 자신이 그 귀여운 거라는 것을 전혀 짐작하지도 못하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서진은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그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콜록, 콜록.”
“추워?”
“아니…….”
갑자기 서진이 숨을 헐떡이자 정연은 덜컥 무서워졌다.
“괜찮아, 서진아?”
“괜찮,”
괴로운 듯 셔츠를 움켜쥐던 서진이 쓰러졌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정연이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과민성 쇼크입니다.”
응급실 의사가 말했다. 정연은 누워있는 서진을 한 번 보고 다시 의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귀여움 포비아 있다고 하셨죠? 귀여운 걸 치사량까지 보셨나 보네요. 당분간은 귀여운 거 보는 건 최대한 피하세요.”
알겠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정연은 서진이 느끼는 귀여움의 기준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서진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하기 전 의사는 귀여운 것에 점점 노출되면서 천천히 역치를 높여가는 것 외에는 아직 치료책이 없다고 했다.
정연은 병원 근처 죽집으로 서진을 데리고 갔다. 전복죽을 시키고 서진에게 물었다.
“어제 뭘 본 거야?”
“음…….”
서진은 난감했다. 정연을 볼 때마다 속으로 귀엽다고 물고 빨기는 했지만 말로 하려니 부끄러웠다.
“잘못하면 죽는다잖아. 어제도 정말 위험했고…….”
정연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네가 죽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거구의 사내가 양손을 모으고 얼굴을 묻었다. 서진은 또다시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털어놓기로 했다.
“형이 너무 귀여워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뭐?”
정연이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아, 망했다.’
간신히 가라앉아서 퇴원했는데 서진이 팔다리를 다시 긁기 시작하자 정연은 어쩔 줄 몰랐다.
결국 둘은 두드러기가 나아질 때까지 당분간 보지 않기로 했다.
‘못 보니까 더 보고 싶어.’
서진이 창밖에 뜬 달을 보며 청승을 떨었다.
‘전화 통화하면 직접 보는 것보다 조금 덜 귀엽지 않을까?’
서진이 정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여보세요, 하는 음성이 들렸다.
“형, 보고 싶다.”
[……나도.]
헉, 지금 ‘나도’라고 한 거야? 서진은 좋아 죽으려고 하면서 애꿎은 베개를 퍽퍽 때렸다. 정연은 서진이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할까 봐 말을 고르고 골랐지만 소용없었다.
[뭐 하고 있었어?]
“형 생각. 형은?”
[……나도 너 생각.]
서진은 발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다리를 긁으면서 정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전화는 괜찮은 거 맞지?]
“아마도?”
정연이 군것질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귀여워서 미치겠다. 서진이 정연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면서 침대 위를 뒹굴거렸다.
정연과 다시 만난 건 열흘이나 지난 뒤였다. 처음에는 10분 만나고 헤어지고 그다음에는 20분 만나고 헤어지면서 서서히 역치를 높여갔다.
“형, 우리 썸탈 때 생각난다.”
“그러게.”
그때도 서로에게 이렇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갔었는데. 향수에 잠기며 서진이 정연을 끌어안았다. 너무 귀엽고 소중해서 목숨마저 위협하는 연인. 서진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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