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광화문 금융녀 브이로그

(퇴사한 사람임. 자세한 사연은 작가 다른글 클릭) 

 

5:30-6:30 AM

 

5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아 씨발 아프다고 할까.

 

두통은 너무 약하고.. 장염 걸렸다고 할까.. 나 사실 아픈거 아닐까..

에휴 빠져봤자 뭐하냐 어차피 그래봤자 내일 두 배로 바빠질텐데...


찌뿌린 미간으로 감고있던 눈을 억지로 뜨고 3분 간격으로 설정해놓은 알람을 끈다.

 

화장실 시계를 보니 6시 15분이다. 5분 빠른거니 6:10.


늦었다. 머리 감지 말까 잠깐 고민하다 감기로 한다. 10분 안으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다. 샴푸랑 트리트먼트 그냥 대충 묻혔다 헹구는 수준..

 

머리를 다 말리고 출근을 한적은 없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긴 미역 .. 추잡스럽지만 게으른 나는 어쩔수 없지...

 

어느 날은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안친한 같은 회사 아재가 내 젖은 머리를 보더니 전혀 무맥락으로 "딸 머리 말려보니까 진짜 오래 걸리더라구요^^*" 라고 했다. 

 

맞아요 오호홍 >.< 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 뭔가싶다 저년은 왜이렇게 추잡스럽게 하고 다니나 했는데 이제는 이해한다 뭐 이런 뜻인가?  

 

모닝 미팅이 7시 25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6시 30분에는 나가야 한다.

 

1분안에 옷을 후다닥 입는다. 

 

유니클로 와이어리스 브라에 팬티, 유니클로 바지에 유니클로 링클프리 셔츠. 

 

와이어 부라는 안입은지 오래다. 입고 간 어느 날 숨막혀서 점심시간에 유니클로 가서 와이어리스 사입었다. 

 

유니클로 스판끼있는 바지 못잃어. 아빠다리 해야되니까. 

 

지난주에도 정장 원피스를 두 벌 샀지만

 

오늘처럼 야근해야 하는 날에는 편한게 최고다.

 

근데 야근 안하는 날이 별로 없어서 시즌별로 있는 원피스 한번씩 입어보려면 눈치껏 착장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래도 코트는 백화점 부랜드다... 나같은 고소득 금융업계 화이트칼라가 ...ㅎ 외투까지 유니클로는 좀 그렇잖아? ㅋ 

 

근데 세일해서 35만원에 산 내 모조에스핀 코트어디 뒀지?

 

아... 어제 코트 갈아입기조차 피곤해서 그냥 후리스 입고 퇴근했구나.

 

보푸라기가 올라온 유니클로 후리스를 입고 

 

에코백에 운동복을 쑤셔넣는다. 

 

샤넬백도 에코백에 쑤셔넣는다. 

 

내 유일한 샤넬백. 존만한 핑크 코스메틱 박스.

 

6개월 할부가 아직 안끝났다. ㅅㅂ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고 실제로 아무것도 넣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액서사리로 매고다니는 내 자존심이다.

 

(원래는 저소득 금융인이었지만 이젠) 나도 고소득 금융인이다아...!!!!! 하는 외침이랄까. 

 

월급 170만원으로 시작한 나에게 명품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존재였는데

 

한 달 월급이 샤넬을 사고도 남을 정도로 오른 후 꼭 샤넬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기서 쭉 승진해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으니 '성공'한거고, 샤넬이 내겐 성공의 상징이었다.

 

매일 샤넬 공홈에서 맘에 드는 가방 있나 뒤지다가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어느 날 저녁시간에 회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명동 롯데에 가서 거기 있는 것 중에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젖은머리, 어둡고 누리끼리한 얼굴에 다 구겨진 에코백, 속옷부터 외투까지 인간 유니클로. 

 

상관없다. *샤넬*을 맨 난 누구보다 세에련된 광화문 고소득 직장인이다. 

 

올해 내로 애널리스트 달고, 곧 연봉 3억을 찍으면 그땐 에르메스를 살거다. 

 

(는 퇴사하게 됩니다.. 이 중생아 ) 

 



 

 

파랑색과 핑크색이 섞인 맥스97를 신고 문을 살짝 닫는다. 가족들은 아직 한창 자고 있다. 

 

회사 규정은 원래 구두만 되고 나도 구두 너무 좋아하지만 발등뼈가 한번 골절된 이후로는 잠깐이라도 구두를 못신겠다. 

 

HR이 나한테 뭐라 하면 회사 회식때 골절됐던 건데 어쩔거냐고 할거다. 

 

예전에 이쁜여자직원들이 복장불량으로 HR한테 쿠사리 먹었다고 불평했었는데 난 한번도 지적받은 적이 없다.

 

뭐냐..? 묘하게 기분나빠...??? 

 

 

 

문앞의 신문을 집어들고 엘레베이터에 탄다. 

 

거울을 보니 새치 존나 많아...

 

3년차에 새치가 갑자기 눈에 띄게 생겼다. 

 

쓸데없이 머리색이 새까만 편이라 더 눈에 띈다.

 

뽑고 싶은데... 지난번에도 뽑아서 다시 나는 흰색 새치만 짧게 위로 솟은거라.. 더 눈에 띄는구나.

 

참고 길렀다가 어제 주문한 흑채가 오면 그걸 바르기로 한다. 

 

최근들어 눈알 부분부분이 노란색을 띈다. 병원 가봐야 하는건가. 

 

눈 밑엔 주름이 생긴 것 같고.. 원래도 있던 목주름은 더 선명해졌다.

 

요즘 날씨가 건조해서 일시적인 거겠지 위로해본다. 

 

6시 반. 이른 시간인지라 택시가 많다. 집을 나오면서 잡은 카카오택시가 오기 전에 내 앞에 다른 택시가 선다. 

 

또박또박 "시청역 X번 출구요, XX대교로 해서 XX 지나서 가주세요" 라고 말한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은 오래되고 큰 건물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아재들이 꽤 되기 때문에 아싸리 목적지를 시청역으로 말해버리고 도착하면 직진 우회전을 말씀드린다.  

 

내비 따라 이상하게 돌아갈까봐 원하는 경로까지 싹다 말해벌여 

 

그럼 이제 기사님이랑 말 안해도 된다. 

 

한번은 시청역을 뚝섬으로 잘못 들으신 기사분이 계셨다.

 

시청을 뚝섬으로..? 진짜 거짓말인줄 알텐데... 내가 진짜 헷가닥해서 뚝섬이라고 말했던지 아님 그 기사님이 다른생각 하셨던지 둘 중 하나임. 

 

잠깐 눈 감았다 떴더니 반포였던 그런 기억.. 

 

 



 

 

- 다음에 계속 -

 

(2022.2.9에 씀) 

작품 등록일 : 2022-02-09

▶ 외국계 증권사 세련된 금융녀 브이로그 2탄

▶ 빨개요

존잼 ㅎ 계속 써줘
ye*****   
너무 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
Asher...   
제발다음편
  
재밌어
로즈   
글잼나게보고 가
여신의 광...   
너무 재밌어요 언니!!!
냥냥   
ㅋㅋㅋㅋㅋㅋ사진까지 ㅋㅋㅋㅋ기엽
ku키   
재밌어요! ㅋㅋㅋ
노릇노릇   
2편 앙망해요
문단속   
더더써줘 존잼
무슨 아침얘기만 햇는데도 이렇게 스릴넘치고 다사다산하냐
열정맨   
재밌다ㅋㅋㅋㅋㅋ 글이 귀여워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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