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세련된 금융녀 브이로그 2탄

 6:30-7:45 AM

 

택시에서 인턴이 보내놓은 모닝미팅 자료 내용을 확인하는 걸로 업무가 시작된다. 

 

아오. 또 우리 리포트 빼먹어 놨네.

 

인턴에게 전화를 건다. 

 

"뫄뫄씨, 어제 새벽 2시 9분에 퍼블리쉬 된 A사 리포트 빠져있어요."

 

"네 과장님. 퍼블리쉬 된거 맞나요? 저는 못받았는데요." (당당)

 

니가 못받았으면 퍼블리쉬가 안된거니. 퍼블리쉬 안됐으면 난 이미 보스한테 뒤져서 이자리에

없겠지. 니가 설정을 잘못했으니까 그렇겠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꾹참고) XXX 들어가서 확인하시고 수정해서 다시 보내주세요. 

그리고 새벽에 나온 미국 XX사 실적 발표 자료에서 중국 부분 하이라이트 한거 아직 안보내주셨네요? 모닝미팅 전에 주셔야 해요."

 

핸드폰으로 보스에게 보낼 섹터 뉴스를 정리한다. 

 

제목에 날짜를 쓰면서 벌써 올해도 다 가는구나 느끼고

32개의 즐겨찾기를 클릭해서 주요 뉴스를 복붙한다. 

 

 



 

키워드 저장해놓으면 큐레이션 해주는 뉴스앱들도 사용해 봤지만 뉴스 다 놓치게 하는 쓰레기였다. 메뉴얼리 하나씩 하는게 제일 나음.

 

예전에는 이것도 참 오래걸렸는데 이미 RA 고인물인 나에겐 15분컷이다. 

 

새벽에 나온 미국 경쟁사 실적과 뉴스 중 중요한 사항은 보스에게 카톡으로 보내거나 전화로 알려준다.

 

그럼 이제 회사 도착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눈을 감을 수 있다.

 

대교를 건너면서 뉴스를 다 보냈고 이제 홍대를 지난다. 

 

라이즈 호텔 앞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있다. 팔자 좋다 나도 놀고싶네.. 

 

눈 감았다 떴더니 벌써 시청이다. 

 

우리 회사 건물 도착했을 때 10분 이상이 남을 것 같으면 사이렌 오더로 오늘의 커피 벤티사이즈를 주문한다. 

 

필터커피가 건강에 더 낫댔어.. 많이 마실거니까 필터커피로.

 

회사에도 겁나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고 필터 커피머신까지 있지만 그냥 돈쓰는걸로 조금이나마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7시 15분에 스타벅스에 가면 항상 편한 복장으로 느긋하세 책을 읽는 30대(추정) 남자가 있다. 

 

백수인가? 여유가 부러움과 동시에 난 열심히 살고있다는 자기 위로를 한다. 우월감마저 느낀다. 

 

머리는 물 떨어지는 미역 거지꼴을 하고...

커피를 들고 회사 건물로 들어간다.

 

회사 도착도 전에 이미 택시비 2만원 + 커피 5천원 소비 

 

연봉 오를거니깐 이정도 소비는 괜찮다. 그 전에 번아웃이 오는 걸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절히 소비를 해줘야 한다. 

 

우리 회사 로비에는 좋은 냄새가 난다. 클래식도 틀어준다.

 

지각해서 뛰는 날이 아니면 로비에 들어설 때 기분이 짱좋다. 

 

내가 막 엄청 똑똑하고 중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다.

 

솔직히 대부분 출근일엔 로비 진입에 기분 좋은 정도가 피크를 치고 그 후로부터 하향곡선이다...

 

로비 도어맨이 택시 문도 열어준다.

 

이거 처음 경험했을때 좀 놀랐었다 호텔도 아니고 무슨 일개 이 건물 소속회사 직장인 택시 문까지 열어주나. 

 

도어맨 자체가 굳이 필요없지 않나... 이게 다 렌트에 포함되어 있겠지.

 

우린 일찍 출근하니까 잘 못보지만 9시에는 엘레베이터걸도 있다. 

 

엘레베이터 눌러주고 우리 엘레베이터 타서 올라갈 때 그 언니는 1층에서 고개숙여 배꼽인사함; 

 

그리고 엘레베이터 같이 타서는 층수 눌러주고 열림닫힘 눌러준다.

 

생각해보니 얼척없네... 서빙도 로봇이 하는 시대에 엘레베이터걸이 웬말. 

 

아무튼 커피향과 로비 향기를 맡으며 아직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은 조용한 로비를 걸어 들어가면.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난 앞으로 다 잘될것 같고 막 그렇다.

 

모닝미팅은 7시 26분과 27분 사이 그 언제쯤 시작한다. 

 

홍콩 베이스 애널들은 다이얼인하고, 서울 베이스 리서치, 세일즈, 트레이더들은 회의실에 모인다. 

 

뉴스 중 중요한 내용이 있거나 보스가 전날 쓴 리포트 코멘트를 나에게 맡기면 나도 모닝미팅에서 짧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길게 얘기하면 중간에 짜를수도 있다. 무조건 두괄식으로 간략하게. 

 

외국계라.. 모든 내용은 다 영어로.. 해야한다. 무엇보다 참석자 중에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난 중궈에나 몇 년 살아본 토종으로 영어를 잘 못해서 내가 뭔가 코멘트 할게 있으면 한시간 일찍 6시 반에 출근해서 연습을 했었다.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오는 실력이 아니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쓰고 100번 읽어서 외운다.

 

"X company reported march mthly sales yday. A dept sssg improved from 1% in jan feb to 3% in march and B sssg also improved from 2% to 4%.... online results is not avlble as xxxx .. we think X company will continue to face challenges this year with increased competition. "

 

세일즈와 트레이더들이 질문을 한다.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다.

 

앵간한 자료는 프린트해서 바리바리 싸가지만 꼭 지금 없는 숫자를 물어볼 때가 있다. 

 

괜찮다. I'll get back to you on this 만 기억하면 된다. 좀따 알려드릴게요.. 

 

세일즈 상무님이 오늘 새벽에 나온 뉴스 관련해서 갑자기 질문을 한다. 

 

나: 어어.. This is.. not.. 어버버.. 

 

Do you mean xxx so xxxxx? 

 

예쓰... (아 씨발 나 영어 존나못하네 시발 흑흑) 

 

Okay, thanks. 

 

모닝미팅이 끝나고 커피를 뽑으러 가는 상무님을 붙잡고 한국어로 얘기를 한다. 상무님 그 규제가 A회사에는 해당이 안되는 얘기인게, 저희 비지니스 모델은 xx거든요 .. 블라블라 

 

머릿속에서 처음 만드는 문장도 영어로 빨리빨리 만들려면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할까. 아이토키 수업이나 더 예약해야겠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내가 코멘트 할 때는 나중에 들어보려고 녹음을 한다.

 

녹음 들으면서 핸드폰 뿌시고싶음 존나 뚝딱거려..

 

잠깐 모닝미팅 자료를 배포하고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의 내 세면도구 칸에는 칫솔뿐만 아니라 로션이랑 선크림도 있다. 

 

집에서는 그냥 물만 묻히고 튀어나와서 회사에서 로션+썬크림을 바르게 된 지 오래다. 

 

택시타고 오는 길에 햇빛을 쬐서 이미 피부노화가 진행됐을까?

 

정말 늦게 일어난 날 가끔 아주 가끔은 이빨도 안닦고 나온다.... 

 

그런날에 모닝미팅에서 질문들어오면 최대한 입김 안나가게 말하려고 노력함..

작품 등록일 : 2022-02-12

▶ 칭다오에서 제일 좋은 백화점

▶ 세련된 광화문 금융녀 브이로그

잼잼
모찌   
미국에서 일하는 외노자로서 공감이 됩니당,, 영어넘힘드러 ㅠㅠㅠ
Juliaaaaa   
❤️
밍밍   
와 개멋져..
na*********   
언니 재밋다 남은 하루 브이로그 더 써줘요!!
낙관주의자   
언니 뭔가 미드 주인공같아 존멋이당ㅋㅋ글 더 써줘요ㅋㅋㅋㅋ
Laura   
이런거 더 써주십씨오!!!!!!
밍밍   
머시써요
호랑이   
재밌당~~!
초장   
외국 소설같아 재밌어!!
pipp   
너무 재밌게 읽었어
내가 뭐라도 되는 기분 뭔지 너무 잘 알것같음 ㅋㅋㅋ
plus   
인생 존나 쉽지않네
신지로   
존나 잼따
일분일초를 허투로 안쓰는 직장인
존나 치열해!!

우리동네 증권사댕기는 언니 7시에 종종 걸음으로 출근하던거 생각나
두루미   
훙미진진 ㅎㅎ
노릇노릇   
너머 재미있습니다... 남의 고생담(?)인데 왜이렇게... 재미있고... 읽으면서 즐거운지.....
냥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개 리얼하다… ㅠ 나도 이쪽으로 일할생각인데 왤케 앞날이 캄캄하지^^…
열정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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