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봉쇄일기 2 - 봉쇄 1일차: 중국에 살려면 말 잘 들어야 해

- 봉쇄 1일차 (월)

 

늦게 일어나서 12시 넘어 깨있는데 문자를 하나 받았다. 

감염자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수 있으니 회사 등 본인의 소속 기관에 알리라고.. 

 

쉬발 이거 뭐냐 .. ;;;;; 

 

일단 이거 피싱인가 하고 검색해 봤더니 

피싱은 아니고 그냥 같은 공간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주고 후속 통보가 없으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떴다. 

오.. 이거 핑계로 요즘 코로나때문에 돌아다니기 위험한 것 같다고 언니한테 운전면허 시험 좀 나중에 보자고 해야겠군.

공부가 덜 됐는데 ㅋㅋ 개이득 

 

그래도 일단 혹시나 격리를 시킬까봐 

아까 들어올 때 무인택배함에서 깜빡하고 안가져온 택배를 가지러 나갔다.

왠만하면 잘 안돌아다니는데. 무섭지만 나갔음..

이 무인택배함은 12시간 내로 택배를 찾아가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 

봉쇄일 경우에도 벌금을 매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택배 가져오길 잘했다... 

 

 



요즘 출근 전에 런데이를 열심히 뛰고 있어서 일찍 일어나졌다. 

 

6시에 일어나서 일단 우리 회사 단톡에 나 직간접 접촉했을수도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출근해도 되는거 맞냐고 보내고 

잠깐 더 잘려고 누워있는데  

6시 반에 아파트 그룹챗에 오늘부터 봉쇄라는 공지가 뜬거다. 

?? 이렇게 갑자기..?? 뭐냐??  

몇시부터 안된다는 거지?





아이씨 노트북 회사에 있는데. 

그러면 이따 입구에서 물건은 받아도 됩니까.. 제 컴퓨터가 회사에 있어서요. 

 

다른 주민들도 난리가 났다.

 

이거 정식으로 통보 받고 봉쇄하는 것 맞냐.

나 가게에 정리도 안해놓고 왔는데 이렇게 봉쇄하면 그 물건들 다 상하면 어쩔꺼냐 (과일가게 같은 것 하는 사람인듯)

가게 솥에 고깃국 계속 우리고 있는데 가게 못가서 불 못끄면 불 나라는 거냐.

집에 먹을 것 없는데 식재료는 어떻게 사라는거냐.




사장한테 전화를 했더니 그쪽 아파트 단지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남일처럼 웃었는데.

8시 쯤에 그 동네도 봉쇄 통지가 내려왔다. 

 

좀 더 멀리 사는 회계언니는 별 말이 없어서 출근을 한다고 했다.

언니에게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 우리 회사 건물도 봉쇄를 한다는 거였다. 

언니는 회사 앞까지 다 왔는데 봉쇄라고 해서 내 노트북도 못 꺼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그래도 좀 빡빡 우겼으면 노트북 정도는 꺼내게 해줬을 것 같은데....

아닌가....  쩝 

 

언니네 아파트도 좀 더 늦은 시간에 봉쇄 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사장이 '봉쇄될 수 있다고 식료품은 쟁여놓고 우째 노트북은 회사에 두고 다녔냐, 생각이 짧다'고 쿠사리를 맥였다.

노트북 개크단 말이지. 스크린 제일 큰 엘지 그램. 이고지고 다니는 것 무리데쓰요..

작은 노트북 사주세효..

 

5일 내로 칭다오 청양구의 코로나 상황을 진정시키겠다는 공문이 떴다.

결국 최소 5일동안은 락다운이 지속될 것 같다. 

아니 봉쇄를 이렇게 갑자기 하나?

이런법이 어딨냐아아아아~~~!!!! 

 

사장님은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중국에서 사업하고 싶으면 정부 말을 잘 들으라는 얘기를 반복해서 해왔다.

밉보이면 끌려가는 건 한순간이라고.. 

이번에도 코로나 봉쇄에 저항하다 끌려간 젊은 애들이 있다고 겁을 줬다.

 

쫄보라 어차피 말 잘들음.

 

 



 

다시 한번 사장 겸 부친과 따로 살기로 한 결정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사장이 1년중 거의 반 넘게 한국에 있기 때문에 같이 살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같이 격리했으면 최소 1회 싸우고 2일 냉전이었을 것...

 

며칠 전 컬리플라워 볶음밥을 잔뜩 해놓고 집밥을 먹기를 결심했었는데 요 며칠간 너무 귀찮아서 계속 외식을 했었다.

주말에도 윙 구워먹으려고 자연해동해 놓고 그냥 방치해놨었는데 

이제 다른 옵션이 없으니 볶음밥과 윙을 준비했다.

컬리플라워 볶음밥 아주 약간 신기한 냄새가 나는데 김치냄새겠지 하고 계속 먹었더니 괜찮다.  



코로나 아니여도 오랫동안 슈퍼들이 문을 닫는 춘절 때 봉쇄가 되면 정말 답도 없으니 

그런 상황이 벌어질까봐 조금 무서워서 식료품을 쟁여놨었다. 

방 하나가 비어서 창고로 쓰는데, 공간도 많겠다 생수를 5리터짜리 20통 정도.. 100리터 정도 사놨다. 

그 외에도 냉동 만두, 냉동 생선, 고기 등등.. 냉동실도 꽉 차있다.

 

그리고 솔직히 내 몸에 쌓여있는 지방을 고려하면 

두 달 정도 물만 먹어도 생존 쌉가능. 디톡스로 건강해지고 오히려 좋을 듯.

잠깐 오.. 이거 단식으로 10키로 뺄 기회인가? 

water fasting for 7 days 이런 유튜브 비디오들을 10분정도 시청하며 동기부여 뿜뿜 하다가 

단식 후 폭식으로 체급을 굳건히 유지했던 (혹은 더 올렸던..) 과거의 실패로 끝난 시도가 자꾸 떠올라..

그냥 적당히 먹기로 한다. 

 

생각해보니 해놓은 컬리플라워 볶음밥 외에 야채는 없다.

뒤늦게 타오바오 슈퍼로 주문을 해보았는데 역시나 전부 매진이고 

주문이 된 메이퇀도 한시간 뒤 전화가 와서 지금 주문 불가이니 취소를 해달라고 했다. 




그래도 다 먹고 살 방법이 있었다.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위챗 그룹챗을 만들어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에 중국에서 코로나가 터졌을 때 아예 봉쇄라길래 대체 식재료는 어떻게 구매하나 물어봤더니 퇀꼬우 (공동구매)를 한다길래 어떤 방식인가 했는데 이런건가보다. 

슈퍼에서 뭐뭐뭐 각각 얼마니까 필요한 사람 밑으로 메세지 다세요. 하면 

 

1. 뫄뫄뫄 양배추 1개, 감자 20개  

2. 모모모 계란2근, 샐러리 2근, 양상추 1개

 
이렇게 챗을 이어나가고 마감 후 일정 시간에 아파트 입구로 한꺼번에 배달을 해 준다.  

 

없어져도 책임 안진다고 써있음... 




봉쇄로 밖을 나가지 못하는 내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가 

상하이의 어느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밀접접촉자들이 회사에서 봉쇄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사무실에다 이불 깔고 자고 간이 샤워실 만들어다가 거기서 샤워하고 

회사 사람들 모여서 만두 빚는 사진까지.... 

ㅅㅂ 이거 진짜 개소름이네... 

14일동안 한다는 것 같던데 ㅅㅂ 아악 진짜 개악몽 

지금 회사야 뭐 그렇다치는데 전 회사에서 컨트롤프릭 상사랑 격리했다고 생각하면.......... 

진짜 확진되서 그냥 거기서 나가고 싶었을듯 ㅋㅋㅋㅋㅋ 

지금 저기 회사에서 격리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한명쯤은 아 이정도면 그냥 확진되서 나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거다.. 








 

식재료 사놓고 외식해서 썩어서 버리는게 혼자살고 나서 생긴 나의 새로운 취미

드래곤 프루츠가 곰팡이가 펴버렸다.

밍밍한게 다이어트에 좋을 것 같아서 싸다고 10개를 한꺼번에 사버렸는데 

사실 나는 딸기를 좋아하기에....

얘를 안먹고 계속 딸기를 사먹었다.  



근데 조금 무르긴 해도 막상 맛은 괜찮아서 잘먹음.

하루에 3개 먹고 화장실 잘갔다. 




오후쯤에 또 공안국에서 문자를 받았다. 확진자와 같은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 시벌 어차피 격리중인데 이거 상관있나?

아 혹시 병원으로 끌려가나?..  

주민위원회에 10번 쯤 전화를 했더니 드디어 받았다. 

일단 문제 생기면 2-3일 내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공식 전화번호로 걸었으니 그럴일은 없을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권번호랑 주소를 불러주면서 이거 피싱 아닐까 잠깐 의심을 했다.  

 



넷플릭스 <앤디워홀의 일기>를 보면서 간식

재택이긴 한데 딱히 일이 별로 없어서... 

다큐는 재밌었다. 예술은 조또 모르지만 그냥 인간 앤디워홀의 삶을 재밌게 봤다. 

 

이 왕왕 과자는 처음 사본건데 짭쪼름하니 맛이 좋다. 


코끼리 리빙 거치대로 당신의 일상이 달라집니다. 

진짜임.. 

나는 타오바오에서 똑같이 생긴 것 찾아서 샀는데, 

코끼리 리빙에 중국 oem이라고 써있는 것 보니 여기 물건을 떼다 파는 것 같다.   

 



저녁으로는 브로콜리 볶음밥이랑 코코넛 우롱차를 먹었다.




 

Plec - 와 세상이 이렇게 좁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품 등록일 : 2022-03-16

▶ 좋은 습관에 160만원 베팅

▶ 칭다오 봉쇄일기 1 - 봉쇄 전의 전조

헐 언니네는 아파트단지 봉쇄군
우린 봉쇄까진 안가고 단지 입구마다 배달 택배 수령소 만들어서 운영중
힉힉코무리 넘모 힘드러
화이팅!
뜨끈한 맥...   
진짜로 중국은 다른 세상이야

아예 사고 구조 자체가 달라질듯
먹는게제일...   
난 사진 많은거 너무 좋음
앞으로 련민삐 언니 사진 많이많이 올리고 글도 길게 써주라
넘 재밋다
코코넛우롱차는 뭐야 맛있을득
sa******   
언니 엄청 침착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타지에서 엄청 당황했을 것 같음
공구로 식료품 문제 해결하는 아파트 주민들 이야기 등 이번 글도 넘 재밌게 잘 읽었어 ㅎㅎㅎ
벌꿀오소리   
ㅠㅠ 요새 중국 대도시들 봉쇄때문에 난리인가봐 내 위챗 모멘트 쓱 봤더니 다들 밖에 안나가고 있는 티가 팍팍남,, 용과 참 많이 사먹었었는데! 어서 봉쇄 해제되고 확진자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시진핑 사생팬   
이번 편은 좀 그런데 이 언니 글 그냥 사진보는 재미도 있어 소장. 사진으로 안보믄 재미가 반감할 내용들 마늠.

언니 격리때 넷플이나 달려. 나도 온가족 돌아가며 확진이라 3월이 날라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근가 족가튼 전회사 생각도 나고 곱씹게됨. ㅡㅡ
le*******   
항상 말하지만 이렇게 사진을 많이 올리면 보는 사람도 괴로움.

내용 보니까 사진 3-4개면 충분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매번 고생을 사서하는건지 이해가 안 됨.
관리자   
우리 가족도 아파트 봉쇄 매력지성쪽 ㄷ ㄷ
PLEC   
헐 중국도 심각하구나
얼른 봉쇄 해제되길 ㅜㅜ
글 잘 보고 있어
L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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