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쇄 6일 전 (22.3.8 화)
중국 정보 커뮤니티에 칭다오에 댄스학원 문 닫고 상해 출장이 취소되었다고 쓴 글에
그것보다는 봉쇄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냐는 댓글이 달렸다.
설마. 봉쇄는 너무 오바 아닌가 지금 확진자가 나온 곳은 몇십키로나 떨어진 곳인데 ㅋ
그리고 난 봉쇄되도 문제 전혀 없지ㅎㅎㅎㅎㅎ 춘절 휴가 기간동안 봉쇄가 될까봐 여러가지를 사재기 해 두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한 내 자신 패버려..
웨이하이가 봉쇄되서 우리 사업에도 영향이 크다.
웨이하이에서 받아야 할 물건을 받지 못하니. 주문이 있어도 팔지를 못하네...
상하이 협력사에 택배를 보내려고 신청을 하니 '배송지가 코로나 영향을 받은 곳이라 현재 택배를 보낼 수 없다'고 뜬다.
상하이도 좀 심하구나.
- 봉쇄 5일 전 (수요일)
댄스학원은 다시 문을 열었다.
상하이 출장 안왔지? 난리났어. 라며 상하이 사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
백화점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백화점을 봉쇄하고 핵산검사를 진행하는거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하 주차장에 아예 침대를 두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와 이렇게 무식하게 봉쇄하고 검사하냐.
우리도 저렇게 될 뻔 했누...
점심에 식당을 갔는데 명부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신분증 번호까지 적는구나..
중국인 아닌데 여권번호 적어야 하냐니까 일단 공란으로 두라고 함
- 봉쇄 4일 전 (목)
봄날씨
몰랐는데 회사 근처에 꽃나무가 많다. 꽃봉우리가 나오기 시작하네.
근처 지아오저우시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봉쇄가 됐다.
사장님이 같이 골프를 치기로 한 분이 지아우저우에 사시는데 못 나오게 되서 그 사람 빼고 친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단체톡에서도 동선 겹치면 자수하라는 통보가 왔다.
다른 얘긴데 중국에서는 그룹챗 (중국어로는 qun 췬)으로
소속 회원들에게 공지를 띄우거나 소비자 마케팅을 하는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내가 지금 소속회원으로 들어가 있는 그룹챗은 아파트, 댄스학원, 복싱장, 마사지샵.
예를 들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점 휴가다 이런 통지도 이런 그룹챗에 한다.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이 말하는게 많아서 불필요하고 뮤트 해놔도 가끔 신경쓰이지만
그래도 그룹챗에 물어보면 다른 구성원이라도 답변을 해줘서 빠르고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는 듯 하다.
보온컵 살려고 알아보다가 누가 좋다고 해서 타오바오 직구로 yeti 컵 주문했는데 한 달 넘게 걸리는구나.
원래 예정된 날짜보다도 늦어져서 문의를 했더니 통관하는 지역 코로나 때문에 더 늦어진다고 한다.
거참 컵 하나 살려고 한달을 기다리다니.
- 봉쇄 3일 전 (금)
사장님은 골프를 치러 가고 남은 직원들은 느긋하게 일하는 평화로운 금요일.
더 맛있는 거 천천히 먹고 싶었는데... 회사 언니가 우리 사람 많은 데 가면 안된다고 그냥 가까운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가는 도중에 지나가는 호텔이 사방으로 범죄현장처럼 테이핑이 되어 있었다.
언니는 이게 코로나 때문에 아무나 지나가지 못하게 해놓은 거라고 했다.
보통 우리도 호텔 앞마당을 가로질러서 다니곤 했으니...
금요일 저녁 때 댄스학원에서 길쭉언니를 만나서 같이 집에 걸어왔는데
그 언니가 하는 말이, 우리 회사 근처의 그 호텔이 오늘부터 코로나 환자 격리용으로 쓰인다는 거였다.
존나 어이가 없었다.
언니도 어디 갔다가 칭다오 들어와서 호텔격리를 한 번 했고 나도 한국에서 처음 들어올 때 한 번 했는데
진짜 개 그지같은 곳에서 했기에
격리호텔로 그런 꽤 좋은 호텔을 쓴다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어휴 공평 따져서 모하겠노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것ㅋ
언니네 아파트 단지 그룹챗에서는 항저우에서 온 택배를 받았으면 자수하라고 통지가 떴다.
항저우의 택배를 분류하는 곳에서 택배기사 확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 코미디도 아니고...
저녁에 댄스학원을 갔더니 선생님이 내일부터 또 수업을 중단한다고 한다.
으아아아아 왜요오오ㅜㅜ
관리를 하는 사람이 아까 찾아왔었는데 정말 무섭게 수업 중단하라고 얘기했다며...
있을 때 잘할껄 그랬다. 요즘 좀 많이 빠졌는데.
댄스 수업을 듣는 도중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온다.
예전같았으면 당연히 쌩깠을 전화이지만 나는 예전과 달리 손님을 왕으로 여겨야 하는 세일즈퍼슨이기 때문에...
혹시나 고객님일 수 있을까 받는다.
공안국인데 2월 18일 이후에 다른 지역을 갔냐, 지금 어디에 살고있는거냐고 묻는다.
간 적 없다, 어디에 산다고 대답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끊고 나서 지난번 상하이 출장이 언제였는지 확인했더니
앗.. 19일에 칭다오에 돌아왔구나. 쩝..
다시 전화해서 정정할까 하다 기차도 탔고 출입기록 다 추적되서 뜰텐데 혹시나 문제있으면 전화 오겠지 하고 관뒀다.
뭐라하면 바보인척 아 몰랐어요 하지 뭐.. 사실 몰랐던건 맞으니까. 바보도 맞음.
- 봉쇄 2일 전 (토)
아파트 단지 그룹챗에서 핵산검사를 하라고 공지가 떴다.
내가 사는 칭다오시 청양구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전수검사를 한다.
전수검사를 하는 경우 이렇게 각각 아파트 단지에서 한다.
그룹챗에서 사람들이 지금 사람이 많다고 실시간으로 전해줘서 사람이 없는 저녁시간에 갈 수 있었다.
그래도 30분은 기다림..
중국인이면 저렇게 신분증 스캔으로 모든것이 다 가능하다.
기차역에서도 지하철에 카드 찍듯이 신분증을 찍고 들어간다.
한국에서 주민등록증도 스캔을 하는 기능이 있나? 한번도 스캔 당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주 예전 대학교 1학년 망나니 시절에 경찰이 주민등록증 어떤 기계에 긁었는지 꽂았는지 스캔한건지 그런적은 한 번 있었는데.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안나네. 2:2로 놀고있었던것만 기억나고... 뭐 때문에 경찰이랑 대화 나눴는지 기억도 안난다. 애초에 취해있었던 듯..
잔뜩 긴장하고 '칭이디알 (살살 해주세요)' 말할 준비 하고 있는데
입만 검사하더라.
개이득..
근데 이거 입만으로 검사 제대로 되는 건 맞냐..?
모르겠고 요즘 런데이 30분 달리기 챌린지를 시작해서 검사를 하고 바로 공원으로 갔다.
- 봉쇄 1일 전 (일)
월요일에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로 해서 공부를 하러 카페에 갔다.
ㅅㅂ 고시준비하냐.
너무 하기 싫어 죽겠어서 몸 배배 꼬면서...나새끼를 살살 달래가며 앱으로 연습문제를 풀었다.
한국에서 면허를 땄으면 중국에서는 필기시험만 보면 되고, 합격 기준은 90점 이상이다.
아.. 불합격각인데..
카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인지 이름이 namu 다.
중국이름은 나무 shu로 하기 뭐했는지.. 삼림의 썬을 써서 썬카페다.
shu가 진다는 의미의 단어와 같은 발음이라 그랬나?
내부도 딱 2000년대 후반 한국 갬성
쪼만한 빵도 서비스로 주는구나.
저 옆자리에 한국 고딩들이 출몰했다.
여친이 질투가 많아서 결국 이별을 통보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를 열정 넘치게 하는데 듣는 친구는 정말 관심이 없어보인다.
갑자기 엄청 흥분해서 떠들길래 보니
몇명이 더 모여야 하는데 다른 친구가 들어오려고 하니까 카페에서 더이상 손님을 안받는다고 한 모양이다.
갑자기 이러기 있나.
3층짜리 카페고 테이블이 겨우 10%도 채 차지 않은 상태였다.
손님을 받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나 보다.
집에 식재료 많은데 또 외식..
식당에 사람이 없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거의 차 있었는데 역시 코로나 영향이 큰건지..
량피. 땅콩소스 맛있다.
궈바로우
배달 시키면 식어서 맛없어진다.
옆 식당은 아직 저녁 7시밖에 안됐는데 아예 닫았다.
지난번에 먹은 식당에서 식당 내 취식을 중지하고 배달만 한다고 위챗 메세지가 왔다.
동네 야시장 근처에서 주스를 샀다.
벽에 써있는 영어는 대체...
대충 우리 제품 맛있다는 뜻인듯.
동네 야시장이 텅 비었다.
주스살 때 다른 손님이랑 얘기하는 것 보니까 전날부터 금지했고 언제부터 재개될 지는 모른다고 한다.
원래의 야시장은 사람이 넘쳐난다.
집에 가는 길에 보니 마사지샵도 내일부터 문을 닫는다.
주말에 마사지 받을껄... 마사지샵 가는 것조차 귀찮아서 안받은 나 자신 반성좀
복싱선생님한테 연락을 해봤다.
나: 내일 수업 하나요?
선생님: 합니다
복싱 가야겠다. 복싱 글러브를 챙겼다.
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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