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쉭씨

두쉭씨는 토종 한남이다.
초. 중. 고. 대를 모두 태어나고 자란 근방에서 다녔다.
그는 동네 토박이 중의 토박이다.

 

" 두쉭씨, 구의원 할 거야? "

" 아니. 왜? "

" 두쉭씨는 35년 동안 한곳에서 살고 학교 나왔으니까
  자격이 있지 않아? "

" 갑자기 무슨 소리야? "

" 두쉭씨, 내 말은 두쉭씨가 국회의원 됐으면 좋겠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

 

두쉭씨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신경질 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두쉭씨의 가슴 속에
구의원 이란 물음표가 생겨난 것을.

 

우리는 중학생 때 학원에서 오며 가며 만났다.
두쉭씨는 반바지만 입고 까까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몸에 열이 많아서 사시사철 여름 패션이었다.
두쉭씨는 핫도그를 즐겨먹어서 쉬는 시간 매점에 가면 핫도그를 양손에 들고 야무지게 먹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친해진 계기는 두쉭씨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고
서동요 작전으로 소문을 내고 다닐 때였다. 

 

두쉭씨친구 머시기와 내가 뽀뽀하고 손잡은 사이라는 내용.

하지만 여타 여학우들과 달리 나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창피하다며 시집 다 갔다고 울지도 않았고 머시기를 찾아가 화를 내지도 않았다.
머시기는 내 태도가 좀 거시기 한 게 그랬는지
밤꽃 향기와 애증이 절절하게 담겼을 편지를 써서
가장 무던한 두쉭씨에게 배달을 부탁했다.

 

두쉭씨는 그때도 한 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편지를 전달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쉬는 시간에는 반드시 핫도그 2개는 먹어줄것, 이 입력되어 있는 건가.

받자마자 그 앞에서 머시기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두쉭씨는 놀라서 입도 안 댄 소중한 핫도그를 떨어뜨렸다.

 

" 그걸 읽지도 않고 찢으면 어떡해! "

" 행운의 편지 아니야? "

" 뭐?! 그거 그런 거 아냐! "

 

두쉭씨는 같은 학교가 아니라 잘 몰랐겠지만
나는 원래 우리 학교에서 러브레터만 받으면 찢어버리는 미친년으로 유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의 첫사랑 따위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소년들은 자기들 멋대로 이미 제7의 지구에서 나랑 뽀뽀도 하고 섹스도 하고 마침내 자신을 쏙 빼닮은 애도 태어나고 아무튼 일방적이다.

 

두쉭씨는 그래도 내 말을 믿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건 행운의 편지가 아니라 머시기가 너한테 쓴 고백 편지라고


행운의 편지랑 고백 편지의 차이를 모르겠는데? 라고
주둥이는 말하고 싶었지만
두쉭씨의 큰일 났다 이를 어쩌지 하는 똥강아지 같은 눈빛을 보니 그런 말 할 때가 아닌 거 같았다.

입가에 묻은 핫도그 기름을 반들거리며 연신 어쩌지 어쩌지 하는데 우스꽝스러웠다. 내가 갑자기 깔깔깔 웃으니 두쉭씨는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 그냥 내가 읽은 걸로 하자.
  그리고 거절한다고 전해. "

" ..."

 

내가 뒤돌아서 가려고 하자 두쉭씨가 소리쳤다.

 

" 읽.. 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래! "

 

두쉭씨는 나를 웃기는 재주가 있다.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럼 어떻게 할까 라고 되물었다.

 

" 머.. 머시기를 만나줘!"


머시기와 두쉭씨와 나는 시내 캔모아에서 만났다.
머시기는 머시기같이 생겨서 머시기같이 더럽게 재미없는 말만 했다.


수학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냐는 둥.
여자들은 류시원을 왜 좋아하냐는 둥.

 

두쉭씨는 눈치도 없이 집에 안 가고 토스트에 생크림을 듬뿍 발라 먹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그런 두쉭씨를 바라봤는지
머시기가 갑자기 두쉭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두쉭씨는 몇 날 며칠을 똑같은 양말만 신어서 썩은 발냄새가 나고 돈도 안 내면서 어딜 가나 제일 많이 처먹는단다.

정말 그런 거 같아서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또 두쉭씨의 체육복은 3년 가까이 빤 적이 없어서 아무도 안 빌릴뿐더러 새로 온 여자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했다.

친구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 잠자코 듣던 두쉭씨는
어느 포인트에 이제야 화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만하지? 라고 으름장을 놨다.

 

머시기는 1절만 하면 되는데
머시기라 2절 3절까지 하며 더욱 깐죽거렸다.

두쉭씨가 짝사랑하는 여자 선생님이 화장실 가는 것도 따라갔었다고

 

그 말에 두쉭씨는 화가 나서 잘 먹던 토스트 바구니를 내던지고 나갔다. 머시기도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두쉭씨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 나갔다.

 

그 사이 나도 가게를 나왔다.
남자애들은 맨날 사소한 걸로 치고 박고 싸우고
언제까지 어린애들처럼 저럴까. 죽을 때까지?

한 십분 정도 걸었나, 두쉭씨가 나를 부르며 뛰어왔다.

 

" 그냥.. 가면 어떡해.."

" 화해는 했니? "

 

두쉭씨는 대답 대신 고개를 떨궜다.

 

" 아까는 미안하다.. "
" 흠.. 그래. 네가 보기엔 내가 머시기랑 정말 만나야 할거 같니? "

 

두쉭씨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눈알이 파르르 떨렸다.

 

" 어떻게 생각해? "

"..미안. "

" 네가 나한테 미안할 건 없어. "

" ..그래도 머시기는 좋은 놈이야.. "

 

남자들의 우정이란. 아니 두쉭씨의 우정이란.
갑자기 흥미로워졌다.

 

" 두쉭씨. 우리 친구하자. "

"  으응?? "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우리 이미 친구지? "

" 친구지.."

 

두쉭씨는 쑥스러워하며 들릴 듯 말 듯 나지막이 말했다.

 

" 진짜지? 우리가 친구라면 부탁이 있어! "

" 뭐.. 뭔데..? "

 

불안해하면서도 사뭇 진지한 두쉭씨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작품 등록일 : 2019-05-01

▶ 두쉭씨 2

두쉭씨...
배꼽냄새   
재밋당
로라   
너무재밌어
오도밥   
넘 재밌는데 돈이 없당...다음에 한꺼번에 드릴게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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