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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나는 주말 이틀을 모두 쉬게 되었다
첫 주는 하루 더 생긴 휴일을 어디에 써야하나 몰라 자꾸만 개를 끌고 동네를 서성이다 주말이 다 지났고
그 다음주가 되어서는 오전부터 설치기로 마음먹었는데
병원 어디 한군데를 가리라_그게 허리병원이었다
한 2주동안 엉덩이가 아파서 잠을 못잤다
필시 이 증상은 십년전에 내 이미 겪어본 그 증상이다
디스크터지기 전에 엉덩이와 골반이 아파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다가 다리에 감각이 사라져 이윽고 엠블란스 타게 되는
그래서 수십가지 내 아픈 증상을 다 차치하고
누워서 맘편히 앓게
내 적어도 앉아서 죽이라도 먹으리라
산책하며 할매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요앞에 생긴 신식 허리병원에 가기로 했다
엑스레이 침대에 누워있던 방사선사 덕분에 뜨뜻한 엑스레이 촬영을 했고
자그마한 의사가 엑스레이로 들여다보며 주사를 놓더라
(신식은 신식이네. 이전까지 허리아프다고 가면 침놓듯이 사람 세워놓고 주사 다다다닥 놔줬음)
그리고는 화려한 5종 물리치료를 써비스로 넣어주고
고운 물리치료사의 감성돋는 손맛싸지도 받았다
집으로 걸어오는데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아프기시작했다
주사맞은 곳은 허린데 내가 아픈 곳은 옆 엉덩이다
집에와서는 고마 골병이나서 고대로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땐 늦은 밤이었는데
엉덩이는 시술전보다 더더더더 아프고 그 옆엉덩이는 스치기만해도 뒈질것 같았다
거울에 비춰보니 500원 동전 크기의 물집이 멍게마냥 부풀어 있었다
누우면 허리아파 모로자면 돌아눕질 못하니
소파에 앉은 채로 아침이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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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이며 병원에 가서 화상치료와 입막음용 공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는데…
그날 밤부터 오른쪽 가슴부위가 숨쉴때마다 썰리는 듯이 죽창밭에 박히는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폐가 부풀때마다 갈빗대 뒤에 박힌 죽창들이 인정사정없이 찔러대는 기분
그리고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다
나는 직감했다
이거 폐렴이다
작년 11월19일 폐렴진단을 받았는데
18일 밤에 꼭 저렇게 왼쪽 갈빗대가 아팠다
그땐 심장쪽이 아파서 고질병인 부정맥이 문제인가 생각했었다
이번엔 하필은 맘모톰했던 오른쪽 젖가슴쪽이라 혹시 유방암인가 생각했지만
지난번과 같은 증상이라 폐렴이라 직감했다
누워서 호흡하는 자체가 불가능하여 이번에도 아침까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날 밝으면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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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타이밍이 애매했다
출근전에 병원가기로 한 계획이 틀어졌다
그대로 비척비척 백릿길 처럼 걸어 출근했다
마침 나의 계약기간이 오늘까지라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좀 하자고 원장이 불렀다
‘작년엔 동결이었고. 그땐 내가 좀 힘들어서. 이번엔 얼마 더받고 싶어요?’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만 했던 그말을 했다
‘이제는 좀 쉬고 싶어요 원장님’
‘아니 월급 어떻게 할거냐고’
.
.
‘아 넵. 좀 쉬면서 여기저기 아픈곳 좀 치료할까 싶어요’
‘잘 한번 생각해봐요. 요새 원장들 쌤보다 다 어린데 옮기기 쉽지않다’
내 모르지않지 아는데
그러게…이백충이 무슨 호기롭게 요양씩이나 ㅎ
치료에 전념? 웃긴다 웃겨!
그날 퇴근하다가 가슴을 부어잡잡고 끄억!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달려오는 동네 주민들이 부축해줘서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답을 내렸다
나는, 치료에 전념할거다
이 육신 고쳐서 강사말고라도 다른 일하는 이백충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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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50분 거리의(여기는 지방이라 인천에서 홍대까지 간 거리정도로 보면 된다) 이전 폐렴치료 받은 병원으로 갔다
잠을 온전히 못잔 탓에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숨을 제대로 못쉬니 걸음은 느리고 병원앞 8차선을 아까 빨간불 바뀌어도 다 못건너서
빵빵거림을 응원삼아 간신히 건넜다
전혀 예상못한 문제였다
그랬는데, 의사 몇이 그만둬서
예약을 안하면 당일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단다
다행이 다음날로 예약하고
이번엔 민폐를 피하려 택시를 탔고 집에 갔다간 그대로 기절할 것 같아
좀 이르지만 그길로 출근을 했다
비슷한 약이라도 지어주겠거니
회사 앞 의원에 들러서 증상을 말하자
그으거는 큰병원 가야된다며 방금 뺀지먹고 돌아온 그 병원을 댄다
그으래 내일 갈거다 가
나는 강사인데
두어마디 할때마다 가슴을 부여잡고 윽- 하거나
아니면 강의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5시쯤 오한이 미친듯이 들었다
너무너무 추웠고 나는 패딩을 입고도 개같이 떨었다
[영화_친구]의 유오성이 같이 떨었다
그꼴을 본 원장이 오후수업은 자기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가보시라고했다
그길로 어제 그 허리병원에가서 (감기환자가 더 많더라고)
나 감기약 지어주쏘 하니
폐사진 찍자더라
‘이이 거는 폐에 물이 찼네요’
약을 지어주면서 더 큰 병원가실때 쓰시라
소견서를 써줬다
약털어넣고 잠을 청했지만
역시나 눕지도 앉지도 못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화상이 주는 그 끔찍한 고통이 잊혀질 정도로
나는 숨쉴때마다 셀프 죽창질을 했다
지난 폐렴때 받아둔 진통제를 영화에서 처럼 다급히 때려넣고
어찌저찌 궁디 비비며 좀 덜 아픈 각을 찾아서 앉은채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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