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1)
간밤에
막내가 자살기도를 했다
며칠 잠을 못자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몇가지 사연을 가진 나는 밤에 울리는 모든 핸드폰 진동소리를 무시했다
그러다 4시쯤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내내 혼자 울고 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몇통의 부재중 전화와
몇통의 카톡
막내가 자살기도를 해서 지금 무슨 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여동생의 연락
‘언니야 아픈데 연락해서 미안타’
내가 살겠다고 억지로 잠을 눌러담는 동안
여동생은 막내의 자살기도 소식을 홀로 들었고
다행이 혼자 감내하지 않고 늙은 부모에게 전했다
감옥소에서 나온 후로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먹어왔는데
어제는 술김에 전여친에게 자기 인제 죽을거라고 예고한뒤
수면제효과있는 우울증약을 있는대로 털어넣고
그래도 혹시 안죽을까봐 사시미칼로 목도 찔러박았는데
병신같은 새끼는 죄를 지어도 어설퍼서 감옥소에서 금방 나오고
뒤지겠다고 약을 먹고 목을 찔러도 어설퍼서 안죽어버렸다
전여친이 경찰에 신고해서 막내는 구조되었다
응급실마다 안받아줘서 2시간쯤 떨어진 광역시 병원에서 끊어진 핏줄 잇는 수술했단다
입원하라는 의사한테 엄마아빠가 싹싹 빌었단다
‘우리는 일용직인데, 야가(얘가) 여(여기) 입원하면 우리는 굶어죽니더’
가까운 병원에 매일 통원치료하기로 하고
엄마는 시장에서 새 이불을 사가(사서) 못 뒈진 자기새끼를 꽁꽁 싸매고
아부지 곤색 포터에 싣고 살금살금 운전해서 집으로 왔단다
그길로 일용직 노동자인 나의 엄마 아빠는 또 일을 하러 갔다
엄마는 새벽에 공장식당에서 밥을 하고 8층짜리 메디컬센터를 청소하고, 고물상에서 할매들 폐지를 정리한다
아빠는 새벽에는 배를 타고 공장들을 돌면서 쇠쪼가리를 주워 모아가 용광로에 갖다준다
4/2 (2)
살겠다는 년은 살러가기로 한 날이 밝았다
며칠을 앉아서 잔 탓에 종아리가 삼다수 2리터 생수병 만큼 부은채로 눈을 떴다.
병원 문 열 시간만 기다리며, 사실은 남동생의 부고를 기다리며 그냥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막내의 목숨이 생각보다 질긴지, 막내는 생각처럼 뭘 해도 어설픈건지 안죽은것 같다
나는 뭐 특별히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아프니까 우선은 고치고 보자_는 의지가 있다고는 볼 수 있다
계속 아프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자다가 죽는정도는 괜찮지만, 아프다가 죽는다던지 죽으려고 아픈것은 싫은것 같다
병원에 들러서 사진 몇장 또 찍고 약을 타서 출근해야지_하는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머리는 차마 감을 컨디션이 아니라 드라이 샴푸를 구석구석 뿌리고
시험지뭉치와 자이스토리, 아이패드 프로가 담긴 오래된 내 서류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10시 예약을 했고, 나는 9시 45분에 도착했다.
어제 내 걸음이 신호등이 열어주는 시간동안 못 건넌다는 것을 알아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내 가려는 병원 흉을 본다
“거(거기) 기계는 다 쌔거라가(새것이라) 좋은데, 의사들이 파이다(별로다)”
“그라모 어디가 좋습니까”
“서울에, 대학병원가야지. 한방에 딱! 헛짓거리 안하고 한방에 딱! 고쳐야지”
서울에, 대학병원은 뭐 아무때가 내 받아주고, 고쳐준답니까_ 속으로 삼키면서 사람좋은 웃음소리를 억지로 냈다.
“허허허 맞니더”
여기는 서울에서 300키로나 멀리떨어져있는 촌이지만
그래도 한방에 딱! 헛짓거리 안하고 한방에 딱! 고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간호사들이 일단 엑스레이를 찍고 오라고 검진표를 건넨다.
이놈의 종합병원은 종이한장 쥐어주고 어디갔다 어디찍고 어디서 계산하고 돌아오라고 뺑뺑이 참 잘 돌린다
나는 길치라서 뭔 관에서 몇층가서 연결통로를 지나가 몇층가라_들어도 들어도 몰라서 자꾸만 물었다
그러면서 대충 알아 낸것은
직원들 옷 색깔을 보고 조무사인지 보호사인지 SN인지 RN인지 같은 것이다
(길치 주제에 입원 이틀차부터는 어디어디 검사받고 오라고 오더 떨어지면 혼자서 색색의 링거 주렁주렁 달고 온 병원을 누비고 다니게되었다)
허리병신 폐뼝환자는 절뚝절뚝 2보 1파즈 세월아 네월아 걸어서 x레이 찍으러 갔다
접수하고 탈의실에 들어갔더니
젖꼭지가 허벅지를 스치우는 할매가 의자에 앉아서 느릿느릿 더듬더듬 자기 몸을 긁는다
“할매 와요(왜요)”
“파스띠고(떼고)오라케가(오라고해서)”
할매는 얼마나 아팠는지 몸에 동전파스를 21개나 붙여놨더라
동전파스 안에 자석붙은 파스가 있다 안아파 파스
할매가 혹시라도 또 뺀지 먹고 여기 혼자 앉아 있을까봐 구석구석 찾아서 21개를 찾아줬다
다 늘어진 피부에 들러붙은 파스를 살살 긁어 떼내는데 이러다가 살이 찢길것 같아서 불안했다
하지만 인간의 피부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오히려 질기다고 볼 수 있다
90이 넘게 사는 동안 할배도 아들도 딸도 죽는 그 시간 동안 할매가 무너지지 않게 그렇게 질기게 붙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막내에게 찔린 사람도, 그 자신도 그리 쉽게 뒈지지 않은 것은 그렇게 질기게 붙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감옥소에서 금방 나왔고, 광역시 병원에 입원도 안해도 되는 것이다
이리서라 저리서라 시키는대로 척척 해주고 싶지만
숨 크게 들이마시고 멈추라_는 도저히 불가능해서
깔딱 숨들이키고 으어! 가슴을 부여잡기를 반복했다
아주 문제많은 환자이다
방사선사들이 얼마나 욕을 할런지
내가 탈의실에서 할매를 도와준 착한 환자라는 것을 좀 어필해볼까 싶었다
순간 귀에 헛것이 들린다
우리 애들(학생)이 내게 자주 하던 말
“틀딱 특 : 아무도 안궁금한데 지얘기 존나함”
그래서 안했다
이따가 출근하면 애들한테 오늘의 썰을 또 풀어야지
지난 폐렴때 의사는 새파랗게 어린놈이었는데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 한마디한마디가 아주 족같은 새끼였다
엑스레이사진을 빤히 보더니
“뭐 그렇게 까지 아플것 같지는 않은데, 되게 아팠나보네요?”
내가 들고간 진료의뢰서를 까딱거리면서 말했다
폐렴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아팠느냐며 자기 딸래미 처럼 걱정해주던 우리 유미씨(늘 가던 내과의사)의 진료의뢰서를 그따우로 손가락사이에 끼우고 까딱이다니!
천인공노할새끼!
그래서 지어준 약이 한참 남았지만 열떨어지고 통증이 가시자마자 안먹고 처박아 뒀다.
덕분에 그 약을 다시 꺼내 먹으며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다
마침 그새끼는 그만뒀단다
담당의가 바뀌었다
여자로 환생한 관우같다고 느낀 그녀의 첫인상
그리고 첫마디
“어무이(어머님) 어디가 어예(어떻게) 아프든데?”
딱봐도 내 또래거나 내보다 언니같은데
나더러 어무이라니,
잘못들었나
했지만, 퇴원하는 그날까지도
아니, 후에 내원했을때 까지도 날 더러 어무이라고 했다
우리 관우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반존대를 잘 쓰는 사람이었고 자칫 설렐뻔했다
쌩뚱맞게 머리카락에 찔러놓은 큐빅핀이 관우씨에게 너무 안어울렸다
꼭 아직 성별 구분 안되는 여자애기들 머리에 리본이나 꽃 머리띠를 씌우는 것 같은 모양새였는데
회진 돌때마다 핀이 바뀌는걸 보면서 아, 멋이었구나 하고 그점이 또 귀여웠다
우리 관우씨 승질머리가 보통이 아니지만, 그 속에 적절히 녹아있는 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애정을 녹여내는 용매로써 그정도 승질머리는 내가 또 인간적인 매력으로 느끼는 부분인지라 나홀로 그녀가 마음에 들었으며,
우리는 입원기간동안 매일 병실에서 만나 자신이 행한, 내게 일어난 기적을 함께 목도했다
30날부터 아팠다_관우씨에게 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동네 병원에서 써준 진료의뢰서를 건넸는데
“폐에 물이 찼다고요??”
나는 또 엑스레이를 찍으러 구만리 여정을 다녀왔다
이번에 허리병신에게 감히 누우란다
애를 먹고 옆으로 누워서 애매한 자세로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깔딱숨을 참았다
“물 안찼는데?어무이 물 안차쓰요”
물이 찼으면 옆으로 누워 찍었을때 폐사진 속 허연 뭔가가 함께 기울었어야 했는데
누워도 서도 똑같다 이말이다
동네병원의 콩알탄처럼 생긴 의사녀석을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폐수종에 관한 글을 얼마나 찾아보게 했는가 말이다!
나의 폐는 오른쪽 전체가 짙은 안개뒤에 숨은 것 처럼 온통 하얗게만 보였다
횡격막이 폐에 너무 가까이 올라 붙어있고
그중에서도 폐 가장 상단은 껌이 들러붙은 것 같아 보였다.
폐가 양쪽에 덜렁 하나씩 두개 붙은 줄 알았는데
한쪽에 3조각씩 나눠붙어있다는 새로운 상식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이따 애들한테 말해줘야지_하는데
관우씨가 그랬다
“코로나 검사해서 괜찮다하면 다인실 입원하고, 아니면 1인실 갑시데이”
“입원이요?”
“그라면, 어무이 이라고(이상태로) 출근할라 그랬나?”
바닥에 놓인 서류가방과 구겨신은 로퍼에 걸리는 관우의 눈빛에
갑자기 나는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자유와 죄책감이 동시에 들었다.
2005년 강사직을 정식으로 업으로 삼은 이후,
작년에 맘모톰으로 입원하루 한 것이 내 유일한 결근이었는데,
그땐 학원에 내가 하루 빠져도 돌아가도록 모든 수업준비(녹화 및 자료준비)를 해두고 날짜까지 학원 사정에 맞춰서 내 수술을 정한 거였는데
아니, 지금 이렇게 그냥 갑자기?
코로나 검사로 뇌까지 긁어낸 이후에
원장에게 전화해서 나 입원하래요_이야기 꺼내니
길고 긴 한숨과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단 알겠어요”
약 10분간의 침묵 끝에 간신히 들리는 원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찜찜하게 전화를 끊었다
코로나 검사결과가 2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니 잠시 입원준비하러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택시를 탔다
나와 지척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이제 입원을 해야하며, 얼마가 얼릴지는 모르지만 뭐 그래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그러니 산호를 부탁한다고
여동생은 항상 의젓하다
걱정마라 이따 연락해라_ 든든한 대답이다
아,,,이렇게 쉬어도 되나?
시험기간인데, 이게 맞나, 누가 내 대신 수업하지?
근데, 대낮에 택시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미소가 비집고 나오기도 했다
대낮에 학원이 아니라 버스도 아니고 택시를 타고 창밖에 흐드러진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니
너무도 호된 호강아닌가
죄책감에 몸을 웅크렸다
보스턴백에 수건두장, 수면양말, 빤스두장, 브라탑 두장, 충전기, 안경, 모자, 비누, 텀블러, 수분크림을 챙겼다.
지난번 맘모톰할때 한번 입원짐 싸봤다고 척척척이다.
서류가방에서 칫솔과 아이패드를 꺼내 옮겨담았다
흠… 이정도면 되려나?
사실 머릿속이 여전히 시험기간에 입원이라니_하는 죄책감으로 가득하고, 온갖 걱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출근용 교복인 슬렉스, 셔츠, 심리스 팬티브라를 훌렁훌렁 싹다 벗고
브라탑에 헐렁한 면빤스를 입고 위아래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이상하게 병원은 한여름에도 춥다 양말도 정강이까지 당겨 신었다
산호밥그릇이 넘치도록 사료를 부어주고
표면장력까지 물을 채우고
산호를 한 오백번 쓰다듬으면서 엄마 며칠밤만 자고 올게 이모말 잘 듣고 어쩌구 비맞은 중마냥 중얼거렸다
눈물이 가득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한번 꿈쩍 감아서 눈물을 떨구고 슬리퍼를 더듬더듬 찾아 신고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병원으로 돌아온 나는 점심시간 걸린 고요한 대기실에 텅빈눈알을 뜨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코로나검사결과 어쩌구 저쩌구’
문자한통이 날아왔다.
아,,,,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뭐 다행이 다인실에 입원가능하다는 소리다 이거는
1인실이면, 며칠이 걸릴진 몰라도 돈이 되게 많이 든다는 거니까 오늘 들은 소식중에 가장 기쁜 소식이다.
얼마 뒤에 모든게 갑작스럽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손목에는 바코드가 찍힌 입원팔찌가 채워지고
병동입구 데스크에 붙들려앉아서 네 아니오 네네 아니오 온갖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폐병걸려서 입원하는 년의 기본 정보에
‘담배는 이틀에 한갑정도. 20년’ 이라고 빠르게 적혀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귀가 뜨끈했다
누구의 음성인지는 몰라도 “자~알 했다!” 하는 핀잔이 들리는 듯도 했다
[병실입구]
6인실과 2인실이 섞인 병동이다.
마침 6인실은 자리가 없어서 2인실로 배정받았는데 오늘 두번째로 좋은 소식으로
보험이 된다는 점과 혼자 쓴다는 점이다
[병동 내부 창밖풍경] _멀리 풍력발전기 같은게 보였다
살러 들어와놓고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별일도 아닐텐데 아프기는 디게 아파서
특히나 숨을 못쉬겠으니까 나는 일찍이 아팠던 여러가지 병들중에
가장 마음이 약해졌다
문득 저 멀리 산 위에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내 죽기전에
아니 여기서 나가면 저길 꼭 가보리라_같은 마지막 잎새같은 생각을 했다
스스로 되게 나 지금 병신같네_하면서 큭큭 웃는데 이상하지 눈물이 났다
[내 침상]_못 뒈진 동생을 꽁꽁 싸매고 왔던 새 이불은 한번 세탁된후 엄마손에 들려 내게로 왔다
집에서 가져온 두장의 수건중에 하나
얼마나 입원하게 될지 몰라서 수건을 아껴써야한다
일광소독은 필수
화장실이 가깝다는 이유로 입구쪽을 배정해주셨는데, 나는 창밖에 보고 싶어서 바꿔주실 수 있느냐 거의 태어나서 처음이다시피
나는 남에게 내 이득을 위해 뭔가를 부탁했다
속으로
‘환잔데, 이 정도는 진상부려도 되지 뭘’
스스로 변명을 해봤다
[창밖 풍경]
금연 3일을 맞은 폐병환자의 창밖은 노련하게도 흡연실 뷰이다
입원내내 나는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내가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게 언제더라_ 할일이 누워 천장을 보는게 다였던 첫날에
나는 천장무늬를 보며 사람얼굴이나 뭐가 되었던 형상을 갖춘 온갖것을 찾으면서
내 인생의 담배에 관한 기억을 더듬더듬 되짚어 보았다
조금이라도 담배냄새가 새어들어오면 말벌아저씨처럼 창문을 닫았다
서늘한 병실에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폐뼝환자이자 디스크환자인 나는 어설프게 서있다가
호흡기내과 담당 간호사를 처음으로 만났다
구체적인 내 병증과 치료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었다
입원환자들은 밤에도 이런저런 검사를 받나보더라
이따 밤 10시에 있을 CT검사때 조영제를 쓸거라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조영제에 대한 설명에 열심히 네네네 했지만 다 까먹었고 겁나게 굵은 바늘을 꽂을것이라는 설명만 기억이 났다
보노보노 처럼 생긴 간호사가 이윽고 들어와서 팔뚝에 고무줄을 팽팽히 감더니 평소에 피뽑던 팔 안쪽 혈관이 아니라
여기저기 탁탁 두드리더니 손톱으로 꼭꼭 눌러서 핏줄길(?)을 찾는것 같더니
6번을 실패해서 피칠갑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쩔쩔매다가 안되겠는지 피칠갑된 내 팔뚝을 내려놓고 다른 간호사를 데려왔는데
딱봐도 한눈에 일 잘하게 생긴 간호사가 쌩~하고 찬바람 내며 들어와서는 한방에 엄지손가락 아랫쪽 혈관에 바늘 꽂기를 성공했다
입원동안 이 메인?주사자리가 부풀어서 총 4번 옮겼는데
매번 보노보노가 터트리거나 피칠갑을 했다
다른건 몰라도 이 주사자리 찾는게 제일 힘든 일이었다(아님_제일 힘든건 따로 있었음)
[병원밥]_와, 진짜 존나 맛없다 ㅎ 그래도 국에 말아서라도 어떻게든 먹었다
첫 저녁식사를 받아 엉거주춤 서서 먹고
식사를 물리러 들어오신 요양사님께 아직 덜 먹었다 말도 못하고 식판을 반납했다
지난번 입원때는 보호자가 없어서 내가 밥도 물리고 뭐든 다 내가 알아서 했는데
이번 병원은 요양사들이 24시간 대기중이라 물병도 채워주시고 자는 동안
먹다 남은 물도 새것으로 갈아주시곤 했다
1인가구인 내게는 더 없이 고마운 분들이었다
며칠은 너무 아팠어서 걷지를 못하니 온갖 검사때마다
64키로의 돼지새끼를 휠체어에 태워 헉헉거리며 다녀주셨다
뚝. 뚝. 제각각의 색을 띄고 제각각의 속도로 떨어지는 링거 방울들을 보면서
어찌저찌 어색하게 침대에 누워있자니 학원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이게 맞나
이게 맞나
하루도 안지났는데 애들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 많다
며칠전 원장과 나눈 대화를 복기해봤다
넘어진 김에 몸을 뒤집어서 그냥 눕기로하는건 어떨까
그래,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잖아
6년이다
여기서
월차연차 없이 월급인상도 없이 아무런 복리후생없이
수업사이 1초 쉬는 시간 없이 공강없이
화장실가고싶을까봐 물도 못먹고 밥도 못먹고
내리 10시간 서서 주6일을 일한게
좀 쉬어가자
어쩌면 업을 바꿔야할때가 되었는지도 모르지 이제는
평생 일을 해야할 텐데, 이제는 뭘 해먹고 살아야하나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심플하게 살자
근데 애들이 보고싶다
애들은 나 안보고싶겠지
얼마나 빨리 잊혀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나도 안 따뜻하고 심지어는 조금 무겁고 조금 짧은 병원이불 밑에 누워있으니
나는 부지런히 39도까지 나를 데워서 따뜻하게 재웠다
한 십분에 한번씩 들어오는 SN들이 요령없이 바이탈체크하며 깜빡깜빡 잠든 나를 깨웠다
겨우 잠들었나 싶으면 흐물텅한 겨드랑이 살에다가 요령없이 체온계를 찔러넣었다
다 쉰 소리로
“아파요..”
참다 못해 한마디 했다
“앗, 죗송해요”
그러더니 이따가는 옷 위로 체온계를 찔러 넣고 체온을 쟀다
뭐 한 20도 나왔으려나 모르겠네
방실방실 미소가 귀여운 임산부간호사가 들어와서 여섯개나 되는 가래통을 전했다
가래가 나오면 뱉으라는데, 처음으로 가래를 통안에 뱉고는 너무 놀랬다
시뻘건 피에 가까운 가래였다
피색깔을 한 왕꿈틀이 젤리 같았다
그렇게 부지런히 자다깨다하며 피가래를 뱉어 모으고
중간중간 들어오는 간호사들이 시키는 대로 소변도 받아내고 상태가 어떤지 묻는 말에도 비몽사몽 열심히 대답했다
병원에서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구나 실감했다
까무라칠때까지 기다린끝에 10시가 되어서 드디어 CT촬영을 했다
조영제가 들어갈때 짬지가 떠껀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설명들을 때 네네네넨네네네네네네ㅔ네네 할때 한 6번째 쯤의 네에 해당하는 설명에서 들었던 것 같다
드디어 나의 일과가 끝났다
검사에서 돌아오니 다른 요양사분이 추울까봐 방에 히터를 틀어뒀다고 하셨다
쩔쩔 끓는 병실에 누워 땀을 2리터씩 흘리면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잠을 못잤다
보노보노가 새벽에 링거를 갈다가 또 사고를 쳤다
환자복이랑 침대 병실 바닥까지 피칠갑이 되었다
갑자기 병실에 불이 훤히 켜져서 눈을 못뜨고 있는데
요양사분들이 재빠르게 내 환자복과 침상커버를 수거해가셨다
나는 자다말고 빤쓰바람으로 훤한 병실에 멀뚱히 서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 와중에 SN들이 또 바이탈을 재러 들어왔고
요양사들은 피바닥을 닦고 침상을 갈았다
일 잘하는 간호사가 또 찬바람을 쌩~일으키며 들어와서 보노보노가 사고 친것을 수습하고 쌩하고 나갔다
빤쓰바람으로 선 돼지새끼는
도무지가 이놈의 하루가 끝나지를 않는구나-생각했다
===== 피사진 있으니 비위약한 이드녀들은 스크롤 내리지 마세요 ======
[핏방울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는데 간호사가 메인바늘을 만지작 거리는가 십더니
윽! 소리가 나게 아팠다
간호사가 심하게 당황하는가 싶더니 앗, 아, 음, 앗, 어, 계속 한단어로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갔다
앞은 안보이고 뭔일인가 싶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저거 다 피야??
그때 뚝뚝뚝 제법 빠르게 물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몸을 일으켜 안경을 쓰고 살피니
내 팔뚝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에 피바다를 만드는 소리였다
작가 돈주기 ![]() |
쾌차하세요
|
||
wpfl | ||
언니 몸이 먼저다
한 학원에서 6년 있는거 꽤 좋은 경력아닌가?? 조급해하지말구 몸 잘 챙겨요 화이팅 |
||
![]() |
||
행텐언니 푹 쉬고 몸 잘 고치고 건강해지자
|
||
so**** | ||
자신을 위해서 좀 살자 이걸 계기로
|
||
![]() |
||
몸도 그리 아픈데 가족들까지 심란하게 하네..
나도 너무 힘들때 여동생이 비슷한 짓을 해서 감정이입된다 행텐언니 괜찮아졌을까 이전 글 자주 들여다 봤는데 아직 완쾌는 안되었지만 이렇게 멋진 글 써줄 정도로 조금은 나아졌나 싶기도 하고. 간호사는 왜저렇게 띨빵하노 한마디 해라ㅠㅠ 산호는 잘 있지요. 치료 마저 잘 받고 빨리 낫기를 |
||
![]() |
||
보노보노 짱난다 씨
|
||
![]() |
||
죽겠다는 놈이 헹텐언니 마음 고생시키네 ;; 손절해부러. 그리고 차게 식은 카레 언니처럼 남자 잘 잡아서 행쑈하기를 기원해!
|
||
삐약 | ||
잘 다 나을 것이다
|
||
문학필명 | ||
눈누난나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