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만 타이페이에서 여자 혼자 여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다. 영어가 굉장히 잘 통하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그렇다 치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노인들이 영어를 자유 자재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놀라게 된다. 요즘은 홍콩보다도 영어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위스키 바에서 우연히 만난 50대 손님들은 자기네가 아주 열렬한 시가 애호가임을 영국 억양이 들어간 영어로 능숙하게 알려주었고, 스시 집에서 만난 노인 부부는 나에게 '이 곳은 예약하기 힘든 곳인데 외국인 아가씨가 용케도 찾아왔다'며 토익 스피킹 듣기 파일 수준으로 말을 걸어왔다.
굳이 외국어 교육 수준이 낮은 전통시장 골목의 독거노인과 친해지고 싶은 것만 아니라면, 중국어를 하나도 못 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대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또한 타이페이인들은 마치 중국어를 쓰는 일본인들같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문 잡아주기', '행인끼리 부딪치면 미안하다고 하기', '실례합니다 라는 말 자주 쓰기' 를 대만인들은 능수능란하게 숨 쉬듯 이행한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 장소가 조용하기도 하다. 사이보그 수준의 조용함은 아니지만, 최소한 스위스 노인정 수준의 조용함이 보장된다.
대체 누가 대만이 한국보다 뒤떨어진 나라라고 무시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직접 가 보면 한국보다 시민 의식 수준이 훨씬 높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사실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조차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언뜻 보기에 건물이 허름하고 사람들의 차림새도 후줄근한 탓에 안목이 얄팍한 자들이 함부로 대만을 과소평가한 탓이 큰 듯한데, 아열대 지방이라 더워서 반듯한 수트 차림으로 거리를 다니기 힘든 기후적 요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이페이와 서울의 가장 비싼 동네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도 아직은 한국의 '끗발'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난다.
서울에서 가장 허세롭고 화려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은 대략 해봐야 청담동 로데오부터 갤러리아 백화점을 지나 도산공원 근처의 조용한 상점들을 아우르는 지역, 그리고 삼성동 현대백화점 주변 정도이다.
이에 반해 타이페이에는 블럭 전체가 '상권 구역' 이라는 이름 아래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아래의 신이(Xinyi) 지구의 야경을 보면, 사진에 나와있는 불 켜진 빌딩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백화점이다.
일본의 미츠쿠시 백화점 체인, Breeze, Bellavita 등 초대형급 백화점만 13채가 나란히 모여있고, 그 중에 있던 명품관 건물 한 채에는 이름조차 처음 듣는 브랜드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 쇼핑객들의 차림새도 예사롭지 않게 화려하다.
두 나라의 경제 수치를 놓고 보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 국민총소득은 두 나라가 비슷하다 (한국 22위, 대만 26위인 식)
그런데 비교물가수준을 보면 한국은 일본과 물가가 거의 같은데, 대만은 40위권 바깥에 있다.
버는 돈은 같은데,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대만인이 훨씬 돈을 덜 쓴다는 뜻이다. 당연히 남는 돈도 많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부동산 가격은 타이페이가 서울의 2배 수준이다)
타고난 기후에서 오는 월등한 품질의 식재료, 수천년 이어온 오래된 중국문화, 그럼에도 그들과의 과거 전쟁탓에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는 강조를 하느라 풍겨지는 서구적 매너와 여유, 거기에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 체제가 깔린 타이페이가 서울보다 뒤떨어지는 도시라고 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인감증명을 제출하는 꼴이다.
1. 한국은 박물관이 영 별로라, 세계 4대 박물관이 있는 나라를 생각하다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볍게 다녀오고 싶었다.
그래서 고궁박물관(National Palace Museum)에 갔어야 하는데, 대만국립박물관(National Taiwan Museum)으로 잘못 갔다.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아무 설명도 알아들을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대만 땅에 있던 원주민의 삶부터 자연 환경까지, 대만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사항들이 분야별로 기록돼 있다.
만지지 말고 사진찍지 말라는 경고 문구만 영어로 얄밉게 병기해 놓았길래, 경고 문구를 무시하고 사진을 찍어댔다. 게으른 박물관 관리인들은 보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
내가 대만 국립박물관에서 알게 된 사실이라고는, 대만 원주민들은 문신을 했다는 것 뿐이다.
2. 대만에는 꿀과 알로에 과육을 함께 넣은 얼음 음료가 자주 보인다. 어딜 가도 품질은 비슷하며, 찬 꿀물에 알로에 과육이 말캉하게 씹힌다고 상상하면 딱 그대로의 맛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것보다 훨씬 큰 청량감을 주었다. 식재료가 풍부한 나라라 그런지 꿀을 아낌없이 넣어주고도 저 큰 음료가 2000원 안팎이다. 이후 내가 이 도시에서 먹은 모든 음료는 2500원을 넘지 않았다.
3. 지도에 템플이랍시고 떡하니 별표까지 달아놓았길래 무더위를 헤치고 찾아가봤는데, 아무리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이렇게 부티가 흐르는 절간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서초동의 부자 대형교회 분위기다.
부처 셋이 동업해서 금융지주사라도 차린 듯한 느낌으로 대리석 회당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만약 대형 기업체가 이곳에 본사를 꾸렸다면 대표이사가 응당 앉아야 할 자리에 불상이 놓여 있다.
사실 불상이라기보단 사채업의 화신이라도 강림한듯한 위압감을 준다. 확실히 나보다 삼조배는 부자인듯 보여서, 가진 부를 조금만 나눠달라고 속으로 빌고 나왔다. 헌금을 받는 함조차 없고, 오히려 찾아온 나에게 생수병을 증정해준 부유한 절이었다.
4. 타이베이 시 끝자락에 있는 용산사는, 앞서 보고 온 부유한 절에 비하면 확실히 역사적인 랜드마크로 보였다.
전각마다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절은 향내가 진동한다. 모든 방문객에게 향을 무료로 나누어주어 다들 그 향을 피우며 기도하기 때문이다.
찾아온 사람들은 추가로 돈을 내고 양초나 과일, 꽃을 사서 여기저기 차려놓은 제단에 바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절에 도착해서 향을 피우자마자 비가 한시간 가량이나 쏟아져서 잠시 갈데가 없어진 나는, 마치 원래부터 열렬한 불교 신자였다는 듯 그 어떤 대만 토박이들보다 많은 돈을 들여 양초도 태우고 점괘도 보고 모든 불상마다 삼배를 올리며 시간을 보냈다.
5. 대만은 길가에 서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종종 보였다. 특히나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맛집이 많은데, 의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어릴 적 음식을 바른 자세로 앉아 먹지 않으면 평생 재수없을 일은 다 겪기라도 할것처럼 엄하게 저주를 퍼붓곤 하셨는데, 이 곳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음식 예절이란 뭔지 그 근원부터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하여튼 곱창국수라는 것은 동남아식 향신료가 들어간 국물에 쌀국수와 삶은 곱창을 넣고 고수라는 풀로 마무리하는 음식인데, 베트남 쌀국수보다 더 진하고 칼칼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아주 맛이 좋으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생각날 음식이다. 내일 한번 더 찾아가 조리법이라도 묻고 싶을 지경으로 중독성이 강하다.
6. 나라는 다르지만 근본은 같은 중국인 아니랄까봐 규모를 과시하는 기념 건축물이 많이 보였다. 그 중 장개석 기념관은 단연 으뜸이다. 한국으로 치면 세종문화회관+이승만기념관+국립극장+독립문이 엄청나게 큰 하나의 광장을 두고 각각 동서남북에 자리하고 있다.
사실 한국인이 이승만에 대해 갖는 존경심이랄 것의 크기를 생각하면 비교가 불가능할만큼 이곳 사람들이 장제스에 표하는 경의는 어마어마하다.
물론 장제스에게는 전쟁에서 도망치다 자기 국민들로 가득 차 있던 한강 다리를 폭파시킨 죄가 없으므로 비교는 이쯤만 해 두기로 하겠다.
8. 대만 허세 시리즈는 사실 "한국은 소롱포가 별로라, 딘타이펑 본점을 찾아 대만으로 직접 왔다" 로 시작하려 했다.
직접 맛을 보니, 한국에 있는 딘타이펑과 전혀 다른 식당임을 알 수 있었다. 둘의 상호명이 그저 우연한 계기로 글씨체까지 일치해서 사람들이 분점으로 잘못 알게 된게 아닐까 싶을만큼 맛이 다르다.
만두피는 훨씬 더 얇고 쫄깃하며, 고기가 입안에서 탱글하게 씹힌다. 생강채와 초간장마저 한국에 있는 분점의 것과는 다르고, 무엇보다 만두 속에 있는 육즙이 한약재를 달인 양 진하고 걸쭉하다.
1차 허세는 이쯤 부리고, 내일은 실수하지 않고 고궁박물관으로 가야겠다.
ㅡ내일ㅡ
0. 전날 밤, 타이베이 시에 있는 괜찮은 시가 바를 추천받아 갔다.
그곳 주인인 단발머리 여사장은 미니원피스에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꽤나 섹시한 여자였다. 맹금류를 다루듯 가죽 장갑을 끼고 시가 창고를 이리저리 뒤져서 나에게 맞는 시가를 추천해주었는데, 흥미롭게도 그 여자는 고궁박물관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파리 루브르만큼이나 유명하고 거대한 소장 목록을 자랑한다고 말해주었더니 깜짝 놀라면서, 자기도 듣긴 했지만 그냥 정부에서 사기성 광고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어쨌거나 대만산 토종 위스키 카발란과 시가를 즐기고는 꽤나 취해서 그곳 단골들과 모두 친해진 느낌이 든 다음에야 숙소로 돌아왔다.
시가 바 주소를 추가하는 김에 호텔 칭찬도 한두 마디 덧붙일 것이 생각났다.
내가 타이페이에서 항상 가는 호텔은 샹그릴라, 만다린 오리엔탈, 리젠트 호텔이다.
샹그릴라는 호텔 인테리어 곳곳에 - 로비나 복도는 물론이고 객실 안에도- 명나라와 청나라 유물을 아무렇지 않게 갖다 놓았다.
방 이름에 이그제큐티브 글자가 붙은 곳부터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벽에 걸어둔 그림은 물론이고 욕실에 있는 작은 화병도 모두 수백 년 묵은 유물이다.
(객실 탁자 위에 “우리 호텔에 있는 유물” 이라는 두꺼운 카탈로그가 있어서 알게 되었다.)
또한 호텔 디폴트인 성경책과 더불어, 중국인답게 “부처의 가르침” 이라는 영문판 경전도 함께 놓여 있어서 왠지 동서양 귀신을 모두 막아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다린 오리엔탈의 객실은 샹그릴라에 비해 조금 더 아늑하고, 다양한 색감으로 화려하다. 민트 색을 테마로 한 객실은 청나라 말기 스타일의 가구와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세잔의 화려한 꽃다발 그림이 풍기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만다린 오리엔탈이 제격이다.
리젠트(Regent)는 룸서비스가 일품이다. 특히 메뉴판에 요란하게 써 있는 ‘CNN이 선정한 골드 금딱지 수상 획득! 고기국수’를 강력히 추천한다. 소면도 우동도 아닌 중간 굵기의 탱탱한 면발, 뜨끈하고 고소하고 깊은 맛의 고기 국물이 당신의 위장을 최소 3년쯤 건강하게 보호해 줄 것 같은 맛이다.
No. 406號, Section 4, Xinyi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6
+886 2 2738 2786
다음날 점심 무렵 방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느즈막히 일어났다. 어차피 소장품을 다 보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은 터라, 하루에 다 볼수 있을거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않은 채 서두르지 않았다.
1. 고궁 박물관의 건물 외관은 생각보다 이국적이다. 아열대 지방답게 야자수로 장식돼있어서 인도나 필리핀의 대통령궁쯤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화려하고 예쁘다.
유물의 재료에 따라 각각 그림, 문서, 도자기, 청동 관으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도자기 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서구 문물 없이 자기들이 만든것만으로도 세계 제일의 물량이라는 말을 듣고 내 다리보다 머리가 더 아파왔다.
(간단히 배경을 말하자면 과거 중국 본토에서 공산당과 민주당 간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공산당의 모택동이 승기를 잡을 것이 확실해지자 민주당을 이끌던 장개석이 민주주의자들을 데리고 지금의 대만섬으로 '도주' 하여 만든 나라가 대만이다.
그리고 퇴각하는 길에 북경의 자금성을 털어 모든 보물을 쓸어 담아 수십 척의 배에 실었는데, 그 모습을 본 모택동이 열 받은 나머지 '국보고 뭐고 장개석 놈이 갖게 하느니 수장시키자'면서 대포를 쏘아 몇 척을 침몰시켜버렸다. 그러고도 남은 부의 가치가 대만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고도 남아서 지금의 고궁박물관에 전시를 해 놓은 것이다.)
명대, 청대의 도자기가 가장 아름다웠는데, 그 색감이나 무늬를 넣는 수준이 감동적일만큼 다채롭고 정교하고 멋지다.
쨍한 연두색에 파랗고 빨간 잠자리를 그려넣는 과감한 색감을 보여주기도 했고, 밝은 파란색 화병 옆면에 구멍을 뚫어놓고는 안쪽에 옅은 물색 도자기를 한겹 더 집어넣고 구워서, 겉면의 도자기를 돌리면 안쪽 도자기에 그려진 붕어들이 구멍 사이사이로 헤엄치는듯이 보이게 했다.
이 기법은 너무나 어려워서 중국 역사를 통틀어 청대에 등장한 단 한명의 장인이 겨우 세 점만 완성했다고 한다.
조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다녔는데도 들어가지도 못한 전시관이 남아 있어서 과감하게 포기하고 나왔다. 지하 창고에는 현재 전시된 유물의 30배 가량이 보관되어 있고, 3개월마다 조금씩 꺼내서 전시품을 바꿔준다고 한다.
꼭 유물때문이 아니더라도 시가 바에 있던 섹시한 언니를 다시 만나러 조만간 타이베이에 재방문할 계획이다.
2. 한국에서의 일식은 슬슬 별로라, 해산물의 크기부터 다른 대만에서의 일식은 어떤지 기대하며 지금 타이베이에서 가장 핫하다는 일식집을 찾아갔다.
사실 내가 체류하는동안 찾아다닌 음식점은 모두 앞서 갔던 음식점 주인이 추천해준 곳이다. 첫날 위스키바에서 만난 프랑스인 바텐더가 프랑스 요리점을 추천해주었고, 다시 그곳에서 주방장과 수다를 떨다가 일식집을 알아낸 식이다.
프랑스요리 주방장과 위스키 바 주인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와 음식의 종류들을 듣고는 적잖이 놀라면서 한국에 다음달쯤 방문할 예정인데 갈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음식점과 바 목록을 두어개 알려주고는 내가 보냈다고 하면 잘해줄거라며 허세를 부렸다. 어차피 옆에서 듣고 평가할 한국인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나의 허세는 더욱 하늘을 찔러 피가 나게 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프랑스요리집은 RAW
No. 301號, Lequn 3rd Road, Zhongsh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491
+886 2 8501 5800
https://goo.gl/maps/X4DqfJRWWZUvUUee6
하여튼 예약조차 힘든 일식집을 급조한 인맥을 통해 갈 수 있었는데, (프랑스요리집 쉐프가 예약을 해주었다.) 이 곳에서 먹은 일본 요리는 대만의 맛과 조금씩 섞여 있었고 단연 내가 먹어본 요리들 중 가장 맛있고 창의적이었다.
요즘 세계 레스토랑의 트렌드인 양 이곳도 메뉴판이 없었고 주방장에게 금액을 맞춰 부른다든가, 혹은 먹고싶은 요리를 생각나는대로 주문하는 식이었다.
나는 허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라 바에 앉아서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비용은 상관 없으니 모든 요리를 종류별로 한 조각씩 달라고 했다.
나를 전담한 요리사가 잘생겨서 그런 탓인지, 그 잘생긴 요리사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자주 말을 걸어온 탓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땅에 와서 광기가 서린 탓인지 몰라도 제까짓게 저녁밥인데 백만원 넘게 나오랴 싶었다.
송로 버섯을 마와 함께 갈아 죽을 만들어 정성을 보여주었고, 노란 옥수수로 두부를 만들어서 새로운 맛도 알게 되었다.
대만 토종 개구리 튀김, 성게알 튀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치 뱃살 덩어리에서 갓 썰어낸 오도로와 주도로, 해조류를 얹어 살짝 구워내 암염을 뿌린 광어뱃살, 그리고 금상첨화로 옆테이블 손님들과 모두 수다를 떨며 친해진 후 얻어낸 24년묵은 고량주로 장식하니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비용은 20만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鮨 野村 のむら (스시 노무라)
No. 4, Alley 19, Lane 300, Section 4, Ren'ai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6
+886 2 2707 7518
https://goo.gl/maps/Ria5f2RKUjg2gF9m8
3. 한국은 온천이 영 별로라, 세계에서 두 군데밖에 없다는 라듐-유황 온천이 있는 대만의 양명산으로 갔다.
일본과 더불어 이 곳에 있는 온천은 타이베이 시에 붙어있는 화산 전체에 걸쳐 있는데, 산 입구에 도달하자마자 계란 썩는 유황 냄새가 물씬 풍겨왔고 곳곳에 온천을 이용한 식당이나 숙박 업소가 즐비했다.
허세의 광기가 채 가시지 않은 나는 그곳에서 가장 시설이 좋아서 사람이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갔다.
90분 이용 기준에 개인 룸을 빌려 은밀하게 즐길 수도 있고 그 비용의 반값으로 공용 온천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공용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대부분 저렴한 온천 업소를 이용하느라 현재 이 곳에는 아무도 없으니 한적하게 있을 수 있다며 종업원이 추천했다. 평일 대낮에 간 덕분인지 혼자서 신나게 즐겼다.
뿌연 색의 온천에 담그자마자 온 몸의 피로가 풀렸고, 진한 유황 냄새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역하기는커녕 피부가 더 좋아질거라는 확신이 들게 할 뿐이었다.
여기저기 작은 냉장고에는 숯으로 걸러냈다는 생수가 생과일들과 함께 손만 뻗으면 먹을 수 있도록 차가운 상태로 보관돼 있고, 선베드에는 최신호 잡지가 구비되어 있었으며, 높다란 천장을 보고 온천에 누워있으니 나즈막이 비파 연주가 들렸다. 한국에서는 이제 어떤 온천도 못갈 것 같다.
Grand View Resort Beitou Hotel (그랜드 뷰 리조트 베이터우)
No. 30號, Youya Road, Beitou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12
+886 2 2898 8888
https://goo.gl/maps/uvQ5ZmEeoVL6SjhR8
작가 돈주기 |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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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 | ||
재밌게 잘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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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 | ||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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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 ||
이글 주기적으로 생각나서 보러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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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 ||
대만 별로라는 말만 들었는데 아니군요 ^^
Lost taipie 들으면서 거닐어보고 싶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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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 ||
대만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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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 | ||
헑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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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 ||
얼마전 타이베이 다녀왔는데 이걸 이제 보네.다음에 갈때 참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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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 | ||
선댓글 후 감상 ❤️ 천천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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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유튜브... | ||
내가 들은 대만이랑 완전 다르잖아
현지에서 8년 산 사람 왈 개별로라던데 여기올라온걸 누리면서 살려면 어느동네에서 살아야 접근성이 높아지는거야? 대만도 천차만별인건 맞을것같아 모르니까 더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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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킹 | ||
아아 다시봐도 참 행복하네요 장개석 기념관 저기 밤되도 예쁘구나. 대만국립박물관은 228평화공원 안에 있어서 저거 다 보고 나와서 공원 거닐어도 참 좋음. 딴데 있는 역사박물관은 현재(2022/12) 임시 휴업이라 못 가뮤ㅠ
글고 융캉제쪽에 있는 딘타이펑 본점은 사람이 늘 많으니 줄이 너모 길구나 싶으면 중산역 미츠코시 백화점 내부에 위치한 딘타이펑으로 가세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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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생팬 | ||
별로라+언년 콤보 맞고 대만 갔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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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 ||
너무 재밌당 ㅎㅎㅎ 개인적으로 고궁박물관 루브르보다 재밌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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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 ||
가보리라 곱창국수,, 시가바,,
로라와 함께하믄 서울도 새로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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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ji147 | ||
너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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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광... | ||
이거 허세 아닌데요,
찐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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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 | ||
어! 이거 나중애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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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잠이... | ||
내가 대만을 다섯번을 갔는데 죄다 싸게 간 거라서 저 중에서 간 곳은 장개석 기념관이랑 고궁박물관 뿐이다.
온천은 갔는데 싼 곳에 감ㅋㅋㅋ 여윽시 돈을 팍팍 써서 가면 때깔부터 다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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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 ||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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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덕 | ||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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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좋은찌... | ||
우와 대만 가고싶다 진짜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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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 | ||
너무 훌륭한 후기 언니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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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 ||
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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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자 | ||
좋넹 나도 다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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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gyupapa | ||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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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장 | ||
글 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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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마마 대만 별로라고 들어서 생각도 안하고있던 관광진데 이글보니마음이 바뀜
돈준다! 고마워언니 앞으로도 여행기 많이 써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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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 | ||
대만 안가고싶었는데 언니글 보니까 가고싶다! 달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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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찌 | ||
대만에 대해 생각을 바꿨다... 우물 속 개구리였던 나에게 대만 여행 뽐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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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 ||
대만 추억 돋네
로라는 취향도 고급지고 글도 고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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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게 ... | ||
오!!! 고마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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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 ||
간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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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달 | ||
나도 갈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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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지애미 | ||
나도 곱창국수 땜에 타이페이 다시 가고싶었는데 ㅜ !!! 그리고 시가빠 주소좀 알려주십쇼 ...!!! 달러들게요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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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년 | ||
어쩜 이케 표현력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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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넛라떼 | ||
대만 별로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여행을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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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ㅇㅇ 대만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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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an | ||
대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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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호기심 생겨 꼭 가볼란다.. 거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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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 ||
지우지 말아죵 달러줘썽 나중에 꼭 대만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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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 ||
지우지 말아죵 달러줘썽 나중에 꼭 대만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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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 ||
언니 한국 bar도 부탁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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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 ||
별로라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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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 ||
올 겨울엔 타이페이 일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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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 | ||
여행 진짜 간지터지네 로라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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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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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 ||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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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 ||
여행기 좋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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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돈줄게 | ||
너무 재밌고 알차다. 별로라 당신은 최고야. 따흐흑.
대만 관심 없었는데 이거 보고 언젠가 가보기로 맘 먹었어요. 이건 유료콘텐츠로 올려야 할 고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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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패 | ||
여행기 짱! 이거 읽으니까 대만에 가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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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 ||
시가바공유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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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바이유어네임 | ||
난 왜 이렇게 즐기지 못하였는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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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과 안... | ||
돈드렸어 ㅋㅋㅋ
앞으로도 기대할게 ㅋㅋ 한가지 부탁이 있다면 음식사진은 좀더 많이 보여줘도 돼 ㅋㅋ설명을 더 길게 해줘도되고 - 개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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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 | ||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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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거... | ||
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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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 ||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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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 ||
로라언니 돈드렸습니다. 근데 구글맵 링크가 클릭이 안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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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g | ||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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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 | ||
ㅋㅋ 그래서 별로라얌??? 한국은 영 별로라... 잘 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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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쿠라 | ||
타이페이 또 가고 싶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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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 ||
끄앙 이런 허세를 부릴수 있다니
넘나 좋았겠다! 사진 글 다 잘봤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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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 | ||
오 타이페이 뽐뿌왔엉!
사실 난 언니가 추천해준 한국 식당이 더 궁굼함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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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지 | ||
잼나게 잘 읽었음. 글써줘서 고마우이. 질문. 언니는 중국어를 잘한거임? 아님 영어로 대화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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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 ||
헠 핰 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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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러 | ||
언니달러드림ㅋ 곧 타이베이가는데 프랑스식당이랑 일식집이랑 온천 이름좀 알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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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 ||
뇽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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