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이 말 자체가 옳지 않은 건 알고있지만
저는 자꾸 그렇게 느껴져요.
약이 맞지도 않고, 병명도 틀려서
6월 8일부터 약을 안먹다가
오늘 새로 생긴 정신과를 처음 갔는데
심한 우울증이라고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이였어요.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2년만 시간을 주면 저를 터널에서 빼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기능이 떨어져서 부정적인 생각, 자살사고가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가 스스로 죽었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혹시나 그런 마음이 들어도 그냥 저를 불쌍하게 여겨주시고 한번만 슬퍼해주세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저를 잊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죽고 나서 저를 미워하거나 나약한 인간이라고 폄하한다면 저는 정말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제발 모범을 보이지 못한 저를 너그럽게 봐주세요.
죄송합니다.
의사선생님이 다음주 화요일까지 약속을 하나 하쟀는데
죽지말아달라는 것이였습니다. 자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났어요.
누구의 탓도 하지 말아주세요.
누구의 탓이 있던 없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만들어진거에요.
만약 평행우주라는게 있다면 그 세상에서 저 혹은 다른 누구가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상황들이 만들어져서 그 세계에서는 저는 행복하게 같이 웃고 있을 거에요.
이런 생각들을 하실 수 있다면 슬픔이 덜어지지 않을까요..
삶의 의미란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만으로 죽고싶긴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까지는 동기가 부족했어요.
죽는 것도 아프고 끔찍할까봐 무서웠구요.
근데 오늘 병원에 가니 그런 생각들도 호르몬이 분비가 안되서 뇌기능이 떨어져서라더군요.
그래서 약 효과가 나타나는 9개월정도까지 아니 이년까지는 살아보려고 했는데...
오늘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에게도 병원에 갔다왔다는 사실을 전할 수가 없었어요.
돈도 알바한 제 돈으로 냈구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아프다는 소리를 할 수가, 이해해달라는 말로 비춰질까 제가 뻔뻔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모님은 돈 얘기를 하고 계셨고, 심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무능력한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고생하는 것도 보기가 싫고, 이대로 계속 살면 아버지가 저를 미워하게 될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 미워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아니면 그 고생을 하시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
로또만 된다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더 행복해지시고 저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을텐데
저는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이상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지 못한 것때문에 자신을 자책하고, 급기야 나에게 잘해주지 못해 나를 미워하게 되는 상황이 싫었습니다.
반대로 저도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나를 미워하게되고 급기야 상대가 보기싫어지는 상황이 싫고 무서웠습니다.
결국 모두 사랑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슬프게 죽는 것이 아닙니다.
슬프긴 하지만, 사랑의 마음이 더럽혀지는게 싫어서 선택한거니까 저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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