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지난 2화에서 예고한대로 3화는 시판 핫케이크 믹스로 빵실하게 부푼 완벽한 핫케이크 만드는 비법, 그리고 그 핫케이크에 끼얹어 먹으면 새콤달콤 과즙 팡팡 터지는 딸기 콤포트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일단 레시피 소개에 앞서 프레젠테이션. 

핫케이크를 한꺼번에 만들어서 냉동해두면 여기다 뭘 매치해서 브런치를 차려 먹을 것인가? 일단 보고 시작하자. 

핫케이크 브런치의 예시 1.

오늘 소개할 궁극의 핫케이크에 알라 크림치즈와 살짝 얼린 고메 버터(무염)를 얹고 딸기 콤포트를 끼얹은 모습이다. 

핫케이크, 호두와 구운 아몬드, 삶은 달걀과 기름 뺀 통조림 참치를 얹은 참나물 샐러드, 아이스 아메리카노(디카페인). 

핫케이크 브런치의 예시2. 

핫케이크+고메 버터(무염)+메이플 시럽, 체다 치즈 오믈렛, 어린잎•당근•가시오이 샐러드, 미니사과와 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핫케이크 브런치의 예시3. 

핫케이크+알라 크림치즈+살구잼(홈메이드), 사과 슬라이스와 구운 아몬드, 삶은 달걀과 기름 뺀 통조림 참치를 토핑한 토마토 참나물 샐러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핫케이크 브런치의 예시4. 

핫케이크+알라 크림치즈+자두잼(홈메이드)+生블루베리, 스크렘블 에그, 구운 채소 샐러드, 냉침한 우롱차. 

사진에는 없지만 구운 소시지(부어스트)와 매치해도 어울린다. 


이렇게 버터를 얹어서 메이플 시럽을 뿌려먹거나, 

크림치즈와 산미가 강한 잼을 얹거나,

제철 과일을 올려도 좋고, 

딸기 콤포트를 끼얹으면 새콤달콤하게 스며들어 꿀맛이고,(핫케이크 다음에 소개)

먹고 애매하게 남은 과일을 잘게 썰어 올려도 좋다. 

키위, 블루베리, 복숭아, 딸기를 추천. 사진은 잘게 썬 천도+살구잼+크림치즈를 토핑한 버전. 

필요한 재료와 ‘꼭’ 필요한 도구는 위와 같다.

꼭 필요한 도구 중 하나라도 없으면 걍 하지마ㅋㅋ. 

시중에 나온 모든 종류의 핫케이크 믹스를 사 먹어봤는데 한국산 중에는 이게 제일 낫다. 잘 부풀고 식감이 촉촉하고 가성비 괜찮음. 오뚜기보다 높게 부품. 

1. 달걀 2개는 볼 2개에 흰자와 노른자를 각기 분리해 담아둔다. 흰자로 머랭을 칠 거라서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달걀이어야 한다. 미지근하면 머랭 거품 안 올라옴. 

2. 분리한 흰자에는 노른자나 물이 없어야 한다. 흰자가 차갑지 않거나, 볼에 물기가 있거나, 분리하다가 노른자가 들어가 있다면 머랭 거품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으니 주의할 것. 

3. 전동 핸드믹서를 저속으로 10초간 틀어 흰자를 살짝 저으며 풀어준 후 고속으로 올려 거품을 낸다. 믹서를 멈추고 날을 천천히 들어 올렸을 때 거품이 뿔처럼 뿅 하고 단단히 서 있다면 잘 된 거다. 

4. 볼을 뒤집어도 흘러내리는 게 없으면 머랭이 제대로 된 거다. 물론 잘못해서 흘러내리면 대참사가 일어나므로 볼 뒤집는 건 머랭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재미삼아 하길. 

5. 다 친 머랭은 한 켠에 두고, 이젠 노른자와 우유를 섞는다. 우유는 봉지 뒤에 나온 권장량대로 계량해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머랭 칠 때 쓴 전동 핸드믹서를 안 쓰고 손으로 하는 이유? 묽어서 사방에 다 튀기 십상이라. 

6. 내 팔이 기계가 됐다 생각하고 열심히 저어서 거품이 이렇게 올라올 만큼 저어준다. 

7. 노른자와 우유 섞은 것은 잠시 두고, 핫케이크 믹스 1봉 전량을 고운 체에 쳐서 별도의 볼에 담는다. 

8. 체에 친 가루는 2-3회에 나누어 노른자와 우유 섞은 것에 넣어 섞는다. 섞을 때는 주걱이나 베이킹용 실리콘 알뜰 주걱으로 바닥을 크게 뒤집어 액체를 가루에 덧씌운다는 느낌으로. 부침개 반죽하듯 열심히 저어주는 느낌 아니다. 살며~~시, 흰 가루가 보이지 않게, 큰 덩어리만 없애자는 식으로 할 것. 

9. 요 정도 느낌. 

10. 여기에 마요네즈 2큰술 넣고 살살 섞어준다. 논콜 마요 이런 거 안 된다. 꼭 오리지날 마요네즈여야만 함. 마요네즈의 기름 덕분에 핫케이크가 더 잘 부풀고 기공이 고와진다. 살살 녹는 식감에 살짝 고소한 끝맛까지. 게다가 팬에 기름이나 버터 따로 두르지 않아도 된다. 아 물론 칼로리는 좀 올라간다.

11. 노른자+우유+가루 섞은 반죽에 머랭을 넣어 섞는다. 머랭은 2-3회에 걸쳐 나눠 넣을 것. 

섞는 방법: 세게 막 저으면 기껏 올린 머랭 거품이 다 꺼진다. 살며~~시 저어줄 것. 흰 덩어리가 크게만 안 남게 설렁설렁. 그렇다고 너무 안 섞여도 안 되니까 마지막에 바닥을 긁어 크게 한 번 뒤집어 주기. 

12. 코팅 쌩쌩한 코팅팬을 ‘약불’에 올린다. 

손바닥을 팬의 5cm정도 위에 대고 열기가 느껴지면 정중앙에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넣는다. 

지름이 일정하도록, 한 국자의 양만큼 되도록 동일한 양의 반죽을 흘려넣는다. 

기름을 두르면 핫케이크의 가장자리가 튀긴 것처럼 진한 갈색 테두리 자국이 남아 안 예쁘다. 그래서 기름은 일체 두르지 않는다. 어차피 코팅팬이고 게다가 마요네즈에 든 기름 덕분에 잘 뒤집어진다.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면 뒤집개를 살살 밀어넣어 연갈색이 되었나 살짝 본다. 색이 났으면 뒤집는다. 불은 계속 ‘약불’이다. 

*잘 뒤집으려면 뒤집개 모양이 중요하다. 

이렇게 얇은 뒤집개를 써야 예쁜 모양을 망가트리지 않고 살살 가장자리에 찔러넣고 들어올려 단숨에 홱 하고 뒤집을 수 있다. 두께가 있는 뒤집개로 하려 들면 가장자리 모양이 망가진다. 

13. 뒤집고 뚜껑을 닫아주면 속까지 익는 시간이 단축된다. 

커다란 팬에 두세 장 한꺼번에 굽는 것은 비추다. 팬 정중앙에 열이 몰리기 때문에 색이 고르게 안 나고 얼룩덜룩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보에 나올 듯 완벽한 색상을 내려면 정중앙에 한 장만 굽는 것이 정답이다. 뭐 맛만 있음 되지 라고 생각하면 상관없구. 

14. 이렇게 빵빵하게 부푼다. 식히면 조금 꺼지지만. 

양면의 색이 동일해지면 팬에서 꺼내 식힘망이나 채반 따위에 늘어놓고 한 김 식힌다. 

15. 이렇게 서로 완전히 겹쳐지진 않게 늘어놓고 뜨거운 수분을 날린다. 

16. 미지근하게 식었으면 밀폐용기나 지퍼락 밀폐 비닐 따위에 넣고 밀봉해서 냉동한다. 보관하다보면 핫케이크에 어느새 성에가 껴 있기도 하는데 맛에는 큰 영향이 없다. 

해동법: 당장 먹을 분량을 밀폐용기나 밀폐용기에 담아 상온에 둔다. 다 녹은 것은 먹기 직전에 전자렌지에 아주 잠깐 돌려 온기를 되돌린다. 오래 돌리면 수분이 빠져나와 퍽퍽해지니 주의. 나는 1100W짜리 렌지에 10초 돌리고 뒤집어서 5-6초 더 돌린다. 각자 전자렌지 출력 확인해보고 중간중간 끊어가면서 데우시오. 

언 핫케이크를 글라스락에 담아 보온 중인 전기밥솥에 넣어두면 금방 녹는다. 게다가 식감은 더없이 촉촉하고 따스하다. 통에 밥풀 좀 묻어도 상관없는 쿨녀라면 이 방법을 추천함. 

*냉동한 핫케이크는 밀봉에 신경써서 보관하고, 되도록 2달 안에 모두 먹도록. 

이어서 딸기 콤포트 레시피를 소개하겠다. 

재료는 위와 같다. 380ml 1병 분량이다. 

냉동실에서 화석이 되어가고 있던 냉동딸기를 탈탈 털어보았다. 

노브랜드 냉동딸기 싸고 양도 많고 좋았는데 이제 안 팔아. 그새 단종됐어. 그래도 마트에 각종 냉동 과일 많고 특히 딸기는 국산 냉동딸기도 꽤 리즈너블한 가격대로 팔고 있으니 참고해라. 


1. 냉동딸기 329g... 반올림해서 330g을 꺼낸다. 

2. 백설탕을 준비한다. 백설탕까지도 노브랜드네. 

3. 설탕은 딸기 무게의 60%만큼이 필요하다. 

잼 만들 때의 공식과도 같다. 

* 씨앗을 제거한 과육의 무게 x 0.6 = 필요한 설탕의 무게.*

4. 볼에 딸기와 설탕을 넣고,

5. 대충 섞은 후 랩이나 뚜껑으로 덮어둔 채 방치한다. 

6. 상온에서 45분 방치한 모습이다. 딸기가 녹는 동시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수분이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시간 남아 돌면 2시간 방치하길 추천. 

7. 볼의 내용물을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 뭉근하게 끓인다. 

8. 거품이 뜨면서 가장자리가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불을 약불로 줄인다. 주걱이나 숟가락으로 간간히 바닥을 긁어준다. 딸기 덩어리가 으깨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9. 거품은 다 걷어낸다. 

10. 걷어낸 거품은 모아놨다가 우유에 섞어 먹어봐. 상큼한 딸기우유 된다. 

11. 냄비에 올리고 20분 경과한 상태. 이쯤에서 맛을 한 번 본다. 새콤달콤 입에 짝 붙으면 괜찮게 된 거다. 여기서 농도 측정 들어간다. 

12. 투명한 컵에 찬물을 받는다. 콤포트의 국물(?)을 여기 한 방울 똑 떨어트린다. 물에 다 녹아 퍼지면 더 끓여야 하는 거고, 사진처럼 가장자리는 좀 퍼져도 전체적으로는 바닥에 가라앉아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다 된 거다. 가장자리가 아예 안 퍼지고 그대로 바닥에 똑 떨어지면, 축하합니다 콤포트가 아닌 잼을 득템하셨습니다. 

냉장보관하면 더 걸쭉하게 굳어진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농도보다 묽은 상태에서 불을 꺼야 한다. 

콤포트는 잼보다 묽어야 하기 때문에 어 이거 시럽 같네 싶을 정도의 묽은 농도가 완성 단계. 

13. 불을 끈 냄비 속에 시판 레몬즙을 1작은술 넣는다. 

*사진 속 레몬즙은 림미 레몬쥬스. 이마트에서 샀음. 

14. 딸기가 으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전체적으로 섞어준다. 

15. 열탕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16. 식힌 후 냉장보관한다. 사진은 찬물에 담가 빨리 식히는 모습. 냉장이면 1달, 냉동이면 5달 안에 모두 드시길. 잼보다 수분이 많고, 설탕과 과육의 비율이 1:1이 아니고 0.6:1이라 보존성이 떨어진다. 

<딸기 콤포트의 활용 예시>

예시 1. 플레인 요거트에 토핑. 

예시2. 롤빵을 반 갈라서 크림치즈 넣고 딸기 덩어리 팍팍 떠서 끼얹듯 바르기. 

예시3. 토스트한 두꺼운 빵에 크림치즈랑 같이 얹기. 잼보다 묽어서, 한 숟갈 빵 가운데에 턱 얹으면 펴 바를 것도 없이 스르륵 저 혼자 고루 퍼진다. 

예시4. 핫케이크에 끼얹기. 폭신폭신한 핫케이크에 새콤달콤하게 스며들어 엄청 맛있다. 행복해지는 맛. 

예시5. 국물(?)만 남았을 때, 바삭하게 토스트한 바게트에 크림치즈 바르고 마구 끼얹기. 

사진에는 없지만, 국물(?)만 남은 건 우유에 넣고 섞으면 딸기우유. 우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 듬뿍+ 국물(?) 많이 넣고 블렌더로 윙 갈면 딸기밀크셰이크. 이렇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알차게 먹을 수 있다!

밖에서 지쳐 너덜거리며 집에 가는 길, 

냉동실에 핫케이크, 냉장실엔 딸기 콤포트가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다. 

오늘 난 먹고 사느라 존나게 힘들었고 너무 바빠서 저녁은 편의점 김밥으로 때웠지만 내일은 휴일이고 멋진 브런치를 차려먹을 테야. 배경음악은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Look of Love 를 틀어야지. 분위기가 식단이랑 딱일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안 삼는 것이다. 때로는. 

끝.

*질문은 아래 링크의 게시판 글에 댓글로. 

https://m.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513305&page=1&sortType=1&schType=1&schTitle= 

*2020년7월 변동사항: 수차례의 실험결과 마요네즈는 절반으로 줄여 넣어도 효과가 유효했다. 레시피에 사용한 달걀 1개당 마요네즈 반 큰술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됨. 1큰술 넣어도 되고 2큰술 넣어도 됨. 2큰술 넣으면 더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얻을 수 있음. 1큰술 넣으면 마요네즈는 잘 부풀게 해 주는 부스터 역할+달라붙지 않게 돕는 촉매로써만 기능하고 맛에 큰 임팩트를 끼치지는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