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치원 때 동생은 애기였다.

우리는 항상 우리 방에서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애기는 내가 노는 동안 방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한창 놀다 보면 바닥에 갈색의 액체도 고체도 아닌 것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애기 기저귀에서 흘러나온 똥이었다.

애기는 똥을 싸도 울지도 않고 그냥 계속 기어 다녔고 똥을 엄청나게 많이 싸는 똥쟁이였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똥을 흘리고 다녔다.

바닥에 똥이 떨어져 있으면 엄마가 바닥에 있는 똥을 닦아 치우고 애기 기저귀를 갈아줬다.

나는 맨날 ‘우웩, 똥 흘렸어. 드러워.’ 이러면서 낄낄댔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나와 다른 가족들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책을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용건이 있어서 방으로 갔다.

방문 앞으로 가서 닫혀 있던 문을 열었는데,

아…. 지금 생각하면 그건 진짜 금단의 문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 문을 처음 연 사람이 나인 것도 참 끔찍한 일이었다.

아무튼 금단의 문을 열었고, 내 눈앞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애기가 방에서 혼자 기어 다니고 있었는데 방이 온통 똥 범벅이 되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데 애기 주제에 무슨 똥을 그렇게나 많이 싸서 흘리고 다닌거냐. 코끼리 새끼도 아니고. 진짜 어른도 그만큼 싸기는 힘들 듯한 정도의 양이었다.

방 여기저기에 똥이 묻어 있었고 내가 아끼던 책과 장난감에도 똥이 막 묻어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닐거야… 이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내가 허깨비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엄마를 불러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다 똥이 맞았다.

엄마 입에서 똥이라는 말이 나오자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애기는 바로 욕실로 옮겨졌다. 애기 기저귀를 벗기자 여태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똥이 많이 들어있었다. 애기새끼는 뭐가 웃긴지 까악까악 대면서 신나있었다. 심지어 엄마가 펼쳐놓은 기저귀에 있는 시꺼먼 똥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먹었다. 한두번 먹은게 아니라 여러 번 먹었다. 내가 그때 극혐이라는 단어를 알았으면 극혐이라고 했을것이다.

애기를 다 씻기고 나서 부모님은 우리 방을 치웠다. 닦을 수 있는 것은 닦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다 버렸는데 그 중에는 나중에 색칠하려고 아끼고 있었던 세일러문 색칠공부도 있었다. 세일러문 덕후였던 나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아까워서 더 크게 엉엉 울었다. 게다가 그건 친구가 자기 색칠공부 책에서 찢어 준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색칠공부 책같은 거 안 사줘서 더 아끼고 있던 거였다.

내가 초상난 것처럼 엉엉 우는 동안 부모님은 똥 묻은 걸 다 갖다 버리고 있었는데 이건 재활용인가 일반쓰레기인가 고민하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응가 폭탄 테러로 초토화됐던 방은 똥을 다 치워도 똥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버린 것도 많아서 휑해진 것 같았다.

겨우 울음을 멈추고 진정을 했는데 애기가 까악까악 거리면서 들이댔다. 너무 미워서 보기 싫은데도 막 들이댔다. 근데 입에서 똥냄새가 났다. 아가리 똥내 말고 진짜 똥에서 나는 똥냄새였다. 잘 보니 혓바닥도 갈색이었다. 가뜩이나 미워서 보기 싫은데 똥냄새도 지독하게 나고 갈색 혓바닥을 보니 아까 똥 찍어먹은게 다시 기억나서 너무나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저리 가라고 미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