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에 미쳐서 몇 년을 보냈다. CD 사재기에 미쳤었고 중2중2하던 시기에 나는 거의 문복씨 만큼이나 세상이 몰라주는 힙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사도 써볼까 생각했다. 다듀와 리쌍에게 굉장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나는 글쓰는 걸 좋아하니까 가사를 쓰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 시간이 훅 가버렸지.
그리고 1집까지의 타블로, 키비를 많이 좋아했다. 특히 키비의 '고3 후기'는 영원히 기억될 나의 인생곡 중 하나다. 키비를 무척 좋아했다. 그가 중앙대 심리학과를 나왔다길래 나도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질 정도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요즘 한국에서 선배님들이 된 래퍼란 래퍼는 그때 다 들었던 것 같다. 가리온이니 주석이니 TBNY니 앨범 사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 나는 TBNY의 '양키'를 짝사랑 했다. (이름이 양키임)
이제 나의 1호 보물은 CD들이 되었다. 100장 넘는 CD들을 보고 있으면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를 정도였다. 친구한테 집에 불나면 가장 먼저 챙길 것은 돈도 아니요 뭣도 아니요 내 CD들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맨날 CD 플레이어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 듣고, 그 세모난 iriver MP3 가지고 다니면서 귀 뚫리게 음악 들었다. 중2병과 힙찔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내 성향은 약간 다크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야 그냥 애들이랑 존나게 어울리고 연애하고 나가서 뛰어놀아" 이러고 싶지만 그때 들은 음악들이 삶의 자양분이 된 걸 부정할 순 없다. 힙합은 또 가사가 중요하니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고보니 개코의 가사도 정말 좋아했음.
나의 중2병이 중학교 시절에서 끝났느냐? NO.
나는 덕질의 맛을 일찍이 알아버린 것이다. 뭔가에 미치면 삶이 이렇게 재밌구나, 새로운 음악이 나올까봐, 더 좋은 명곡 명반이 나올까봐 죽을 수가 없구나. 덕분에 중2병은 앓았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안했다. 나는 인생 종교를 찾은마냥 매일 감사하며 살았다. 허나 나의 우머나이저 성향은 어디 안가서 힙합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음악들을 헥헥 거리며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요를 산높계깊으로 좋아했다. 특히 엠씨 더 맥스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덕통사고를 당해서 4집까지 엄청 좋아했다. 팬카페 가입해서 매일 활동하고 이수 제이 민혁 싸이도 맨-날 들어가서 구경했다. 여러분도 엠씨 더 맥스 멤버들의 말빨을 알면... 좋아했을 것이다. (흑역사) 심지어 지금은 기억을 도려내고 싶은데, SG 워너비의 김진호도 무척 좋아했다. 사시나무 떨듯 온몸의 힘을 가해 노래를 토해내는 그 모습이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수"라며 엄마와 동생에게 극찬했다. 돌았다 돌았어.
그 시기 좋아했던 팝가수들을 또 빼놓을 수 없다. 에미넴이 하도 까고 다니는 인간이 많아서 귀동냥으로 많은 팝가수들을 알 수 있었다. 막 데뷔한 에이브릴 라빈 1집도 좋아했고, 어셔도 좋아했고, 흑인음악에 푹 빠져버렸다. 참 인생 첨예하게도 살았네. 베이비페이스, 맥스웰, 브라이언 맥나잇, B2K 등등 흑인 음악 명반도 엄청 사모았다. 특히 맥스웰을 엄~청 좋아했다. 1집 사서 거의 매일 들은 것 같다. 얼굴 확인 후 탈덕할 뻔했지만 그 특유의 어글리 섹시를 좋아했음. 'Whenever Wherever Whatever~' 1집 수록곡은 다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덕통사고를 제대로 당하게 된다. 아주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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