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커 게시물 브금이 죽여주게 좋았는데, 당시 인터넷 서핑을 막 배우기 시작한 나는 미친 듯이 그 노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에미넴의 'Without me'였다. 난 아직도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비음에 하이톤인데도 매력적인 목소리, 특유의 깐족거림이 있는 에미넴의 엄청난 히트곡. 그때까진 힙합 스타일의 곡을 좋아했지 (알앤비나) 랩 음악을 딱히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난생 처음 랩 음악이라는 걸 접한 거다. 당시에는 에미넴이 '백인 랩퍼'인 게 큰 센세이션이었다. 나는 에미넴이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눈엔 그냥 백인1처럼 생겼다.) 나는 곧 에미넴의 전 앨범을 사모으는 데 혈안이 되었다. 에미넴 1집은 구하기 엄청 어려웠고 2집은 개명반이어서 아주 달고 살았다. 햐. 'Kill You'를 들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중1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나쁜 마음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지. 또 에미넴의 야한 뮤직비디오들이 나를 에미넴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야하고 폭력적인 거, 그걸 어떻게 피하냐? 나는 지금도 야동은 서양 야동만 보는데 에미넴 뮤비에 등장한 파멜라 앤더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다.
에미넴은 내가 힙합에 관심 갖게 해준 첫번째 인물이었다. 에미넴만 들을 수 있겠는가? 에미넴 친구들도 들어야지. 닥터 드레 앨범도 사고 스눕독도 알게 되고 당시 막 데뷔한 50센트도 엄청 좋아했다. 넬리도 좋아하고.
그러다가 힙합 플라야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에미넴 코리아'라는 에미넴 한국 팬사이트에서 활동하다가 (눈팅 80% + 질문글) 힙합 플라야를 알게 되어 헤비 유저가 되었다. 캬. 거기 국내힙합 게시판, 국외힙합 게시판이 꿀잼이었다. 진짜 개꿀잼. 맨날 웨스트니 이스트니 본토힙합이니 플로우가 어쩌고 라임이 어쩌고ㅋㅋㅋㅋ 거기서 힙합 관련 용어는 다 습득했다. 미술학원남자샘한테 힙합 덕후력 배틀 신청하며 "국내 힙합 보단 본토힙합이죠"라는 말도 지껄이고 그럤다. 아무튼 힙합 플라야를 매일 같이 접속하면서 국내 힙합씬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 동시에 팝송도 좋아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모르겠는데 당시 힙합 플라야에선 아이돌 랩퍼 얘기는 꺼낼 수도 없었고 주로 뭐더라 그 무브먼트... 드렁큰타이거가 수장으로 있던 힙합 레이블이랑 언더그라운드 힙합퍼들이 추앙을 받았다. 내 중1~중3 시절을 힙플에서 보냈기 때문에 참 추억이 많다.
일단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 JK를 절절하게 짝사랑했다. 팬카페도 가입했으니까. 사인회도 갔다. 중1 여자꼬마가 맨 첫번째에 서니까 드렁큰 멤버들이 몇 살이냐고 물어봤다. 손도 잡아주고 "ONE"이러면서 주먹고 쳐줘서 그날 밤 (상상) 딸딸이 쳤다. JK는 한글 연구한답시고 국어사전도 정독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한글 홍보 영상에도 출연) 교포래퍼라는 한계(?)를 스스로 깨부순 국내 힙합계의 큰 형님처럼 여겨졌다. 지금도 뮤지션으로선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도 윤미래랑 사귀고 있었다.
드렁큰타이거 듣다가 디지라는 랩퍼도 알게 됐다. 디지는 요즘 회사원(?) 된 것 같던데. 이 양반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지금 생각하면 더러운 한남충1일 뿐인데, 뭐 몇몇 곡은 좋았지만 (사실 좋았던 노래가 기억은 안 나네) 하필 중1 때 이 양반 노래를 들어가지고 트라우마가 컸다. 랩퍼들이 이말저말 떠드는 Skip에다가 이 양반이 섹스하는 소리를 넣어놨다. 여자 신음소리 나오고, 뭐 허리에 힘을 빼라느니 어쩌고 저쩌고... 물론 포르노를 어렸을 때 한번씩은 접해본다지만, 왜 하필 디지로 접했는지. 좋은 기억이 아니다. 요즘으로 치면 블랙넛 같은 양반이다. 그런데 블랙넛이 랩 더 잘하고 가사도 더 잘쓰는 것 같다.
나는 소울컴퍼니 랩퍼들이랑 에픽하이를 좋아했다. 에픽하이 언더시절 영상을 보고 쳐돌이가 되어버렸다. 학원 끝나자마자 장대 빗속을 뚫고 달려 가서 에픽하이 공중파 데뷔 첫 무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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