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이야기 (4개의 옷)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해병은 군복이 다르다. 육군 해군 공군과 군복에 들어가는 무늬가 다르다. 뭐가 다른지 먼저 봅시다.

 

 

위와 같은 차이 되시겠다. 저 옷을 ‘전투복’이라고 부른다. 왼쪽은 육군, 오른쪽은 해병대. 해군 애들도 왼쪽 전투복 받는 것 같던데 배에서는 근무복인가 함상복인가 하는 다른 옷 입고, 공군도 전투복 안 입고 셔츠에 슬랙스 같은 근무복 입고 일하는 걸로 안다. 

저런 전투복은 총 들고 적과 맞서 싸울 때 입는다. 활동이 편하고, 옷 재질도 튼튼하고, 몸을 숨기는 데에 아주 유리하니까. 아무튼 타군의 전투복은 저런 색과 패턴이 있다. 


그럼 무늬가 왜 다르냐, 해병대의 특수성 때문에 그렇다. 해병대 임무는 상륙작전이라고 누누이 쓴 적이 있다. 고로 바닷가에 맞춘 복장이 필요한 것. 바닷가엔 무엇이 있냐, 모래사장이 있고, 이끼 잔뜩 낀 바위가 있다. 그런 한국 해변가의 색과 패턴에 맞춘 전투복을 만든 것이다. 

참고로 왼쪽의 옷은 산지가 많은 한국 특성에 맞춘 것. 산에 있는 풀, 나무, 흙, 돌 같은 색에 잘 녹아들게 만든 것이다.

난 입대 전까지 저게 정말 실효성이 있나 궁금했거든. 사람인데 안 보일리가 있나. 정말 안 보인다. 저거 입고 풀숲에 가만히 숨어 있으면 절. 대. 안 보임. 코앞에 있어도 못 알아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안 보임. 저 전투복 두 개 다 말하는 거다. 


사실 해병대만 다르다고 말했는데 다른 부대도 있다. 카투사도 다르고, 육군 특전사도 다르고, udt 같은 특수부대도 다른 색과 다른 패턴의 전투복을 입는다. 또 노무현 대통령 때 중동 파병 나간 애들은 사막색 전투복을 입기도 했고. 

꼭 해병대만 다른 건 아니라는 소리. 그래도 해병대는 가오가 있어서 “우린 달라!” 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휴가, 외출 나온 애들 군복 보면 오른쪽 패턴은 잘 못 봤을 거. 근데 대부분 모를 거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 또 해병대 숫자가 애초에 많지 않기도 하고.

아무튼 저게 전투복이다. 근데 군화는 비슷해 보이지? 군화가 또 다르다. ‘전투화’라고 부르는데 육해공군 전투화는 가죽 느낌이다. 이건 다 똑같다. 해병대는 재질이 다르다. 같은 검은색이라도 쎄무 재질이다. 쎄무워커라고 부른다.

이건 정말 해병대 특징 때문인데 모래사장에서 뛸 때 쎄무 재질이 모래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하면 비교를 해본 적은 없는데 유독 다른 재질로 만드는 거면 진짜 그렇지 않을까? 

위 사진에서는 검은 쎄무워커인데 사실 요새는 검은 색이 아니다. 



위와 같은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딱 봐도 쎄무느낌 있지 않냐. 내가 군생활 할 때 복장이 바뀌던 시기라서 검은 쎄무랑 이거랑 같이 받았다. 처음 이 황토색 워커 보급할 당시 반발이 엄청났다. 해병대 하면 검은쎄무 딱 나오는데 근본도 없는 황토색 워커라니!! 하면서. 좀 트래킹 워커 같아 보이고 간지가 안 나긴 해. 특히 처음 나올 때 저 쎄무가 아닌 부분에, 좀 노란 황토색 부분, 정강이쪽이랑 발등 옆면 부분에 디지털 무늬가 들어갔었다. 제법 흉했음. 디자인적으로 별로여서 뺀 것 같음. 

아무튼 나는 검은쎄무워커보다 이걸 더 선호했다. 왜냐, 더 편했거든. 검은 세무워커가 좀 멋있긴 한데 바닥도 딱딱하고 군화줄 쪼았을 때 복숭아뼈랑 발목이랑 아프고 불편. 엄청 무겁기도 했고. 저 황토색 워커는 ‘비교적’ 가볍고 바닥도 ‘비교적’ 푹신해서 편하고 고어텍스도 들어갔고. 신기에 더 편했더라~ 하는 거다. 

전투화 특징이 있다. 방수가 존나게 완벽하다. 훈련 받는 동안 물웅덩이 같은 거, 그냥 참방참방 밟아도 물이 전혀 안 들어온다. 특히 비오는 날에도 신기에 아주 무난.

 

근데 확실히 멋들어지기는 검은쎄무가 훨씬 멋있다. 나는 두 개 다 받았다고 했는데 검은쎄무는 ‘정복’과 함께 신었다. 정복이 뭐냐,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는 옷이다. 해병대 정복은 북한군복처럼 생겼다.





이게 해병대 정복. 검은쎄무워커 신은 것 보이냐. 아무튼 저런 모자, 저런 상의와 하의, 검은쎄무. 이게 정복이다. 팔뚝의 짝대기 하나가 참 볼품이 없다. 4줄 달려야 좀 멋있는데 말이야. 

워커 얘기 하다 나온 거니 아래 사진도 보자. 




신형 전투화와 정복의 콜라보. 진짜 뭔가 구리지 않냐? 개인적으로 상의랑 신발 색이 같으면 정말 촌스러워 보이는데 같은 계열의 색이라 너무너무 싫더라. 오히려 저 뒤에 보이는 전투복에 황토색 신형 전투화는 좀 어울리긴 함. 




신형 전투화가 나오기 전에는 이렇게 검은쎄무랑 전투복을 입었다고. 이것도 괜찮은 듯. 저 쎄무워커도 휴가 나올 때 불광 내고 그랬다. 가죽도 아닌데 뭔 광을 내냐고? 검은 걸 더 검게 만드는 거지. 씨꺼멓게.


워커 얘기는 그만하고 정복 얘기로. 

전투복의 TPO는 전투 시, 전쟁터에서, 총을 쏠 때. 

정복의 TPO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장교, 부사관이 아닌 병들은 휴가 나올 때 정복을 입는다. 그러니까 휴가복임 그냥. 해군도 정복이 있고 한데 사실 해군 정복이 더 까리함. 완전 하얀색이거든. 해병대 정복은 좀 북한군 같잖아? 그래도 이게 참 기분 좋은 옷이다. 이거 입으면 휴가 가는 거거든. 

또 정복에는 좋은 추억이 많다. 7주 훈련 마치고 수료식 때, 부모님 오셨을 때 입었다. 7주 동안 한 번도 입어보지 않고, 드러워진 전투복만 입다가 깔쌈하게 정복 입고 부모님께 인사 드리는. 이거 훈련단에서 체적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거든. 각 잡아서 주기도 하고. 부모님 뵙는데 멋있어 보이라고. 

그 다음 아래 사진을 보자. 






이건 간부들이 입는 옷이다. 위에 자켓을 걸침. 장교, 부사관들이 저렇게 입는다. 진급식 가거나 징계 받으러 가거나 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그럼 병들은 뭘 걸치느냐, 코트를 걸친다. 





존나 옛날 누구 사진 어디서 긁어왔는데 나때까지도 저걸 입었다. 재질은 그냥 마이 부직포... 제법 무겁고 불편함. 그래도 짜세 아니겠냐. 저 사람은 되게 엉거주춤 서있긴 하지만...


저 코트는 한겨울에만 입는다. 입는 기간이 딱 정해져 있다. 그 전까지는 황토색 상의에 초록색 바지. 황토색 상의도 반팔과 긴팔 따로 있고.

아무튼 저 코트 한 번 입고 나가겠다고 휴가 날짜를 미루는 경우도 종종 있다. 좀 멋있게 입고 나가고 싶잖아? 애매하게 못 입는 시기에 휴가 나갈 바에 좀 늦게 나가서 코트 입고 가오 좀 부리자! 하는 거. 

저 코트는 중대마다 잔뜩 보관하고 있다. 돌려 입는 옷임.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옷 개수는 정해져 있고, 사람들 체형은 다양하다. 존나 뚱뚱한 놈들이나 왜소한 애들은 참 옷태가 잘 안 나게 되는 거. 그렇다고 자기 한 번 입자고 수선 할 수도 없고.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 정말 뚱뚱해서 코트 단추가 안 잠기는 애들은 행정관이 빠꾸시킨다. 전투복 입고 나가라고. 의외로 왜소한 애들은 자기 사이즈에 맞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팔이 좀 길거나 할 수도 있는데 어깨랑 통은 맞는 경우가 많고, 또 왜소한 애들이 적다 보니 휴가가 겹치지 않아서 의외로 딱 맞는 코트를 걸치고 나가곤 함.


휴가 나오기 전에 정말 난리가 난다. 며칠 전부터 워커 닦고, 정복 다리고, 모자에 앵커 닦고, 빨간명찰 닦아놓고. 이게 귀찮아서 전투복 입는 애들도 종종 있었다. 아참, 앵커가 뭐고 빨간명찰이 뭐냐. 





바로 이것들이다. 해병대의 상징들. 

위에가 앵카다. 앵카에 의미가 있다. 이것저것 갖다 붙인 건데 사실 미해병대 앵카랑 거의 똑같이 생김. 별 대신 동그라미. 독수리가 물고 있는 리본에는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라고 써있다. 

이 앵카는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아까 본 전투화에서도 찾을 수 있고, 사실 전투복 패턴 속에도 곳곳에 숨어있다. 커엽지?

아래는 빨간명찰이다. 빨간색은 피와 정열, 노란색은 땀과 인내를 의미한다. 이게 해병대의 가장 대표적이고 대표적인 상징이다. 훈련단 처음 들어가서 7주동안 훈련 받는 게 이 빨간명찰 하나 붙이기 위함이다. 실제로 훈단에서 훈련 받을 때는 노란색 명찰을 붙인다. 그러고 마지막 주에 딱 훈련 다 마쳤을 때 연병장(운동장)에 오와열 맞춰 서있으면 소대장님이 딱 와서 팡!! 붙이고 퍽!!! 하고 주먹으로 가슴팍 개쎄게 때려서 붙여줌. 그러고 수고했다, 축하한다! 해줌. 그때의 가슴통증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무튼 저 빨간명찰은 정복에도 달고, 전투복에도 단다. 육군은 국방색 명찰, 해군공군은 글씨만 하얀색 파란색인데 잘 구분 못함. 관심이 없어서... 이름표가 빨간색이다 하면 해병대구나 하면 됨. 

웃긴 놈이 하나 있었다. 의무병인데 해병대는 의무병과가 없어서 해군이 파견 나오는 식으로 근무한다. 해병대 의무관(의사) 의무담당(의사따까리, 부사관)은 해군 소속임. 해군 내에서 해병대로 빠지는 거, 그거 굉장히 똥밟는 거라고 그러던데, 훈련이 많고 빡세서. 물론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기니까. 아무튼 의무관 따까리의 따까리인 의무병놈이 있었다.

얘는 해군으로 처음 들어갔다가 의무병을 지원해서 의무병이 됐는데 해병대가 멋있어 보였다더라. 그래서 해병대로 왔다고 한다. 훈련은 해군에서 다 받고 해병대에 와서 총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훈련 나가면 맨날 앰뷸런스에서 쳐자빠져 자는 놈인데 해병대가 참 멋있어 보였다더라.

그래서 어느 날은 이새끼가 해병대 전투복을 어디서 구해왔다. 전역자가 버리고 가는 옷을 몰래 꽁쳐온 거. 그러고 입고 다니면서 군장점에 가가지고 빨간 명찰을 파왔다. 그냥 자기 마음대로. 그러고 맨날 해병대 전투복 입고 다니면서 해병인 척 까불었음. 휴가도 해병대옷 입고 나가고. 미친놈이었다. 

신병들 들어오면 그놈이 해병대 선임인 줄 알고 깍듯이 하고 그새끼도 경례 받아주고 그랬는데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거. 의무병은 해병도 아니고 훈련도 같이 안 하는데 말이야. 애가 사람이 좋고 귀엽고 친화력이 좋아서 다들 허허 웃으면서 대해줬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서 나도 선임 취급을 해주긴 했다. 문제는 이새끼 후임들이었다. 

의무병 한다는 건 사실 개꿀빨겠다는 소리다. 훈련 나가도 의무병은 아무것도 안 한다. 항시 대기하면서 사고 나면 바로 조치를 해야하니까. 근데 이새끼는 이상하게 오도돼서 해군 의무병 들어오면 후까시를 겁나 주고 기합을 빡세게 잡았음. 똥밟은 거지 진짜, 미친놈 만나서.

아무튼 전투복과 빨간 명찰 하면 이놈은 꼭 떠올라. 


전투복 보면 모자가 좀 특이하게 생겼는데 저게 팔각모라고 하는 거다. 뚜껑이 팔각형임. 



이렇게 각진 모자를 쓴다. 이 모자는 푹 눌러쓰는 게 아니다. 머리에 살짝 걸치는 거다. 해병대 돌격머리, 윗뚜껑만 남기고 옆뒤 싹 밀어버리는 헤어스타일인데 뚜껑만 샥 가리게 쓴다. 그리고 모자 챙이 눈을 반쯤 가리도록 조절하면 됨. 이게 공식적인 착용법이다. 

왜 팔각이냐, 뭐 화랑도였나 들먹이기도하고 세계 팔방으로 전투하러 갈 태세가 돼있다 뭐 그런 뜻이 있는데 사실 미해병대가 써서 쓰는 것 같음. 그게 맞겠지 뭐. 

이것도 나름의 멋의 기준이 있다. 전면에 보면 앵카가 있는데 이 앵카 부분에 하얀색이 많으면 그게 예쁜 팔각모다. 하하 웃기지? 아무도 모를 텐데.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인계사항이다. (이전 글 참고) 알상병이 되기 전까지는 각을 잡을 수가 없다. 뭐냐면 팔각의 기둥 옆면이 흐물흐물하잖아? 저 부분에 풀칠을 하고, 각대를 잡아서(판때기를 넣어서) 팔각이 딴딴하게 살아있도록 하는 거다. 팔각모 각잡는다고 표현한다. 이런 각잡힌 모자를 쓰고 있다면 최소 상병 5호봉이라는 뜻인데 요새는 뭐 이병도 각 잡아가지고 쓰더라. 해병이 짜세지 그래. 나는 좋게 본다. 

또 처음에는 챙부분이 평평하게 누에라 모자처럼 나오는데 저걸 볼캡처럼 둥글게 말아주기도 함. 이것도 짬의 상징. 그게 썼을 때 더 예쁘다고 하더라. 난 잘 모르겠어서 걍 대충 썼다. 각만 잡았다. 저거 둥글게 말아주려고 몇 주 몇 달씩 휴지심에 둘러가지고 묶어놓고 그지랄들 한다.


아무튼 여기까지 하면 대충 전투복, 정복은 알았으리라 본다. 전투복은 하계, 동계 나뉘어 있다. 하계 전투복은 아주 얇고 동계는 좀 두꺼움. 더 추워지면 야전상의, 야상을 입는다. 

그냥 뭐 똑같이 생겼는데 자켓 같은 거임. 좀 더 두껍고 튼튼하고 안감이 따로 있다. 입으면 좀 더 따뜻하긴 함. 근데 그냥 전투복이랑 다른 점이 어깨부분에 끈이 있다. 해병대 훈련병에서 이병이 되고, 실무에 처음 오면 선임이 저 끈을 투둑 툭 하고 좀 뜯어준다. 잘 보면 어깨 바깥 끝쪽이 제봉되어 있는데 그걸 튿어주는 거. 

육군은 저기에 초록색 띠를 달아서 분대장임을 나타낸다. 해병대는 그런 거 없다! 하는 의미에서 튿어주는 거임. 우린 달라 하고. 실제로 그런 거 안 붙이고 분대장이란 말도 안 씀. ‘생활반장’이라는 말을 쓴다. 생활반장들은 가슴팍에 휘장처럼 뱃지를 다는 부대도 있다. 이건 다 다름. 근데 딱히 안 붙이는 게 대부분임. 왜? 모든 건 기수제니까. 분대장이라고 따로 필요 없고 무조건 기수가 제일 높은 놈이 대빵임. 그거 모르는 사람 중대 내에 아무도 없어서 따로 표시 안 해줘도 되니까. 육군은 군번 꼬이고, 분대장을 생활실 2짱이 맡고 그런 것 때문에 따로 표식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고 전투복과 정복에 관해 두 가지 더 말하자면 고무링이 있다. 


고무링 사이즈는 참 다양하다. 훈련병이 처음 되면 맨 왼쪽을 나눠준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냐면 바지 입고 발목에 채워서 바지 밑단을 저 고무링 안으로 돌돌 말아 넣어주는 거임. 전투화 발목 위 끝까지 말아줌. 맵시가 참 곱게 나고, 활동하기 편해진다. 
해병대는 왕고무링. 맨 오른쪽. 저걸로 말면 바지태가 훨씬 나아진다. 근데 정강이가 좀 많이 쫄림. 그래서 난 3번 사이즈를 애용했고 휴가나 외박 나올 때 왕고무링 찼다. 근데 이거 왕고무링 금지 됐다고 한다. 짬 가득 찬 애들만 왕고무링 차고 다니고 그래서 위화감 조성한다고. 

다른 하나는 전투화 밑창이다. 옛날 해병대 영상 유튜브에서 찾아 보면 소대장들 걸어다닐 때 저벅 저벅 소리가 나고, 제식하면서 전투화 챡 부딪힐 때 챡 하는 소리가 난다. 이게 밑창 뜯어서 밑에 쇠구슬 넣은 거. 그러면 걸을 때 쟈박쟈박 소리 나고 제식할 때 소리가 챱 챱 나서 좀 짜세남. 나 군생활 할 때는 거의 사라진 추세였음. 딱 두 번 봄.


이 고무링 관련해서 추억이 하나 있다. 

첫휴가, 위로휴가 나갈 때. 맞선임이랑 부대 내 세탁소 가서 정복 체적 다시 하고, 빨래랑 각 잡아달라고 맡기고, 쎄무워커 광 내는 거 배우고, 정모(정복 모자)에 로션 발라서 광 내는 법 배우고. 그러고 휴가 전날 밤. 뒤지게 맞았다. 왜? 위로휴가가 배우느라. 해병대 싸가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적이 있는데, 위로휴가를 나가는 이병한테 맞선임이 위로휴가가를 가르쳐준다. 휴가 나가서 부모님 딱 뵀을 때 신고식을 하며 이 노래를 부르는 것. 무려 3절까지 있는 노래인데 (별로 길진 않음) 이걸 가르쳐줄 때 참 미개하게 가르쳐준다.

한 번 불러주고 불러봐. 못 부르면 싸대기를 맞는다. 또 불러준다. 당연히 못하지. 한 대 더 맞는다. 또 불러주고 또 맞고. 이지랄을 반복하는 것. 얼굴이 팅팅 붓게 때리지는 않는데 아주 기분 나쁘게 때림. 악에 받쳐서 다 배우면 이미 새벽녘. 그렇게 허겁지겁 잠에 빠져들고 다음날 일어났다. 

휴가 가는 아침, 빡세게 샤워를 하고 왔는데 이리 와보란다. 정복을 입혀주고 등에 나비 각 잡아주고, 벨트 빡세게 채워주고. 의자에 올라가 보란다. 올라갔더니 무릎을 꿇고 고무링 채워준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부모님 보고 싶지 다 안다, 어제 그랬던 건 좀 더 악기 있는 모습 보였으면 해서, 전통이 그러니까 한 거고, 너는 니 후임한테 하지 않아도 된다, 고생 많았다, 미안한 것도 있었고 하면서 옷 맵시를 다 잡아줬다. 그러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을 20만 원인가 30만 원인가 줬다. 다 입고 어깨를 탁탁 치면서 잘 갔다 오라고. 전날 밤 맞았던 귀쌰대기는 까맣게 잊고 감동에 가득차서 눈물이 찔끔 나려는데 우는 거 아니라면서 빨리 휴가 신고하고 가라고. 

빤딱빤짝 예쁜 공수휘장에 빤질거리는 빨간명찰에 빛나는 앵커와 각잡힌 정복을 입고 첫 휴가를 떠났지. 그날 아침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내 고무링을 채워주면서 이것저것 말하던 선임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리네. 

전날까지 줫나게 개털리긴 했어도 그런 말 한 마디면 싹 잊고 개처럼 헥헥 거리게 되는 그 엄청난 당근과 채찍이 바로 해병대의 재미가 아닌가 한다. 

사실 그 전날까지 진짜 사소한 걸로도 개털렸거든. 걸음걸이가 왜 그러냐, 목소리가 왜 그러냐, 정리 안 하냐, 빨리 안 하냐, 시덥잖은 걸로 엄청 뭐라 함. 진짜 너무할 정도로. 근데 사실 그게 다 빌드업이었던 것. 첫 휴가, 정말 달콤한 휴가로 보내고 오라고 일부러 일주일 동안 고되게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생활실 선임들께 신고식 올리고 지통실 들렀다가 휴가를 나왔다. 선임들과 함께. 포항시 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국밥집에서 얼큰하게 한 그릇 얻어먹고. 


아무튼 정복과 전투복. 그러고 하나 더 남았는데 체육복이다. 뻘건 옷인데 해병대는 뻘건색을 좋아해서 뻘건 옷을 입는다. 

이 체육복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제목에 4가지라고 했지? 전투복, 정복, 체육복...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다음에...

 

작품 등록일 : 2020-09-22

▶ 해병대 이야기 (전투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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