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해수욕장도 못 가고, 재미없는 여름. 이렇게 푹푹 찌는 여름이면 해병도 바다를 간다. 수영을 한다. 군대 참 꿀 아니냐. 여름이라고 바다 데려가서 수영도 하고 말이다.
해병은 바다의 사나이다. 바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구는 비키니, 누구는 동남아, 누구는 요트. 해병에게 바다란 마도로스, 잔뜩 가오잡고 서있는 배경 같은 것이다. 거칠고 거침없는, 쾌활하고 유쾌한, 넘실대는 파도를 뚫고 적을 향해 사자 같이 돌격하는. 그러니 해병이라면 모름지기 수영은 필수. 해병은 수영을 배운다. 훈련으로 배운다. 솔직히 수영 못하는 해병은 해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생활 하면서 수영도 못하면서 해병대 들어온 애들이 몇몇 있어서 참 실망한 부분도 있다. 그럼 너는? 나는 수영을 아주 잘한다. 진짜 잘해서 대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공수훈련과 이 전투수영 훈련을 연달아 거치며 나는 중대의 에이스, 대대의 마스코트로 우뚝 올라섰다.
수영을 훈련으로 배운다고 했다. 왜 배우느냐,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한다. 상륙작전이란 바다를 통해서 적진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출귀몰 동에번쩍 서에번쩍하는 것이 해병대다. 헬기를 타고 낙하산 메고 뛰어내릴 수도 있고, 고무뽀드 푸다다닥 소리 내며 돌격할 수도 있지만 은밀하고 조용하게 수영으로 들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해병대에서 배우는 수영은 평영이다. 왜 평영이냐, 가장 조용하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어서 오래 갈 수 있으며, 속도도 제법 빠르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여름이 되면 바다를 간다. 2-3주 동안 간다. 대략 어떤 분위기를 상상하면 되냐면
이런 거다. 이게 해병대 전투수영이다. 아침에 바다에 딱 오면 체조를 빡시게 조진다. 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 같지만 기합이 빠져서 지치는 것. 몸을 데울 뿐이다.
포항의 어느 바닷가, 이곳은 해수욕장도 아니고 사람이 들어올 수도 없는 통제구역이다. 저 멀리 포스코가 보이는데 쏟아져 나오는 폐수가 흘러 들어오는 것만 같다. 여기까지 걸어서, 뛰어서 오는데 오는 길에 보이는 논밭의 폐수들. 그 물이 흘러 가는 오물길이 뻔히 보인다. 이 물이 어디로 가느냐, 우리가 수영 하는 그 해변으로. 바닷물은 아주 지저분하다. 물이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주기 쉽지가 않다. 바닷물 속에 해조류가 정말 가득차 있다. 초록빛 물이고, 팔 한 번 저으면 팔에 온통 파래니 미역이니 감겨 있다. 해파리도 엄청 많다. 수영하고 일어서면 콧등 위에 해파리가 올라가 있곤 한다. 모기처럼 아주 귀찮은 새끼들인 게 몸을 톡 톡 쏜다. 그러면 빨갛게 부어오른다. 좆같은 해파리들. 존나 가렵다. 해수욕장이 아니다 보니 물이 아주 차갑다. 상관 없는 건가. 동해바다라서 그런 건가. 아무튼 물이 아주 차갑다. 바깥에는 태양볕이 아주 뜨겁게 내리쬐는데 바닷물은 또 아주 차갑다.
전투수영 기간 며칠 전에 와서 천막을 잔뜩 쳐 놓는다.. 아주 커다란 천막. 치고 나면 그곳이 바로 쉼터다. 여기에는 무엇을 두느냐. 바로 물과 옷이다. 상식적으로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 자기 물 자기 옷 자기가 챙겨와서 가지런히 오와열 맞춰서 두는 건가 보군!’ 할 테지만 그러면 해병대가 아니다. 생활실마다 막내들이 있다. 그 막내가 다 챙겨온다. 어떻게 챙기냐면 ‘꽃봉’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육군에서는 더플백인가 이렇게 부르는 건데 정식 명칭은 의류대.
이게 윗부분이 열리면 꽃봉오리 같아서 그런지, 해병대는 꽃봉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물과 옷과 수건을 가득 넣어 온다. 대략 8명분의 물과 옷과 수건이다. 물은 1.5~2L짜리 페트병에 가득이다. 한 병으로는 택도 없다. 5병은 챙긴다. 여기에서 후달쓰들의 기합이 갈린다. (막내들의 센스가 나뉜다는 뜻). 나는 어떻게 했냐면 2병은 꽁꽁 얼린다. 그리고 2병은 반만 얼린다. 1병은 냉장실에 넣어둔다. 그래야 오전에는 그냥 시원한 물, 반만 얼린 물을 마실 수 있고, 오후에는 꽁꽁 얼린 물이 녹으면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날이 아주 뜨겁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 이 짓을 매일매일 한다. 훈련 마치고 돌아가면 막내들은 좆빠지게 물 채우고 얼리기 바쁘다. 냉장고 칸이 확실히 부족해진다. 그래서 식당에 몰래 가서 냉장고를 쓰기도 한다. 물론 대대 차원에서 물탱크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건 한참 모자라다. 별로 시원하지도 않고, 몸에 묻은 모래와 소금기 정도 씻는 용도다.
그러니까 막내들은 이렇게 물을 챙기고, 수건을 챙긴다. 빨래가 막내 담당이라 매일매일 빨래를 돌리고 말리고, 부지런해야 수건이 모자라지 않게 된다. 옷 역시 챙기는데 런닝이나 속옷 위주로 챙긴다. 선임들 빨래와 빨래 개는 것까지 막내 담당이기 때문에 알아서 챙겨둬야 한다. 양말은 물론. 아주 부지런해야 한다. 수영하고 오면 모두가 몸에 진이 빠진다. 물놀이가 그렇지 않은가. 더군다나 뙤약볕에 하는데. 막내는 요령도 못 피우고. 그렇지만 부지런하게. 빠짐없이 챙겨서 매일 아침 열심히 걸어서 수영을 하러 간다.
이쪽 지역은 날씨가 지랄맞아서 뜬금없이 비가 오기도 한다. 그러면 막내들은 호다닥 튀어나가 물건들을 비 안 맞게 들여 놓고, 배수로를 팍팍팍 판다. 그러니까 야전삽도 챙겨야 하는 것. 이때 하나 배운 게 있다. 행정관님이 비구름 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저 멀리 보이는 저런 구름은 비 내리는 구름이고,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비가 오겠거니 한다고.
막내 이야기를 더 하자면, 금지된 사항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선크림을 못 바른다. 짬이 좀 차면 몸 태운다고 선크림은 물론 태닝로션도 챙기곤 한다. 막내는 꿈도 못 꿀 일. 나 막내 때 예쁨 받아서 선임이 해준다고 그랬는데 솔직히 존나 하기 싫었다. 몸 태우는 거 전혀 관심도 없었고 존나 뜨거워서 그냥 그늘에서 쉬고 싶은데 몸 예쁘게 태워서 휴가 가라고 태닝로션을 발라주고.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엎드려야 기합인 것이다. 이새끼가 내 몸 문지르는데 소름이 다 돋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막내는 서러운 법. 선크림은 사치다. 물도 챙겨야지, 수건도 챙기고 양말 속옷도 챙겨야지, 선크림도 못 발라, 수경도 못 써. 담배도 맨날 뜯겨. 좆같은 기억.
나랑 내 맞후임은 이런 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밑에 애들 안 시켰다. 내가 안 하면 저 막내새끼들도 나중에 안 하겠지? 싶었는데 전역하고 보니까 다들 하는 것 같더라고. 고착된 악습, 문화 바꾸는 게 이렇게나 힘든 것이구나 했다. 아니 지들은 안 했으면서 지들 밑에 놈들은 왜 시키는 거? 병신들. 아참, 담배는 좀 얻어 피우긴 했다. 이게 짬이 차면 신기한 게 담배가 자꾸 없다. 피울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건지 자꾸 없어서 빌려 피긴 했다. 돌아가면 새로 한 갑씩 사주고 그래서 애들이 알아서 담배 자기꺼 피워달라고 진상 바치고 그랬다.
정작 중요한 수영 얘기를 빼먹고 있다. 평영을 한다고 했다. 말했지만 나는 수영을 아주 잘했다. 그렇지만 못하는 애들이 있었다.
그런 애들은 이렇게 배운다. (사진은 나무위키에서 가져옴). 왜 애들이 이렇게 얼빵해 보이지? 존나 불쌍하고 어리버리 같아 보이네. 아무튼 저렇게 땅짚고 헤엄치기로 배운다. 저거 천 번을 해도 물에 들어가면 뜨지를 못하더라. 그럴 거면 대체 해병대 왜 온 거냐. 이 소리를 하고 싶었는데 나 후달 때는, (후달은 일이병을 말함, 짬이 후달려서 후달이라고 부름) 선임새끼 가르쳐야 해서 입도 뻥끗 못했다. 대체 상병, 병장짬 달 때까지 수영을 왜 못하는 건지.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저렇게 몸 동작을 배우고 바다에 들어가서 허우적허우적. 보통 어떻게 하냐면 500미터 길이만큼 돌고 나와서 조금 쉬고 그런다. 말이 쉬는 거지 체력단련을 한다. 드러누워서 팔이랑 대가리 들고 다리 쭉 뻗어 들고 휘적휘적 젓는 거나, 팔벌려뛰기나 달리기나 팔굽혀펴기나 뭐 그런 거. 모래사장이 엄청 뜨겁다 보니 발바닥에 화상도 입고 그런다. 거기서 뒹굴기도 한다. 뜨거워서 미침. 그렇다고 바닷물 들어가면 또 오지게 차갑고.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긴 하다.
사진 하나 봤는데 여기서 한 마디 할 게 있다. 저 특유의 헤어스타일. 해병대만의 머리, 돌격머리다. 돌격머리. 이름부터 좀 우스꽝스럽지 않냐? 이게 미군 따라한 머리이긴 한데 나름의 의미들이 있다. 언제든 적과 싸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징은 옆, 뒷머리를 완전히 바짝 밀어버리는 것. 전쟁이 나서 머리를 다치면 어차피 머리카락 다 밀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신속하게 하고자 미리 머리를 미는 것이다. 그럼 윗뚜껑은 왜 남겨두냐고? 물에 빠지면 저 머리채 잡고 건져 올리기 위해서. 는 농담이고, 그렇게 농담들 많이 하는데 적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이게 웃긴 게 짬이 차면 찰수록 저 윗뚜껑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진다. 병장 되면 앞머리가 눈썹까지 오기도 하고 그럼. 완전 오랑캐 같아서 별로이긴 한데 이게 그래야만 한다. 머리카락이 권력의 상징이자 내가 짬이 이만큼 찼다는 뜻이기 때문. 어디 다른 데 가서 낯선 부대 해병을 만났는데 앞머리가 없다? 바로 말 까는 거다. 기수가 낮은 새끼일 게 분명하기 때문. 반대로 나는 일병 나부랭이인데 상대방은 앞머리가 치렁거리네? 존댓말 앞존법 바로 하는 거지. 어쨌건 간에 저 머리가 수영하는 데에 편하기도 함. 어디서 누가 돌격머리 어쩌고 하면 윗뚜껑 저거 물에 빠졌을 때 건져 올리려고 그런 거라던데? 하면 된다.
바다에서 500미터 평영으로 돌고 나와서 잠깐 쉬고, 운동 하고, 바다 들어가서 또 수영하고, 나와서 잠깐 쉬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운동 또 하고, 또 수영하고. 이거 오전 내내 반복하고 나면 점심시간. 아주 열악하다. 식판에 비닐봉다리 씌워서 먹는다. 설거지 안 해도 되도록 말이다. 환경호르몬 따위, 해병은 그런 거 영향 안 받는다. 이게 바람도 불고 하면 모래가 잔뜩 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비닐봉다리에 그냥 반찬, 밥 다 부어서 주물주물 해서 주먹밥으로 먹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짬이 차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고 나면 오수시간이 있다. 오수란 낮잠을 뜻한다. 정오의 수면 이런 뜻. 왜 잠도 자냐, 법적으로 기온이 너무 높고 그러면 낮에 쉬도록 되어 있다. 낮잠 자는 거. 괜히 그 시간에 훈련한답시고 굴리다가 애들 일사병 걸리고 쓰러지고 그러면 이게 다 전투력 손실이기 때문이다. 꿀같은 수면시간이긴 한데 이것도 역시나 짬이 차야 편하다. 천막을 아무리 큰 걸 친다고 해도 그늘공간이 모자라다. 그래서 후달들은 다리는 바깥쪽으로 내놓고 잘 수밖에 없다. 자리도 엄청 경사진 곳이나 그런 곳에서.
말은 이렇게 잔인한 사회인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다들 착해서 어떻게든 자리 만들어주고 그런다. 막내 힘들다고 파워에이드 먹게 해주고, 베개 하라고 물통 내주는 선임도 있고, 시원하다고 공들여 모래사장에 파묻어 주는 사람도 있고 (이 천사선임이 바로 나였음).
훈련 한 번 하면 선크림을 아무리 듬뿍 바른다 해도 살이 엄청 탄다. 살 타면 껍질 뜯어지는 거 아는지. 돌아오면 껍질 뜯어내고 달팽이크림 바르고. 물론 짬이 차야만 가능하지만 살 타면 엄청 뜨겁고 아프고 그렇기 때문에 다들 발라준다. 이 군대에서 파는 달팽이크림이 한때 유행했는데 효과가 정말 엄청 좋다. 피부 관련해서 뭐 문제 있으면 그냥 달팽이크림 바르면 다 낫는다. 값도 저렴하고 효능도 아주 뛰어나다.
그런데 살 타는 것 말고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체육복이 문제다. 이게 수영복이 아니다. 그래서 바다에서 수영하면 까슬까슬 엄청 따갑다. 사타구니 쓸리는 건 물론, 부랄도 잘못하면 잔뜩 쓸린다. 엄청 따갑고 아프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젖꼭지다. 반창고 붙이고, 방수대일밴드 붙이고, 니플패치 붙이고 그래도 하루종일 바닷물에서 구르다 보면 분명 떨어진다. 그렇다고 훈련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그러면 계속 쓸리게 된다. 젖꼭지에서 피가 나는 사람들도 나오고, 들리기로는 어떤 선임은 젖꼭지가 떨어져 나갔다고. 보지 못하게 한 것 보면 분명 구라인 것 같긴 한데 피가 나는 것은 확인했다. 그래서 짬이 좀 차면 속에 수영복도 입고 그런다.
제법 즐거운 추억이다. 마냥 훈련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중간에 게임도 하고, 몸싸움도 하고, 간부들이랑 씨름도 하고, 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내기도 하고, 파도타기도 하고. 맨몸으로 하는 거지만.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정신없는 틈새 속속들이 가득 차있는 즐거운 추억들.
뜨거운 뙤약볕과 뜨거운 모래사장과 차갑고 더러운 바닷물, 이것이 전투수영. 2-3주 동안 열심히 수영을 한다. 그런데 바닷가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수영장에 가기도 한다. 해병대에는 수영장도 있다. 이 수영장에는 아주 높디 높은 다이빙대가 설치 되어 있다. 이함대라고 부른다. 배에서 이탈하는 훈련이다. 어떻게 이탈하냐면 배에서 뛰어내리는 거다. 해군 배 본 적 있다면 알겠지만 아주 크고 높다. 그래서 이함대 높이도 아주 높다. 총 4개가 있는데 2, 4, 7, 10미터다. 이게 말이 10미터지, 아래는 투명한 수영장이다. 깊이도 아주 깊다. 몇 미터더라, 한 5미터는 되지 않을까. 그래서 체감은 더 높다. 사실 이함대 10미터 위에 서면 천장이 바닥보다 더 가깝다. 그래서 더 떨린다. 그렇지만 무섭지는 않다. 떨리지만 무섭지 않다는 말은, ‘해병은 울지 않는다, 다만 눈물을 흘릴 뿐이다’와 같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별거 아니다. 그냥 멀리 보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서 떨어지면 된다. 떨어질 때 요령이 있다. 다리를 꼬아서 직선으로 쭉 뻗고, 한쪽 손으로 철모를 감싸고, 한쪽 손으로는 턱을 받쳐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면 된다. 다리를 꼬지 않으면 부랄이 터지고, 철모를 감싸지 않으면 머리가 꺾여 목이 다치고, 턱 안 받치면 혀가 깨물려 잘리고, 코를 안 막으면 물이 팍 들어온다. 어른이 하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아 이말이야.
그냥 한 걸음 나아가면 저절로 떨어진다. 당연히. 그러고 눈 꽉 감으면 이런 생각이 딱 든다. ‘언제 떨어지지? 언제? 왜 안 떨어져? 물은 언제? 왜 아직? 이쯤하면 다 됐지 않았나? 근데 아직도? 언제 떨어지는 거? 이제 떨어지겠지? 아직? 지금도?’ 그러면 퐈악 하고 물에 빠지는 것. 몸이 기울거나 하면 물 때문에 아픈데 자세만 잘 지키고 쫄지만 않으면 하나도 안 아프다. 전투화도 신고 있고 하기 때문에 발도 별로. 근데 좀 아프긴 하다.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지니까.
철모라고 했는데 헬멧을 말한다. 방탄모 그거다. 해병대는 무조건 철모라고 부른다. 군화라고도 안 한다. 전투화라고 부른다. 전투할 때 신는 신발이니까. 왜 따로 전투화 하냐면 세무워커가 따로 있다. 해병대 정복 입을 때 신는 검은 워커가 따로 있어서.
아무튼 이렇게 떨어진 다음 수영을 하는 게 또 훈련이다. 사실 이함할 때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완전무장을 떨어뜨리고, 등에 병기를 멘다. (여기서 또 해병대만의 말이 나오는데 무장이란 군장을 의미한다. 텐트, 옷, 각종 도구, 삽이 들어있는 배낭을 무장이라고 부른다. 총 세트를 다 맞췄을 때 완전무장이라고. 총을 총기라고도 안 한다. 병기라고 한다. 해병대 병들이 쓰는 무기는 총만 있지 않기 때문. 병기라고 한다. K2 소총을 생각하면 된다.) 무장은 물에 둥둥 뜬다. 그걸 찾아서 앞에 쥐고 발차기로 수영해서 목적지로 가는 것이 훈련. 이때 다치는 게 등에 멘 총기가 뒤통수를 가격해서 피가 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튼 전투화를 신고 수영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맨발로 하는 것보다 훨씬 안 나간다. 물이 들어와서 무겁기도 하고, 발이 무거우니까 마음대로 발차기도 못하고. 아무튼 이걸 극복하는 것도 해병의 몫. 아무튼 좀 해보면 다들 한다.
이렇게 이함훈련을 하고 나면 수영장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있다. 입영을 배우고, 부의를 만들기도 한다. 물에 오래 떠있기, 바지 벗어서 끝단 묶어가지고 튜브 만들기다. 참 재미있어 보이는데 재밌다.
이 이함훈련은 여기서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으슥한 야외 훈련장도 있다. 거기는 물이 완전 썩은물이다. 썩은 웅덩이라서 냄새도 나고 물 속도 들여다 볼 수 없고. 거기서는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거기서 하기도 한다.
이것도 하고 바닷물에 뛰어드는 연습도 한다. 양팔을 벌리고 발 한쪽을 앞으로 내밀고 앞으로 기울 듯 떨어지면서 양팔을 팡 내려치면 물속에 깊숙이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요령들을 배운다. 생존수영이다.
그리고 마지막, 훈련 성과 테스트. 2km 수영이다. 진짜사나이에 바다 수영하는 장면 나왔던 그 장소로 간다. 쫄거나 무서운 인원은 안 해도 되지만 몸에 줄 매달고 스티로폼 덩어리 하나 데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다 한다. 2km 한 바퀴 쫙 돌고 오면 전투수영 끝.
미처 기억이 나지 않아 적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미 많이 적은 것 같아 더 적지는 않겠다. 즐거운 추억이다. 사실 나는 수영을 정말 잘했다. 그래서 힘든 일도 별로 없었다. 가르쳐주기도 하고, 시범 보이기도 하고, 500미터 1킬로미터 도는 거 전혀 힘들지도 않고. 그래서 그런지 다시 하라면 또 하고 싶다. 살 타는 감각을 잊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뙤약볕 아래 뛰놀았던 군시절 추억이 그립다. 그만한 체력도 지금은 없고, 그럴 친구도 없다. 다들 바쁘게 사니까 말이다. 요즘 군대 놀러 간다던데, 정말 편하다던데? 그렇다. 꽤 오래 전이었던 내 군생활 시절에도 그랬으니까. 여름이면 바다 가서 수영도 하고, 해병대 정말 최고 아닌가. 몰래 사진도 찍고, 여름에 몸 태워서 가을에 휴가 나오고. 여름이면 생각나는 해병대 전투수영이다. 아주 즐거웠던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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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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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 ||
오 이글을 왜 이제봤지 참고해야갯다 감사합니다 (_ _)
군인 오빠야 부탁이 있는데 전투씬 쓴 건데 말 되는지 좀 봐줄 수 있어? 군필 한 명 보여줬을 때는 암말 없었는데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민간인이 군인 쉽게 썰어버리는게 말이 안 된다고 극딜당함 ㅜㅜ https://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8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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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 | ||
1. 군대는 잘 모르지만 읽어보면 에이스다운거 같다
2. 평영 어렵던데. 근데 조용하고 의외로 멋있음 3. 물 더러운거, 막내들이 시다바리하는거, 다이빙 배우는거, 행정관이 비구름 보는법 알려주는거 이런거 보면 재밌음 4. 사진...땅 위에서 평영 연습하는거...처음에는 아무생각 없었는데 다시 보니까 진짜 바보의 요정들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특히 뒤에 한다리들고ㅋㅋㅋㅋ서있는 네명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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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 ||
하의는 왜 빨간색으로 입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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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강 매일... | ||
재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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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 ||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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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 | ||
긴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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