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이야기 (공수훈련 마무리)

 지난 글에서는 공수부대 설명과 훈련 1주차를 적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착지 훈련과 기내 동작 같은 것을 연습한다. 그렇게 1주가 끝나면 2주차가 된다. 여전히 아침마다 물병을 가득 짊어지고, 도착하면 달리기 하고, 연병장을 빙 돌아 달리지만 훈련 내용은 다르다. 

 

 2주차에는 막타워 훈련을 받는다. 막타워라는 단어가 생소할 텐데 그냥 높게 올린 모형탑이다. 
11미터 높이고, 저기 안에서 땅에서 연습했던 동작을 실습하며 교관이 ‘강하!!!’를 외치면 펄쩍 뛰어내린다. 11미터가 왜 11미터냐,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납득이 간다. 저 위에서 땅바닥을 내려다 보면 묘하게 높아서 ‘여기서 떨어지면 피떡갈비 되고, 바로 뒈지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처음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심장이 쿵 쿵 쿵 뛴다. 오지게 떨린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천하무적 해병대다. 공포심 따위는 존재치 않는다. 펄쩍 펄쩍 뛰다 보면 이런 두려움 쯤은 금방 사라진다. 근데 이게 말처럼 잘 되지는 않지. 가장 중요한 건 장비를 믿는 것이다.

 하네스라고 하는 장비를 몸에 차고, 줄에 고리를 건다. 이게 고리 하나인데 생각보다 아주 튼튼하다. 줄의 장력도 몸뚱이 몇 개가 매달려도 충분히 버틸 만큼 강력하다. 그래서 믿고 뛰면 된다. 가장 두려움이 생기는 게 높아서가 아니라 장비가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착용을 안 해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다 확인을 해주고, 철저히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떨어져도 안 죽는다고는 하고. 이건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저 막타워가 공수훈련의 백미다. 막타워를 올라가며 몇 개 층이 있는데 층마다 쪼그려뛰기를 10개 20개씩 한다. 그래야 긴장도 풀리고, 잘 뛸 수 있다고 한다. 또 막타워까지 뛰어가면서는 ‘해병!! 공수!!’를 외친다. 이 해병! 공수!는 udt도 마찬가지로 외친다.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뭔가 자신감이 생긴다.

 겁나 무서워도 일주일 내내 뛰면 무섭지가 않다. 허나 고소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오줌을 지리는 애들이 간혹 한 명 정도 있다. 나때는 없었지만 아예 뛰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겁을 먹어서 공수교육 낙오한 놈이 있었다. 옛날에는 교관이 뒤에서 밀고 그랬다는데 이게 인권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부대에 전화 해서 따지고, 군인권센터에 민원 넣고 그랬다고. 해병대까지 가서도 부모의 간섭이 들어오는 게 우스웠다.

 참고로 udt 애들은 단 한 명도 겁이 없었다. 해병 중에는 두세 명이 진짜 쪽팔리게도 엄청 겁을 먹곤 했는데 udt는 막 뛴다. 얘네는 체력적으로 아주 우수했다. 몸도 엄청 좋고. 근데 뇌까지 근육인지 착지동작(앞꿈치무릎허벅지엉덩이반대쪽어깨뒷근육)을 잘 이해 못하고, 기내 동작도 헷갈려하고 그랬다. 하지만 체력으로 극복했다. 잘 지치지를 않더라. 나는 개기합 해병 이병이라 지치지 않았는데 얘네도 그랬다. 빡머가리가 힘이 좋아서 2주 동안 훈련과정을 우격다짐으로 습득했다. 

 

 아무튼 다시 막타워로 돌아간다. 위 사진을 보면 뛰어내리는 저 해병의 자세가 심상치 않다. 번지점프처럼 그냥 막 뛰는 게 아니다. 다리를 쭉 뻗고 몸을 L자형태, ㄴ 형태로 뛴다. 팔은 배부분의 예비낙하산을 쥔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뛰어야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떨어지는 속도가 늦춰진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뛰어내리고 낙하산이 잘 펴지는지 확인을 해야한다. 지난 글에 썼듯 고리에 달린 줄이 쭉 당겨지면서 낙하산이 쭉 뽑혀서 저절로 펴지는 구조다. 

 낙하산이 제대로 안 펴졌으면 서둘러 예비 낙하산을 펴야하는데 꼿꼿이 서서 떨어지면 낙하산 산개 검사(펴졌는지 확인) 후 예비 낙하산을 뽑아서 다 펴지기까지 시간이 적어진다. 그러면 떨어져서 싸우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ㄴ자 자세로 뛴다.

 

 뛰고 나서는 몇 가지 루틴이 있다. 딱 뛰고난 다음 저 자세를 취하고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오만~!!!!!!!’을 외친다. 이게 5초 세는 거다. 왜 10000, 20000으로 세냐면 일이삼사오!! 하면 5초가 아니라 1~2초밖에 안 걸린다. 낙하산이 완전히 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만 단위로 천천히 센다. 보통 삼만, 사만 정도 되면 낙하산은 다 펴진다. 그래도 늦게 펴질 수 있어서 오만까지 센다. 

 오만~!!!!까지 외치고 나면 고개를 들어 산개검사! 를 외치고 낙하산이 펴졌는지 확인한다. 제대로 펴졌으면 다행이지만 안 펴졌을 경우를 또 연습한다. 안 펴졌다, 그러면 배에 있는 예비 낙하산 고리를 뽑고, 낙하산 천을 쭉쭉 뽑아낸다. 그런 후 다시 산개검사를 한다. 이게 동작이 다 정해져있다. 뎁~ 자세를 취하며 고리를 뽑고, 배가 찢어져 장기를 꺼내듯이 휙휙휙 뽑아내는 동작.

 그렇게 낙하산이 펴지면 양쪽 어깨 위에 줄이 두 개 있다. 이걸 잡고 당기면 낙하산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연습을 한다. 왼쪽을 당기면서 ‘좌로 돌아’ 오른쪽을 당기면서 ‘우로 돌아’ 이렇게. 

 

 여기까지가 막타워 훈련이다. 이것만 하느냐, 아니다. 

공중동작과 착지 훈련이다. 다른 해병들이 줄을 잡고 있으면 매달린 해병이 공중에 뜬다. 공중에서 방향 조정 같은 걸 연습하다가 줄을 확 놓으면 자유낙하 한다. 그때 앞꿈치 무릎의 착지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잘못해서 발목 삐고 다치는 애들도 있다. 그래도 기합으로 하는 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뮬레이터도 있다. 
일종의 VR 기기다. 여기서는 바람이 중요하다. 낙하산이다 보니 바람 방향에 따라 여기저기 날려갈 수 있다. 실제 바람은 없지만 화면상에 나타나는 바람 방향과 속력에 따라서 낙하산을 어떻게 조정해야할 지 연습한다.

 기본적으로 군대 낙하산은 앞으로 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바람을 마주보면 천천히 떨어지고, 등지면 빨리 떨어진다. 대각선으로 마주하면 방향이 바뀐다. 시뮬레이터 상에 착지 위치가 보이는데 거기로 정확히 떨어지도록 조종하는 훈련이다. 이거 꽤 재밌어 보이는데 하네스가 뭔가 이상해서 꼬추불알이 엄청 찡긴다. 되게 아픔. 


 이렇게 하면 2주차 훈련까지 마친다. 1주차에 착지와 기내 동작 등을 연습하고, 2주차에 막타워에서 겁을 없애고, 공중동작과 시뮬레이터로 실제 뛰어내리는 것과 공중 조종과 착지를 한꺼번에 연습한다.

 그러면 실제 강하만 남았다. 3주차는 실제 강하훈련이다. 이건 운이 좋아야 한다. 강하를 못해서 몇 달 동안 공수훈련을 못 마치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좋아야 한다. 맑고,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아야 하고. 

 그런데 포항시 해병대가 있는 곳은 ‘오천’이라고 부른다. 실제 한자가 어떻게 되는 지 모르겠는데 통용되기로 ‘다섯 개의 하늘’이다. 날씨가 하루에 5번이나 바뀔 정도로 엿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강하날을 잡아놔도 오전에 뛰고, 오후에 누구는 못 뛰곤 한다. 우리 차수는 운이 좋아서 일주일 동안 마칠 수 있었다. 

 강하는 총 3번을 한다. 3번을 무사히 뛰어야 공수기본교육을 수료할 수 있다. 그러면 수료증이 나오고 휘장이 나온다. 가슴팍에 낙하산, 당당히 붙일 수 있다.


 공수기본교육 훈련에서는 보통 이렇게 기구를 쓴다. 헬기나 비행기는 한 번 뜨는데 돈이 엄청 많이 깨지는데 뛰어야 할 인원이 많다 보니, 부담 없는 기구로. 헬륨기구라고 한다. 저기 달려있는 바구니에 교관 포함 9명이 탄다. 그리고 한 명씩 뛰어내린다. 

 기구의 문제라면 올라가는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다는 것이다. 높이는 1000피트, 400미터다. 400미터를 바구니 타고 올라가는데 땅에 사람이 점처럼 작아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산봉우리보다 높게 올라간다. 이 과정을 보면서 올라가니 고추가 저릿, 심장이 쫄깃해진다. 손에 땀도 나고. 

 다 올라가면 살짝 덜컹 한다. 그러고 기다린다. 아래에서 바람을 대충 가늠하고,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무전을 친다. 뭐라뭐라 하고, ‘...도~~~~~’ 한다. 제대로 안 들려서 그냥 도라고 했다. 도라고 한다. 뭔 말인지 모름.


 그러면 팍 뛰어내린다.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뛰어야 좋다. 가까이 붙으면 바구니에 낙하산이 걸릴 수도 있다고. 팍 뛰어내리며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오만~!!!!’을 외친다. 이때 진짜 미쳐버린다. 오만 잡생각이 다 든다. 낙하산 안 펴지면 어쩌지, 나 진짜 뒈지는 거 아니냐, 언제 펴지냐, 등등. ㄴ자 자세를 취하고 뛰어내리면 다리가 붕 들린다. 공기저항 때문에. 그걸 조금 느끼다가 오만까지 다 세고, 고개를 들면 낙하산이 활짝 펼쳐있다. 


 하늘은 정말 조용하다. 바람이 거칠게 몸을 훑고 지나가고, 저 멀리 해가 떠있고, 수평선과 지평선이 좌우로 펼쳐있고, 산과 공장이 보이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너무나 고요한 하늘. 

 사람이 살면서 땅에 발을 딛고 있거나, 물에 떠있거나. 이 두 가지 상태 말고는 겪을 일이 없다. 비행기를 타더라도 바닥이 있고, 해먹에 몸을 뉘여도 받아주는 것이 있다.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 떠있는 것은 새로운 감각이었다. 하늘은 정말 조용하고, 텅 비어있었다. 


 이 처음을 만끽하다 보면 아래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좌로 돌아라, 우로 돌아라 등등. 조종을 잘 해야한다. 기구 격납고가 아주 높아서 조종을 잘못하면 거기 부딪힐 수도 있고, 저 옆의 논두렁에 쳐박힐 수도 있다. 논에 박히면 전투복과 워커만 더러워져서 괜찮다. 바닥도 푹신하니 뭐 더러운 냄새 나는 것 말고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격납고에 부딪히면 낙하산이 엉키고 접히면서 그대로 자유낙하한다. 이 높이도 몇 십 미터 되니, 큰 사고가 일어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람 느끼면서 조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착지를 해야한다. 낙하 시간은 50~70초 정도 된다. 공중에서는 잘 모르는데 땅이 가까워지면 아주 빠른 속도임이 느껴진다.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서 벽에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땅에 발이 닿자마자 쾅!!!!!하고 충격이 전해진다. 장기가 들썩 들린다. 바로 연습했던 대로, 앞꿈치 무릎 허벅지 엉덩이 반대쪽 어깨 뒷근육 순서로 구른다. 구르고 나면 서둘러 낙하산을 분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낙하산이 계속 바람에 밀려가기 때문에 땅에서 계속 질질 끌린다. 바닥에 돌이 많아서 긁히고 상처가 난다. (2주차에 땅에서 훈련도 한다. 아주 실감나는 사진들이 있네. https://rokmarineboy.tistory.com/m/1312)

 착지는 사실 별 문제가 안 된다. 1주차 동안 착지만 1000번 이상을 연습한다. 1500회였나. 아무튼 그 정도를 하게 된다. 그래야 강하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 정도로 몸을 굴리면 자동으로 몸이 굴러간다. 참고로 착지는 전후좌우, 대각선 해서 8개 방향에 대해 연습한다. 땅이 언덕이거나 파여있거나에 따라서 구르는 방향을 유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3번을 뛰면 공수기본교육 수료. 


 Udt는 좀 바보라고 했다. 강하할 때 사고가 세 번 정도 있었는데 모두 udt였다. 격납고에 2명이 부딪히기도 했고, 다른 대원과 붙어서 낙하산이 엉키기도 했고, 논두렁에 몇 명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고, 격납고에 부딪힌 놈만 어깨부상이 좀 있었다고 한다. 참 다행이었다. 아래 확성기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 탓이다. 논두렁에 빠진 놈을 내가 데리러 가야했다. 근데 알아서 잘 나오더라. 개꾸린내를 잔뜩 풍기고, 몸에 진흙 잔뜩 묻히고 말이다. 

 이런 사고를 대비해 안전요원들을 따로 둔다. 보통 후달리는 애들이 한다. 땡볕에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요원들은 착지 후 낙하산을 분리 못한 대원을 도와 분리시켜주거나, 다친 경우 업어 오거나, 낙하산이 펴지지 않은 경우 아래에서 커다란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한 번 웃긴 일이 있었다. 우리 부대 대대장님도 같이 강하를 하게 됐다. 어쩌다 강하만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안전요원이어서 아래에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누가 뛰어내리는데 낙하산이 펴졌음에도 예비낙하산까지 같이 펼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옆에 선임이랑 겁나 낄낄거리면서 어떤 쫄보병신이 개쫄아가지고 예비낙하산 펼쳤다고, 지리면 어쩌냐면서 수건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그런데 대대장님이었다. 개쫄아가지고 낙하산 안 펴진 줄 알고 예비낙하산을 펼치신 것이다. 부대 돌아가면서 인솔간부가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그러던데 어림도 없지. 바로 소문이 났다. 우리 쫄보 대대장님 어떡해. 

 강하날이 되면 짬밥들은 하나 둘 필름카메라를 숨겨 온다. 왜냐, 사진 찍어야지. 하늘에 떠있는 거, 낙하산 짊어매고 있는 거, 잔뜩 폼잡고 강하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 많이 찍어줬고, 나도 찍어주더라. 같이 찍기도 하고. 근데 이거 몰래 하는 거였다. 군대에 병은 카메라 반입 금지다. 몰래몰래 다 하는 거지. 이런 사진으로 사인지도 만드는 거고. 사인지가 뭔지는 나중에. 




 이렇게 공수기본교육을 마쳤다. 공수교육대에는 이런 탑이 있다. 이 앞에서 다 같이 기념 사진도 찍는다. 서로서로 아주 돈독해지고, 뿌듯함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중대 선후임들과도 친해지고, 같은 대대 다른 중대원과도 친해지고.

 그리고 아래의 휘장을 받는다.



 

 공수기본교육을 받으면 이런 휘장을 가슴팍에 붙일 수 있게 된다. 이 사람은 공수부대원이다! 하는 인증서 같은 것. 아래 것은 전투복에, 위의 뱃지는 정복에 달 수 있다. 

 이거 하나 받으려고 3주 동안 개고생 하는 거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군생활 동안 몇 번을 더 뛴다. 그리고 10번을 뛰면 별이 하나 붙고, 100번인가 뛰면 2개, 300번인가 500번인가 뛰면 별이 더 붙고 그런다. 그건 직업군인 생활 오래하는 간부들이나. 일반 병으로 들어가면 저 휘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뿌듯한 것이다.


 근데 웃긴 건 저 휘장이 나름 간지템이기 때문에 공수교육을 받지 않은 애들도 휴가, 외박 나오면서 몰래 붙이곤 한다. 양면테이프로. 위병소에서 휘장을 달고 있으면 수료증 확인을 한다. 그때는 안 붙이고 지나왔다가 부대 밖에 나오면 양면테이프로 딱 붙이는 거. 가라휘장 이라고 한다. 진짜 꼴사나운 거지. 

 보통 공수교육을 제대로 마친 해병이면 부대 내 군장점 가서 오바로크 친다. 단단하게 재봉질. 나는 아주 드문 공수휘장을 가슴에 붙인 이병 생활을 조금 했다. 아주 특이한 일이었고, 뿌듯하고, 즐거웠던 순간. 사람이 공중에 떠있는 경험은 안 해본 사람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거든.

 

 아, 해병대원으로 강하를 하게 되면 위험수당을 받는다. 3회당 얼마였는데 꽤 짭잘한 금액이라 치킨도 먹고 그랬다. 돈 받고 낙하산 타보고 싶으면 해병대 고고. 

 

 공수부대에는 노래가 있다. ‘하늘의 백장미’ 이게 특전사 노래라고도 하는데 해병대 공수부대원도 부른다. 군가가 아닌, 병들 사이에 부르는 노래로 ‘싸가’라고 부른다. 이 싸가도 아무나 가르쳐주지 않는, 이빨 같은 거다. 

 오래 내려오던 부조리들이 있다. 공수교장 끝쪽에 보면 하수구가 있다. 옛날에는 여기 기어가고, 하수 먹게 시키고 했다고. 나는 그런 거 전혀 안 해봤다. 뭐 그런 것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나는 물병 들고 담배 챙기는 것 정도로 만족이지.


 이렇게 나는 공수부대원이 되었고, 가슴에 자랑스러운 공수휘장을 달았지. 낙하산 매고 있는 사진도 남았고. 하늘에 떠있는 경험도 하고. 개고생도 하고. 아무튼 뿌듯한 순간들이었다는 거. 


+


위험하지는 않은가? 

위험하지 않다. 낙하산이 안 펴지는 경우가 가장 위험한데 나 때 기준, 교관이 근무한 14년 간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격납고에 부딪히거나, 착지를 잘못했을 때, 발목과 허리 어깨가 부러지고 다친 경우는 있다고 그랬다. 


낙하산 정비. 

낙하산 포장병은 따로 있다. 강하를 마치면 포장병들이 출퇴근 하며 낙하산을 정비하고 말아서 가방에 넣어둔다. 이게 엄청 중요하고 정교한 과정이다. 제대로 포장이 안 돼있으면 낙하산이 안 펴지고, 400미터 자유낙하. 그래서 2주 정도 포장교육을 따로 받는다. 공수부대에서 포장병 자리가 났을 때 몇 명을 뽑아 교육시킨다. 이거 하면 휴가 좀 받는다 그러는 인기 있는 것. 일도 에어컨 히터 빵빵한 데에서 하루에 5개도 안 되는 낙하산 포장하는 거라 쉽고. 휘장도 받는다. 



포장병이라 불렀는데 정식으로는 정비병.  ㅈㅓㅇㅂㅣ 라고 쓰여있다. 


낙하산 무게. 

아주 무겁고 불편하다. 공수기본교육 강하 때는 처음이기 때문에 아래처럼 옷을 입는다.

스펀지도 붙어 있고, 헬멧도 쓴다. 여기에 낙하산 무게가 한 10? 20?킬로 되기 때문에 엄청 어기적어기적 거리게 되고 잘 뛸 수도 없는데 뛰라고 그럼. 짬 좀 차고 강하훈련 받을 때는 일반 전투복 입고 뛴다. 그러면 땅에서 구를 때 돌이라도 큰 거 있으면 엄청 아프다.

 

실제 전쟁 시.

기본 교육에는 낙하산만 매고 뛰는데 실제 전쟁 때나 훈련에서는 무장을 다리에 매고 뛰기도 한다. 무장은 육군에서 군장이라고 부르는, 그 가방을 말한다. 가방에는 텐트도 있고, 옷이랑 속옷도 있고, 병기수입도구(손질도구)도 있고, 탄창이랑 이것저것 있다. 완전무장이라고 하는데 그 가방을 매는 것. 무장 자체도 약 20킬로 하고, 낙하산까지 있으니 엄청 몸이 무거워진다. 그걸 다리에 매고 뛰어서 똑같이 하는 것. 근데 착지 전에 무장을 몸에서 분리해서 먼저 떨구고, 그 다음 착지를 한다. 추가로 병기(총)도 매고 뛰는데 착지할 때 아프다. 

 

 

 

 

 

 

 

작품 등록일 : 2020-06-23

▶ 해병대 이야기 (전투수영)

▶ 해병대 이야기 (공수부대 출신의 회상)

ㅋㅋㅋ 유디티 너무 웃겨. 유디티 만나고 싶다♥
긴나지   
순서에 맞게 착착 곁들여서 쓴 디테일들이 좋았다.
특히 흰 하늘에 기구가 떠 있고 낙하산 둘이 작은 점처럼 강하하고 있는 사진에서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간접경험을 만끽함.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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