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이야기 (공수부대 출신의 회상)

 해병대 이미지의 가장 큰 특징은 빡세다는 것 아닐까. 해병대 갔다 왔다고 하면 가장 처음 나오는 질문이 힘들었냐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갔다 온 입장에서,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공수부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해병대에 재밌을 것 같아서 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재밌었는데 결정적으로 공수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해병대가 무엇인지부터 한 번 짚어 보겠다. 육군복무신조처럼 ‘해병의 긍지’라고 하는 것이 있다. ‘나는 국가전략 기동부대의 일원으로써 선봉군임을 자랑한다’로 시작하여 5개 문장이 있다.

 해병대는 바로 국가전략 기동부대다. 쉽게 말해서 여기저기 동에번쩍 서에번쩍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부대다. 더 쉽게 말하면 ‘상륙작전’을 하는 부대다.


 이 사진이 해병대를 잘 나타낸다. 바다로 들어가 공격한다. 산지가 많은 한반도다 보니 산에서도 싸우고, 월남전에서 정글에서도 싸웠지만 기본적으로 해변으로 침투하는 선봉군이 해병대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이기도 하니 한국에 분명 필요한 부대다. 인천상륙작전도 한미 해병대가 이뤄낸 결과다. 아무튼 만능이라는 소리다. 기본 임무가 상륙작전이지 어디서든 싸워 이긴다.

 모든 나라가 해병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바다가 없는 나라는 해군도 없기도 하고 그렇다. 또 해병대 역할을 하되 해병대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도 한다. 해군보병 같은 이름을 쓴다. 역할은 기본적으로 같다. 배를 타고 가서 해변으로 진격하는 애들이다. 또 함선을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소말리아 작전 때 해군과 함께 해병대도 갔는데 경계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바다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배를 타고 가까이 간 다음 고무보트를 타고 은밀하게 들어가는 방법이 첫 번째다.


 이런 느낌이다. 제법 요란해 보이겠지만 바다에서는 모터소리도 생각보다 안 들리고 눈에 잘 안 띈다. 특히 밤이면 눈치채기가 훨씬 어렵다. 수색대가 먼저 들어가 적진을 파악하고, 기습특공 대대가 들어간다. 나는 공수부대를 나오다 보니 기습특공을 잘 알지는 못한다. 듣기로 얘네는 해녀복처럼 고무로 된 수트를 입고 훈련 하기도 하고, 배에서 먹고 자는 훈련도 하고, 보트에서 뛰어내려서 수영해서 들어가는 훈련도 한다고. 

 저기에 쓰고 있는 모자가 좀 소풍소풍스럽다. 저게 정식명칭이 정찰모다. 활동성이 높은 모자다. 대민지원 나갈 때나 작업할 때나 쓰곤 했다. 정식명칭이라고 했는데 실제 부르기는 나까오리라고 부른다. 해병대에는 이런 일본식 표현이 아주 많다. 저 고무보트도 고무보트라고 고이 안 부른다. 뽀-트(뽀-드)라고들 부른다. 일본식 표현이라기 보다 대체로 된소리 발음으로 강하게 말하는 경향도 있고.


 해병대는 크게 3가지 특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정대대, 기습특공대대, 유격대대. 이런 애들이 기습특공이다. 해군 배를 통해 가까이 접근한 다음 고무뽀드를 타고 기습. 내가 나온 부대는 바로 공정대대다. 그리고 이 방법이 바다로 들어가는 두 번째 방법이다.

 

 이렇게 비행기, 헬기를 타고 가서 낙하산을 타고 해안가에 떨어지는 것이다. 내려온 다음 낙하산을 분리하고 적진으로 마구 돌격한다. 

 군생활 당시 이 작전에 대해 들었는데 사실 낙하산으로 떨어져서 적진으로 갈 때 사망률이 엄청나다고 한다. 공중에 떠있을 때 총을 맞거나, 낙하산이 총을 맞아 구멍이 뚫려 죽기도 하고, 딱 떨어져서도 표적이 되기 딱 좋으니까. 근데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일단 멋있으니 장땡. 일단 공수부대 하면 짜세가 나지 않는가.


 크게는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 상륙장갑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수륙양용장갑차, KAAV라고 부른다. 이건 병사들을 실어 나르는 건데 바다에서도 달리고, 해변 모래사장에서도 달릴 수 있다. 


 이렇게 육중하고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물에서 둥둥 떠서 부르르릉 움직인다. 그리고 해변에서도 부르릉 달린다.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것으로 기억한다.
 

 얘네는 상장대대라고 해서 상륙장갑차 대대가 따로 있다. 저걸 훈병 시절에 타봤는데 진짜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다. 승차감 같은 건 트럭의 10만 배는 후진 게 당연하고, 일단 진짜 시끄럽다. 내부 소음이 엄청나다. 그때 귀마개를 꼈는지 안 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고막이 깨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분명하게 기억난다. 아주 어둡고, 뜨겁고, 시끄럽다. 진짜 사람 미쳐버리는 물건. 아무튼 이걸 통해서도 상륙작전을 한다.

 

 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공병대대, 전차대대, 화생방대대, 지원대대, 정보통신대대, 의무대대, 항공대 등이 있다. 각자 역할이 다 있고, 부조리도 많고 병신 같은 것도 많지만 제법 완벽하게 돌아간다. 괜히 해병대가 아니다. 타군도 마찬가지겠고, 국군이 괜히 전세계 6, 7위 하는 훌륭한 부대가 아니다. 


 이 정도면 해병대 목적이 뭐고, 공수부대가 왜 있는지 다들 알 것이다. 공수부대를 해병대에서는 대대 단위로 움직인다. 대대란 중대가 모인 것이다. 그러니까 한 생활실이 분대, 분대가 모여서 소대, 소대가 모여서 중대, 중대가 모여서 대대, 대대가 모여서 연대, 연대가 모여서 사단이 된다. 그리고 공수부대를 공정대대라고 부른다. 나는 공정대대 출신인 것이다. 지금은 예비군이라 전쟁이 나도 낙하산 탈 일은 없겠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던 덕분이다. 해병대는 자원해서 가지만 공정대대든 기습특공이든 유격이든 가는 건 자기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부대마다 전투인원 유지를 위해 뽑는데 완전 뺑뺑이다. 빽이 좀 있으면 좀 편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수색대는 자원이다. 훈련단 내에서 테스트를 거쳐 수색대에 뽑히면 갈 수 있다.


 훈련병들은 다들 기본적인 훈련은 받는다. 고무보트를 정수리로 짊어지기도 하고, 막타워에서 뛰기도 하고, 레펠을 하기도 한다. 

(이게 생각보다 무겁고, 모가지가 떨어질 것처럼 아프다. 어깨랑 허리도 뻐근해진다. 무릎 꿇고 걸어라, 앉았다 일어나라 뭐 별지랄을 다 시킨다.)


(이새끼 눈 감은 것 보소 ㅋㅋ 개쫄았누 ㅋㅋ 근데 왜 운동화 신고 있냐,, 본 사람 있을 지 모르겠는데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 제가 한 번 뛰어보겠습니다,, 으아아앍!!’ 하는 그게 이거다.)

 



(이건 15미터, 21미터가 있고, 30미터도 있고, 줄을 잡고 벽을 타고 내려온다. 벽 없이 내려오는 헬기 레펠도 있는데 훈병 때는 안 배운다.)
 

 훈병 때, 이런 훈련을 거치면서 나는 공정대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거고, 그 덕에 경치 좋은 노천탕에 들어앉았을 때 떠올릴 법한 좋은 추억거리 얻게 된 것이다.

 

  실무에 가면 차례에 맞춰 공수기본교육을 받는다. 이것도 차수가 다 있어서 몇 차 공수교육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등병 말에 받게 되었다. 이게 사건이 있다. 이병, 개후달 때 선임이 뭐든 먼저 하겠다 하라고 가르쳐줬다. 그래서 휴게실 집합 시간에 공수교육 희망자를 받는데 손을 번쩍 들었다. 우렁차게 ‘이병 ㅇ. ㅇ. ㅇ.’ 했는데 눈이 확 쏠렸다. 그렇게 뭣도 모르고 신청해서 교육을 받게 됐는데 선임이 그날 밤 엄청 혼을 냈다. 니 위로 공수교육 못 받은 선임들이 먼저 받아야 되는데 니가 먼저 받아버리면 어쩌냐고.

 벙쪄서 지금이라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이왕 신청한 거 그냥 하고 다음부터는 눈치껏 손 들라고 그런다. 대신 교육 받는 3주 동안 니 맞후임도 들어올 거고, 너도 중요한 이병말, 일병초 때 배울 거 못 배울 수 있으니 알아서 똑바로 하라고. 보니까 상병이 되었는데도 공수교육 못 받은 선임도 있고 그랬다. 그러니까 나는 뭣도 모르고 지원해서 말도 안 되게 빠른 시기에, 이등병 때 공수교육을 받았다.

 공수기본교육은 3주간 이뤄진다. 간단히 첫주에는 착지 훈련과 기내 동작을, 둘째주에는 공중동작과 뛰어내리는 훈련을, 셋째주에는 실제 강하를 한다. 

 착지 훈련은 ‘앞꿈치-무릎-허벅지-엉덩이-반대편 어깨 뒷근육’ 순서로 구르면서 떨어지는 연습. ‘앞꿈치! 무릎! 앞꿈치! 무릎!’하면서 펄쩍펄쩍 뛰다가 앞꿈~취 하면서 땅에서 구르는 거다. 이걸 땅바닥에서 하다가 50센티미터, 1미터 단상 위에서 뛰어내리며 한다. 이건 육군 특전사, 해병대 공수교육 공통이다. 누가 공수부대 나왔다고 했을 때 ‘앞꿈치! 무릎!’ 이걸 모른다면 거짓말 하는 것. 

 이게 아주 중요한 훈련이다. 낙하산이 레저용 낙하산이 아니라 군용 낙하산이다. 뭐가 다르냐면 낙하산에 구멍이 뻥 뚫려있다. 그리고 초속 6~8미터의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상륙작전시 공중에 오래 떠있을수록 총을 맞을 확률도 높고, 침투시간이 늦춰지기 때문. 이 속도로 떨어지다가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몸 속 장기가 쿵 하는 충격을 받는다. 착지를 제대로 못하면 발목도 부러지고, 허리뼈도 부러지고, 어깨도 골절나고 그렇다. 땅도 울퉁불퉁하고, 커다란 돌멩이도 있고 하다 보니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착지할 곳을 잘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뛰면서 하루종일 구른다. 그러면 무릎과 허벅지와 엉덩이와 어깨에 온통 멍이 든다. 아침 일찍 공수교육대로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몸에 멍이 없다? 그러면 또 엄청 혼난다. 교육 대충 받는다고. 나는 이병이기도 하고, 개기합이었기 때문에 첫날부터 멍이 들어서 이걸로 혼나지는 않았다. 

 착지 훈련 외에도 헬기, 비행기에 탔을 때의 동작도 배운다. 해병이 쓰는 낙하산은 자기가 펼치는 게 아니다. 낙하산은 가방에 들어있다. 그리고 고리가 있는 줄이 하나 나와있다. 헬기 내부에 철로 된 줄이 빨래줄처럼 달려있는데 거기에 고리를 건다. 그리고 뛰어내릴 때 고리가 걸리고, 낙하산이 주르륵 뽑히며 촤악 펴지게 된다. 그러니까 저절로 펴진다는 소리다.

 이때 헬기 내에서 강하 준비를 하며 고리를 걸고, 움직이는 걸 배운다. 헬기가 흔들리고 사람도 긴장하고 하기 때문에 흔들려도 제대로 걷는 방법,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게 착 착 착 움직이는 방법, 뛰어내릴 때 밀리거나 앞서지 않고 차례대로 뛰는 방법 같은 걸 배우는 것이다. 이게 첫주에 배우는 것들이다.

 

 대략적인 일과와 개인적인 경험. 아침 일찍 공수교육대로 출발한다. 나는 아주 뜨거운 여름에 훈련을 받았다. 그럼 막내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이냐. 바로 물이다. 2리터 물병을 먼저 알아서 준비하고, 물을 가득 채워 얼린다. 물병도 하나가 아니다. 다여섯 개는 챙겨야 우리 중대에서 출발하는 선임들 드릴 물이 충분해진다. 몇 개 물병은 적당히 얼리고, 몇 개는 완전히 얼리고, 몇 개는 냉장실에만 넣어두고 해야 하루종일 시원한 물을 제공할 수 있다. 그걸 꽃봉(더플백)에 담아서 나 혼자 메고 간다. 담배를 챙기는 건 센스다. 선임마다 피우는 담배도 다르고 해서 몇 개를 미리 사둬서 담배 없을 때 샥 꺼내주면 그만한 센스가 없다. 자기 담배도 안 챙기는 꼴이 병신 같아 보였지만 그게 짬 찬 특권 아니겠나.

 일단 가면 체조를 하고, 대략 3km 이상을 달린다. 발목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워커를 신고 달리고, 발을 땅에 쾅 쾅 찍으면서 달린다. 구보 간에 노래도 부른다. 꽥꽥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러면 땀이 비오듯 오는데 젊은 혈기가 있으니 참 상쾌하다. 그리고 하루종일 또 달린다. 훈련 50분 하고 10분 쉬었나, 그렇게 하는데 연병장 곳곳에 마련된 훈련 장소(착지 훈련, 기내 훈련 등)에 가기까지 그냥 질러 가는 게 아니라 연병장을 한 바퀴 쭉 돌아서 가야 한다. 쭉 돌 때도 빡세게 뛰어야 한다.

 교육 받을 때 udt와 수색대 애들이 함께 받았다. 나는 막내이기도 하고, 기합도 잔뜩 들고, 해병대 뽕에 좀 빠져들고 있을 때라 괜히 지기 싫었다. 그래서 연병장 돌 때 무조건 3등 안에 들었다. 저녁 쯤 되면 다들 기진맥진 한데 그래도 엄청 뛰었다. 그런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선임들한테 칭찬도 많이 받고 그랬다. 중대 복귀 해서도 칭찬이 자자했고.

 그런데 한 가지. 나는 어릴 때부터 목청이 참 우렁찼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고, 매일매일 노래방을 다녔다. 또 무슨 감미로운 알앤비 스타일이 아니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 즐겼다. 그래서 목이 아주 튼튼하다. 웬만하면 목이 잘 쉬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였다. 교육 첫날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목이 쉬질 않았다. 고작 하루 가지고 내 목은 쉬지 않는다. 훈병 때도 몇 주가 돼서야 목이 쉬었다. 선임은 왜 목이 멀쩡하냐며 도끼눈을 떴다. 기수빨 안 지키고 선임들보다 먼저 훈련 받으러 가더니만 목도 안 쉬고 온 것이다. 훈련 대충 받는 것 아니냐며. 

 분했다. 거기 누구보다 군가 열심히 부르고, 앞꿈치 무릎 열심히 외치고, 대답도 제일 크게 했는데. 그래서 다음날은 더욱 무리하게 소리를 질렀다. 목이 잔뜩 쉬어서 돌아오니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힘들지 않냐고 맛있는 것 사주더라. 

 이게 대략적인 일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또 해병대가 아니다. 하루종일 달리고, 하루종일 뛰고, 하루종일 소리 지르고 오면 온몸이 고단하다. 누우면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것. 허나 나는 마음대로 쉴 수도 없는 이병 개후달. 해병대 하면 축구다. 김흥국이 딱 해병대다. 선임들도 축구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선임들 중에 병신 같이 축구 좋아하는 새끼들이 있다. 매일매일 틈만 나면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인원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면 후임들은 ‘축구 작업원’으로 참여한다. 하기 싫은 건 아무 상관 없다. 그냥 삽질 작업에 끌려가는 것처럼 축구도 작업하듯 작업원으로 뛴다. 나도 그래야 했다. 

 하루종일 공수교육 받고 와서 피곤한데 돌아와서도 저녁 먹고 2시간씩 축구를 했다. 이주일 내내 그렇게 했다. 주말에는 공수교육이 없다. 그러면 축구로 그 시간이 채워진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축구를 하고, 저녁 먹고 풋살을 2시간 뛴다. 오전에는? 이병은 쉬지 못한다. 잠도 못 잔다. 토요일 오전에는 책을 읽었고, 일요일 오전에는 절에 갔다 왔다. 종교가 불교다. 

 그러니까 평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수교육 받고, 와서 저녁 먹고 축구 하고, 청소 혼자 다 하고 분리수거 작업하고, 간단한 잡무 다 마쳐놓고 담배 피우고 바로 골아떨어졌다. 


 다리에 멍투성이, 목은 심하게 나가서 다시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축구까지 쉼없이 뛰고. 몸이 녹아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처럼 긍정적인 사람은 이런 상황에도 기가 막히게 대처하는 법이다. 지기 싫었다. 난 20대 초반의 창창한 몸뚱아리를 가졌고, 정신력도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기 싫었다.

 더 열심히 했다.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잘해서 “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냐” 소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게 내가 이기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어줍잖게 선임들이 축구 시킨다고 신고하고, 물 안 챙기겠다 대들고, 좆같이 피곤하다고 징징거리는 게 아니라 나는 늬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다. 멋있다. 나도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선임들도 인정했다. 왜냐면 그새끼들도 나처럼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도 알았다. 내가 너거덜보다 강하다.

 착한 우리 생활실 선임들은 목이 안 쉬었다, 기수빨도 모르고 먼저 교육 받는다고 혼내기는 했지만 착한 해병들이었다. 다 나 잘 되라고, 어디 가서 다른 선임들한테 혼나지 말라고 했던 거고, 해병대다 보니 방식이 거칠게 혼내는 것이었을 뿐. 고생한다고 치킨도 사주고 피자도 사주고 담배도 안 피우면서 피우러 가자고 데려가주고(일병 5호봉 밑으로는 선임이 데려가야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축구도 힘들면 자기가 일 시켰다 하고 빠지라고 해줬지만 하겠다고 했다. 

 이게 내가 인정 받았던 방식이었다. 그렇게 공수교육 3주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길게 적을 생각이 없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그래서 자르고 다음 편에 2주, 3주차를 적고 체력단련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겠다.

작품 등록일 : 2020-06-17

▶ 해병대 이야기 (공수훈련 마무리)

▶ 해병대 이야기 (왜 해병대에 갔는가)

공정대대의 위험성 설명. 그리고 '아몰랑! 낙하산 멋있으니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병대대, 전차대대, 화생방대대, 지원대대, 정보통신대대, 의무대대, 항공대 저마다 역할이 다 있고, 부조리도 많고 병신같은 것도 많지만 제법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H2*******   
동생이 공정대대 나왔는데 이렇게 훈련을 받았구만 ㅋㅋㅋ 재밌다
노릇노릇   
목청 좋다니까 락커 떠올랐어요 ㅋㅋㅋ 으아아아아아ㅏ아ㅏㅏㅏ
나도 배그할때 양용이 타면 느리고 귀 시끄럽고 삐좁아서 괴로웠음... 물론 직접 타보면 더 심하겠지요
서울에 잠수함공원에 가서 잠수선? 잠수함? 타본적 있는데 그런건 해군만 타는거에요? 해병대도 그런거 타요? 유디티가 타는가...
아 오늘도 잘 읽었음♥
긴나지   
아하 나는 부대에 한번 배정되면 제대할때까지 그 훈련만 받는줄 알았어 이전 글 읽는데 일반 병사 같지 특수전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그나저나 해병대는 모른는거 못하는게 없어야 한다더니 글도 잘써?!
저거 장갑차 잠수도 돼? 승차감이 구리구나 소음 심하대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유투브 영상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음소거가 많이 된 건가?
https://www.youtube.com/watch?v=XZ__T4wns1M
보트는 먼 바다에서부터 타고 가는거야 아니면 장갑차 타고 가다가 해변에서 내려서 보트타고 상륙하는거야?
파워 긍정적 쾌남이구만 직장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직장 다닌 썰도 써줘
나중에 연재 끝나면 취향소개팅 링크라도 알려주시게 (오픈톡 소심해서 지움)
달러는 생기면 넣을게 그리고 좀 더 자주 돌아와 이 양반아! 기다렸어 이제 다음편 또 기약없이 기다리겠구만ㅠ
냉동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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