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였던 클럽의 VIP라운지에서 알바한 썰 (2)촌년의 로망(31)
보패 2019-08-20
2007년 상반기.
어느 술집에서든 실내흡연이 당연했고
싸이월드 일촌평 갯수가 인싸와 아싸를 나누는 기준이던 시절ㅋ.

당시 힙스터ㅡ그때 용어로는 ‘트렌드세터’ㅡ들 사이에서 한국 최고의 클럽은 청담 도산대로 맥도날드 옆에 있던 ‘써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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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서울 태생이지만 청소년기를 경상도에서 보냈다.
거긴 나랑 안 맞았다.
가끔씩 도저히 적응하기 힘든 정서가 있었다.
서울이 너무 그리웠다.

그곳을 벗어나는 방법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 뿐이었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도 안 됐다. 부모는 서울에 있는 대학 중 사립대는 돈이 많이 드니까 반드시 국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그때 인생 최악의 고난을 겪는 중이어서 자식 교육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 와중에 바라는 건 택도 없는 레벨.

뭐 그래서 피똥 싸게 혼자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국립대에 합격했고
드디어 경상도를 뜰 수 있었다.

*학교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이력서에 적어 넣은 학교가 담당 매니저의 취향을 저격해 VIP라운지에 입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남자랑 키스 한 번 못 해 본 범생 촌년의 결정체였던 내게 몇몇 대학 동기들은 술과 유흥을 가르쳐 주었다.

특히 미자 때부터 다져진 짬바로 잘 놀던 애가 하나 있었는데 얘가 하드캐리했다.
다음날 오전에 수업이 없으면
얘 자취방에서 술 마시고 놀다가,
야 클럽 갈까?
하고 누가 말을 꺼내면,
그래 가자! 가자! 하며 주섬주섬 치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택시 타고 홍대로 향했다.

얘는 나를 가지고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 하듯이 자기가 가진 야한 미니원피스를 입히고 하이힐을 신기고 비달사순 고데기로 머리를 말아주었다.

빠글빠글 잘 말아놓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휙휙 빗어내린다.
악! 뭐하는 거야, 왜 기껏 말아놓고 풀어버려?
내가 펄쩍 뛰면 얘는 한숨을 푹 쉬면서
야 이게 멋이야. 내추럴 웨이브.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다.

얘 자취방에는 보그, 엘르, 코스모폴리탄이 굴러다녔다.
특히 코스모폴리탄이 제일 많았다.

나는 그걸 읽으면서 아 서울에서 제일 멋쟁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청담인건가?? 청담은 대체 어떤 동네일까? 거기서 놀려면 돈 엄청 많아야겠지... 하.. 한 번은 가보고 싶당...
하고 하찮은 환상을 품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걔가 코디해 준 차림으로 홍대 클럽을 드나들면서
어느덧 디제이 바로 앞 단상에 올라
내가 이 구역 최고의 Bitch... 오늘밤 널 갖겠어... 썅놈들아 주목해라...* 라는 듯 춤을 추는 접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걔는 “야 이제 하산해라” “더는 가르칠 게 없네” 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아 언제 청담 쪽에 있는 클럽에 함 가봐야 하는데... 거기에 입성하지 못 하면 정점을 찍는 게 아니잖아.. 하는 헛헛함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있었다. (병신..)

근데 워낙 거지라서 엄두가 안 났다. ㅋㅋㅋㅋㅋ
청담 클럽은 스탠딩 입장료가 홍대의 기본 두 배였거든.
그땐 뭐 게스트 입장 이런 것도 아직 보급화 전이었다.
연예인 연습생,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된 무명 모델, 최소 이 정도가 되어야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민간인인 내가 넘볼 수가 없었다 따흐흑.

3.
그러던 차에 청담에 써클이 오픈하고 순식간에 최고의 클럽으로 입소문이 났다. 주말마다 해외 유명 디제이를 초빙해 파티를 열었다.

야 연예인 누구누구가 요새 거기 죽돌이래. 아 진짜? 거기 모델들이 그렇게 많대. M2에서 놀던 애들 다 거기로 갔잖아.
거기 화장실에서 마약하는 애들도 있대. 미친 애들 존나 많은가봐. 웬일이래. 야 나 거기서 그저께 XX랑 00봤다? 둘이 진짜 사귀나봐. 기사 났을 때 아니라고 딱 잡아떼더니.와 진짜?

이런 얘기를 여기저기서 전해 듣고 있자니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다.


근데 여기서 정직원이랑 알바를 구한다는 거다.
여자는 오직 VIP라운지 파트에서만 구한다고.
현재 인력충원은 홀과 VIP라운지에서만 하는데
홀 스탭은 남자만 일하고
VIP라운지는 여자만 일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나는 VIP라운지가 뭐 하고 노는 데인지도 모르면서
덜컥 지원했다.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는 식이었다.

곧 연락이 왔다.
써클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오픈 전 초저녁 시간대에.

붙어도 그만 안 붙어도 그만, 안 붙어도 뭐 구경 한 번 잘 한 셈 치지 뭐.
이렇게 말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공들여 치장했다.
내추럴. 내추럴. 나 꾸몄어요 하고 힘 빡 주는 건 촌스러우니까. 공들이되 오버하지 말자. 이렇게 맘 속으로 중얼거리며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청담으로 향했다.



4.
면접을 보러 간 클럽 ‘써클’의 입구는 전면LED패널로 뒤덮여 몽환적인 이미지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당시 한국 클럽에서 이런 전면LED 외장은 최초로 시도된 거라고 했다(써클 이후로는 흔해졌다). 돈을 아주 처발랐구나 싶었다.

해도 아직 안 진 평일 초저녁, 검은 옷을 입은 떡대 좋은 보안요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저기... 면접 보러 왔는데요. 여기로 들어가면 돼요?”
“직원들은 여기로 드나들 수 없고요 잠깐만요”
보안요원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하더니
“저 따라오세요”하며 주차장 쪽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은 주차장과 연결된 뒷문으로 출입한다고 했다.
앞은 그렇게 으리으리했는데 뒷문은 초라하고 어두컴컴했다.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휴 길어지네. 아직도 VIP라운지에 못 들어갔네
오늘은 밤이 늦어서 여기까지 쓴다.
조만간 또 쓸게.

다음회 보러가기:
https://m.idpaper.co.kr/counsel/open_view.html?cnslSeq=590719

아 맞다 기승전 집밥 아ㅡ트 홍보 때리고 가야지.

+2020년 4월호 : 집밥 아ㅡ트 15탄.
https://m.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5216



홀 집밥언니의 이중생활
kc****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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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따 빨리 싸조용
sophia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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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니는 요리도 잘해 글도 잘써
다재다능하네
ky***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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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재밌었는데!
다만 07년도 즈음엔 내가 미자여서 못갔고 ㅋㅋㅋ
17년도 이때 써클 재개업했는데 재밌더라고
근데 워낙 강남클럽 춘추전국시대라 오래 못갔지
he********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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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글솜씨도 좋군요
모시바지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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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하신분같네여
이젠 모든걸 뒤로하고 집밥에 열중ㅋㅋㅋ
emi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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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패언니 서울대였어? 서울에 있는 국립대면 서울대지나 ㅎㄷㄷ...
글 재밋당 담편궁금
Rosy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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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국립대는 서울대 서울시립대 과학기술대 세곳입니다 고객님
he*******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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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일 것 같음
벌꿀오소리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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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도 있음
ta*****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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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는 국립어니고 공립? 이런거 아녀? 이름이 시립이잖여..
yo******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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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존나 부지런한 년이었어
난 욕망은 끝이 없으나 귀차나서 하다가 버리는데

저건 아주 무서워 대단해
ps*******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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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집밥언니네. 글도 재밌다 계속 써주세요ㅋㅋ
yj*******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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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서울대
so*****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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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짱이야
ma****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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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써ㅋㅋ
me******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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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립대 예종 과학기술대(구 산업대) 는 홍대까지 택시 타고 가는게 오히려 시간 더 걸릴수도 있음 .. 고로 교대? ㅋㅋㅋ
do****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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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필력 오진다
rl*******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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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집에 밥먹으러가면안돼??ㅠㅠ
ch****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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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패언니 넘 좋아요
gm********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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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3탄 언제 나오남
se***** 20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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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언제?
BOO 20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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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패 언니 나이 나오는구만 ㅋ 써클 알바 면접
sh***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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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빠리 서라
un*******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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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써아이기이기^^
gj********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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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증거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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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내가 이번주엔 꼭 3편 쓴다. 약속. ㅋㅋㅋ
보패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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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li******** 2020-05-01
답글쓴이 돈주기   
아 시바 존나 잼있었는데 감질맛 나게..
of*** 2020-05-01
답글쓴이 돈주기   
https://m.idpaper.co.kr/counsel/open_view.html?cnslSeq=590719

3편 썼다 얘들아.
보패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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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M2ㅋㅋㅋㅋ 그립노
to****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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