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경유 하지마세요.

보스턴에 한국 사람이 많다던데 생각보다 직항은 많지 않았다.

내 휴가 스케줄에 맞춰서 보스턴 체류시간을 최대한으로 하려고 토론토 경유 비행기표를 끊었다. 

출국때는 캐나다 전자여행허가서가 늦게 나와서 마음졸였는데 ㅋㅋ 

그때 쓴 일기 보니까 아예 출국 못할거 대비해서 그날 저녁 뉴욕행 비행기까지 끊었었다.. 이미 호텔은 인터넷으로 취소 안되는데서 해서 포기할 수는 없고 .. 뉴욕가서라도 보스턴 버스 타고 갈려고.. 

다행히 라스트미닛에 허가서는 나왔었지만. 

 

귀국 비행 보스턴-토론토-인천에서 토론토 경유 대기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출국때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 정도로 그냥 핸드폰 잠깐 보면 지나가는 시간 

시간이 길지 않아서 부담없이 경유를 택했다.

하지만 경유시간이 길지 않다...는것은 앞쪽 일정에서 늦어지면 경유 비행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 ^^ 시벌 

 

토론토행 비행기 이륙시간이 10분이 늦춰졌다.

음 그럴 수 있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다.

또 15분이 늦어졌다. 이유를 물으니 토론토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한다.

저 1시 25분에 토론토에서 이륙인데.. 경유 괜찮을까요?

시간 충분하니 걱정 말라고 한다.

또 10분이 늦는다.

흠.... 

 

불안해져서 검색을 했다. '경유 딜레이' 

같은 회사의 비행기로 경유를 할 경우에 앞쪽 비행이 딜레이되면 승객을 기다려 준다고 한다.

오. 역쉬ㅋ

지네가 그렇게 경유하라고 판건데 기다려주겠지! 당연히 ㅎㅎ 

 

걱정 노노 

 

토론토에 도착을 했다.

 

입국 심사.

 

내 입국 심사 종이에 분홍 형광펜으로 선을 쓱 긋는다.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냥 다 하는 건줄 

종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니 종이 검사를 하는 경찰이 너는 이쪽으로 오라고 한다.

 

으응?

나가는 길이 아니고 여긴 세컨더리룸인데요?

여기는 불법체류자들 가는곳인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어이가 없어서 다시 경찰한테로 돌아갔다.

분홍색 줄이 그어져 있으면 세컨더리룸에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럴리가 없다고 

저는 캐나다에 입국할려는게 아니고 

집에 갈려고 하는거다 경유하려는거다 

좀있으면 경유 비행기 이륙한다

보내달라

 

경찰들은 단호하게 매서운 눈빛으로 maam. 이르믄서 (무서웠음)

아시겠지만 저희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저희랑 얘기하시면 님이 집에 가는 시간만 더 늦어져요.

저기 줄 선거 보이시죠?

그리고 지금도 계속 줄이 늘어나는거 보이시죠?

대기 시간만 늘어날거에요.

 

경찰언냐 존나 프로페셔널.. 

마음은 경찰 밀치고 뛰어서 인천행 타러 가고 싶었으나 ..

경찰언냐 말이 맞기에. 줄을 서러 갔다.

 

짜증나서 눈물이 한방울 났음.....  

 

이 방에서 내 피부가 제일 밝았다. 흑인 중동분들 많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위험한 새럼들인가 싶어 약간 긴장도 했다.  

 

그러는 나는..?

나는 뭐 잘못해서 온걸까.. 내가 뭐 잘못한게 있던가 

범법행위 한게 있나..

인생을 곱씹어 보기 시작함 




이미 인천행 비행기는 물건너 갔다 ㅋ 

기다리는 동안 세컨더리룸 걸리는 이유 검색하고.. 여러가지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준비를 했다.

시벌 나같이 무해하게 생긴년을 왜잡아..

한국에서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이다 나 학력도 높다 (?) 한국 가고 싶다 불법 체류 생각조차 없다 등등 영어로 문장 맹글어보고 

 

두 시간을 기다려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저는 캐나다 입국하러 온 것 아니고 경유하러 온 거에요.

 

직원이 타다닥 컴퓨터를 치더니 

20초만에 오케이 하고 가라고 한다.

?? 시발 뭐냐 

 

-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건가요? 저는 5년 전에도 캐나다에 관광을 온 적이 있고, 미국에 들어갈 때도 토론토를 경유했는데 그땐 아무 일도 없었어요.

 

- 너랑 같은 이름의 도주중인 범죄자가 있어서 그래.

 

- ?? 저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몇천명은 될 텐데요. 아주 흔한 이름인데요. 

 

- 그렇구나.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단다.

 

- 근데 생일도 같나요? 여권번호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하죠? (납득이 안댐)

 

- 생일은 달라. 

 

- 그럼 다음에 캐나다에 입국할 때도 세컨더리룸에 오게 되나요?

 

- 안타깝지만 니 말이 맞아. 다음에 캐나다 올 때도 2-3시간은 붙잡혀 있을 각오를 하렴. 

 

내 이름은 이JH 

 

진짜 개흔한 이름이다. 2-3개정도 떠오를텐데 그 중 하나 맞다.  

나무위키에 치면 동명이인 12명 나옴.

 

씨벌 그럼 캐나다 오는 모든 이JH는 다 세컨더리룸을 통과한다는거냐... 

범죄자 이JH샛기야..... 느때매 나머지 이JH들이 고생한다 

크게 한 탕 한거였길 바란다 

 

하... 

 

경유하는 비행기 놓친 사람들이 가는 곳에 갔다.

 

4일 후 비행기표를 주더라 

ㅅㅂ...

상사한테 뭐라고 하라고 .. 4일이나 휴가를 더 쓴다고 하면 미친년인줄 알텐데? 

좀 일찍 가는걸로 바꿔줄 수 없냐고 나 짤린다고 하니까 일단 1층에 티켓부스로 가란다. 

직원이 앵겨준 칫솔이랑 흰티 하나 등등이 담긴 어메니티백과 식당 바우쳐를 들고

마음속으로 캐나다 씹새끼들을 오백번 외치면서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했다. 

 



시벌 이건 내 계획에 없었는데 캐나다 도장 겟 




티켓부스에 사람이 많았다. 내 앞에 300명.

토론토에 눈이 많이 와서 딜레이가 심각했다. 

 

전화상담으로도 전화를 걸어서 대기했다. 음악소리를 들으며 명상 ㅅㅂ

40분을 기다렸더니 드디어 받더라 

너무나도 반가웠다. 거의 뭐 이산가족 상봉마냥 헬로!! ㅜㅜ 땡큐포 피킹업.. 

다음날 벤쿠버 경유 인천행 비행기가 있다고 괜찮냐고 했다.

아 다행! 너무너무 감사한데 직항은 없나요 했더니 있는데 이코노미는 하나도 안 남았고 남은 건 비즈니스 그것도 몇 자리 없다고. .... 몇백 이상을 더 내야 했다. 너무 비싸. 

일단 벤쿠버 경유로 바꾸고 이렇게까지 기다린 거. 티켓부스 내 차례도 기다리기로 했다.

 

줄은 생각보다도 느리게 줄어들었다.

대기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에어캐나다 존나 욕하고 

보스턴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던 어떤 커플은 8일도 더 뒤인 비행기표를 받았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여행을 가는건데 크리스마스 이후의 비행기표를 주면 어떡하냐며 ㅋ 

토론토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라는 거냐고 ㅋㅋ 

기상악화니까 뭐 에어캐나다 잘못은 아니지만.

 

내 차례가 왔을때는 이미 저녁 8시였다.

11시 30분에 토론토 도착했는데

이미그레이션 2-3시간

티켓부스에서 5-6시간...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눈물연기도 준비가 되어있었음.. sir.. 제발 도와주세여 저 짤려요 

다음날 직항 이코노미는 자리가 없는게 맞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훌륭하신 티켓부스 직원분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자리를 맨들어 주셨음..

하.. 이오빠 일 너무 잘한다 

반해벌여 

땡큐소머치 아이 륄리 어프리시에잇잇 잇 민스 어랏을 외치고 드디어 공항을 떠난다... 

 

공항에서 배정해준 호텔은 홀리데이인 

근데 조금 각별히 허름한.. 

1층에 딱 들어갔더니 로비가 그냥 나 학교다닐 때 보던 나무책상이고 직원이 그 학교다닐때 나무걸상에 앉아있어서 약간 당황했다. 




하..

힘들고 배고파 

바우쳐로 식당 밥을 먹을 수 있어서 핫케익을 먹었다. 



 

세컨더리룸에서 줄서고 있을 때 토론토에 있는 친구에게 지금 멘붕이라고 연락을 했었다.

호텔에 막 들어왔는데 친구가 어떻게 됐냐고 연락이 왔다.

하루 여기서 잔다니까 오오 마침 친구 B랑 오늘 우리집에서 한 잔 하기로 했다고 딱이라며ㅋㅋ 데리러 온다고 한다.




친구 A와 B는 중학교 친구들인데 둘 다 토론토에 정착해서 살고있다. 

아기가 있는 A의 집에서 오늘 마침 모이기로 했다는거다. 이런 우연이 꺄 

 

토론토 그렇게 놀러오라 해도 안와서 휴가를 못내서 그런줄 알았더니만 

미국은 잘만 간다면서 한소리를 했다 

 

친구는 한국에서 들어올 때만 봐왔는데.

여기 찐 캐나다 주택가 마당있는 외국집에서 애기 장난감 가득한 집에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ㅋ 

 

친구들 말로는 나처럼 동명이인이라서 세컨더리룸 끌려가는 애들 많다고 한다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캐나다인들도 ㅋㅋㅋㅋㅋ

아니 이럴거면 여권번호를 왜만들어요..

 


친구네 남편이랑도 편한 사이

핏자사주심

 

이 때 한참 남자 문제로 삽질중이었는데 고민상담을 하니까 

친구 남편이 한숨을 푹 쉬며 '느네 부모님이 너 그러는거 아시냐'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약간 충격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ㅅㅂ.. 진짜 이때 일기 보면 세상 비련의 여주인공

흑역사..  




친구 집 앞마당에서 기념사진

자고 가라고 하는데 그냥 호텔이 공항 근처라 맘편히 호텔로 가기로 했다.

근데 진짜 잘한 선택이었던게 다음날 또 눈이 많이 와서. 

친구집에서 잤다가 길막혔으면 비행기 놓쳤을수도..... 소름 




친구 B가 데려다줌

막내딸인 이 친구는 정말 공주처럼 자라서 대학교 1학년 때까지 대중교통을 혼자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당시 매일 왕복 2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다녔던 나였기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랐었음 ㅋㅋㅋㅋ 

 

지금은 캐나다에서 눈보라 헤치면서 운전하고 다니는 으른중의 상으른 




다음날 공항. 무사히 체크인하고 

 

어느 상황에서든 잘먹는다. 립 맛있겠다  



 

캬나다는 역시 팀호튼으로 마무리 

 

끝 

작품 등록일 : 2022-03-03

▶ 70km 떨어진 곳에 신규확진자가 46명일 때

▶ 겨울 보스턴 3. 황당했던 일들

지현쓰 고생했네~
비행기 놓친 덕에 오랜 친구들도 보고 인생은 역시 새옹지마구만ㅋㅋ
ya****   
글쓴이는 진짜 고생했겠지만
읽는 나는 너무 재밌다 ㅋㅋㅋㅋ
  
겨울여행 존나 힘든데 돌이켜보면 추억 많아서 좋음
개고생이 추억으러 미화됨^^
tt***   
ㅋㅋㅋㅋ나도 캐나다 입국할때 입국심사놈들한테 이름 비웃음당함 ㅅㅂ 팀홀튼 그립다 ㅡㅠ
톰보이   
이거 보고 팀홀튼 직구했다
푸드덕   
에어캐나다 싸다고 타지마 시스템 개엉망임
mm****   
와 너무 재미있당 언니 고생했지만 추억이 되었겠군!!
노스쇼어레인보우   
팀홀튼 먹고 싶고나♡
푸드덕   
다이나믹쓰..
lu*********   
ㅎㅎㅎ 우여곡절이 너무 많다
노릇노릇   
ㅋㅋㅋ내동생이랑 뉴욕에서 토론토 넘어가는 비행기탔었는데 비행기에 여권두고내려서ㅋㅋㅋㅋㅋ동생은 울면서 끌려가고 나는 공항에있는 스벅에서 영사관전화하던거 떠오른다ㅋㅋ
늬네그거아니? 여권잃어버리면 무국적자라서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야하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almig...   
나도 비슷한 경험 있어서 마음 졸이면서 읽음
고생 많았다 잘 보고 가
기린   
겨울여행은 증말 변수가 많다
그 와중에 립은 증말 맛나보임
잼있게 잘 봤씀
mo****   
고생했네ㅜㅜ 이런 경우 흔하다고 들었어ㅠ 우리 나라 이름은 비슷한 이름도 많고 영어로 쓰면 이니셜 겹치는 경우도 많아서 그렇데ㅜㅜ 에구 보기만해도 고생했어..비행하고 줄 기다리는거 다리 아프고 넘 힘든일인데
sp*******   
ㅋㅋㅋㅋㅋㅋ 아나 개웃겨
나도 캐나다 돌아가는 비행기 탔는데 그게 미국 경유였거든.
미국 경유 했었는데 난생 첨으로 세컨더리 갔었음 1시간 넘게 기다리고 막상 물어보는거 없이 바로 도장 찍어줬더랬지 미국 여러번 갔었지만 그때가 처음이었음
언니 상황이 내 상황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대라서 웃프네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sa******   
고생했구먼 잼나게 잘 읽었돵
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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