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남자 - 2

전자마트에 왔다. 입구 바로 앞에 AI 남자들이 진열되어 있다. 

쓱 둘러보지만 역시 눈에 들어오는 건 딱 하나다. 

종종 걸음으로 그 앞에 달려갔다.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자연물이 아닌 인공으로 만든 거라서 흠 하나 없이 대칭도 완벽하다. 깔쌈하게 생겨서 안 질리고 오래 쓸 거 같다.

 

“또 오셨네요!”

 

어제 그 직원이다.

 

“아, 네…”

“AI남 보러 오셨어요?”

“네. 하나 할까해서요.”

“어머 잘 오셨어요. 지금 행사 중이라서 혜택 많으세요.”

“이것도 행사 중이에요?”

AI남자를 여기저기 훑어보며 직원에게 물었다.

 

“네. 이 모델도 행사 적용 상품이에요. 체험 한번 해보시겠어요?”

직원은 갑자기 AI남자의 바지를 내린다.

어머 왜 저래.

다행인지 불행인지 엉덩이 윗부분까지만 내린다. 

꼬리뼈 부분에 작고 둥근 버튼이 있다. 직원은 버튼을 꾹 누른다.

그러자 AI남자가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눈에 빛이 없었던 아까와는 달리 눈에 초점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AI맨 화랑 S시리즈를 체험해보세요.”

AI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냥 편하게 아무거나 시켜 보시면 돼요.”

 

아무거나 하라는 말이 제일 어렵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머뭇거리자 직원이 먼저 AI남자에게 말을 건다. 

 

“지금 몇시야?”

“현재 시각 오후 1시 24분입니다.”

 

“손님한테 인사드려.”

 

직원에 말에 이 잘생긴 청년은 미소를 띄우며 나에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화랑 S075-13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와…”

조금 딱딱하지만 그래도 사람처럼 말한다.

 

“지금은 체험모드라서 말투가 사무적인데요, 서비스 개통하고 세팅 다 하시면 말투도 자연스러워져요. 목소리도 바꾸실 수 있고요.”

 

움직이는 모양도 마음에 든다. 디자인은 잘 나왔네.

 

“이거 힘은 얼마나 쓸 수 있어요? 집에서 힘쓰는 일은 다 시키려고 하는데…”

“저희 매장에 이거 직전에 나온 모델 하나 두고 쓰고 있는데요. 생수통 한번에 두 개씩 들어서 나르고 그래요. 요즘에는 사무실에 생수통 가는 용도로 화랑S 많이들 비치한다고 하더라고요.”

 

힘도 그만하면 괜찮고, 내구성도 화랑 AI맨이 제일 좋다고들 하니까 이걸로 사도 될 거 같다. 

 

“저 이걸로 할게요.”

“네. 그럼 이 모델로 결정하셨구요. 통신사 어디꺼 쓰세요?”

 

모바일, 인터넷, 티비, 거기다 AI남까지 결합상품으로 가입하게 돼서 요금도 얼마 안하고 기기값도 많이 할인 받았다.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나는 AI남자를 사게 되었다.

작품 등록일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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