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앗싸 센빠이 3

'푸치직 푸치직'

 

똥 싸는 소리 아니고
A선배의 오른손에 꼭 쥔 스파클라 폭죽이 화려한 불꽃을 뿜어냈다.
그는 춤을 추듯 아중 선배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의 춤사위를 따라 심혈을 기울여 패닝으로 담고,
A선배는 아중 선배 앞에 무릎을 꿇고 폭죽을 들이밀었다.

 

" 아중아.. 나랑.. 나랑 "

 

답답하게 말을 질질 끄는 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 그.. 내.. 여자친구가 될래? "

 

어후, 저 등신 쪼다 같은.. 멘트는 하지만
그 눈빛은 절절한 간절함이 흘러넘쳐 A선배가 손톱만큼 짠했다.
아중 선배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전매특허 전도연 미소를 활짝 지으며 말했다.

 

" 헤헤, 안돼~ 알지? "

 

나는 깜짝 놀라 삼각대를 발로 차버렸고 싸구려 카메라를 겨우 사수했다.
A선배는 폭죽을 내팽개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중선배 호탕하게 깔깔거리며 웃어대고
그 이후의 상황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민망할 정도.

 

A선배는 괜찮다고 계속 말하면서 어딘가 넋이 나갔다.
나야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이토록 가차 없이 차버릴 줄은, 역시 곱씹어도 감탄스럽고 아중선배답다.

하지만 A선배는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정말 사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남자들은 소심 소심 열매를 백만 개는 처먹어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쉽게 고백하지 않는다던데,
남녀 사이는 모를 일이다.

 

남자 앞에서는 내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이 있는 걸까.

 

A선배는 열정적으로 강바람을 맞으며 날아다니더니
속절없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 A선배 자살하는 거 아니에요? "
" 하하하하 자살하라지~ 그럼 엔딩은 자살인가? 꺄꺄~"

 

아무렇지 않게 해맑게 웃는 아중선배를 보며 마음이 울렁거렸다.
이 여자를 절대 좋아하면 안 돼.
그녀의 우주에 허우적거리고 발버둥 치다 체념하고 그저 둥둥 떠다니며 이따금씩 들려오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게 될 거다.

 

" 오예야, 컵라면이나 먹자~ "

 

점심도 못 먹은 터라 허겁지겁 라면이 들어갔다.

 

" 다시는 A선배 현장에 부르지 마세요. 밥도 안 주고 진짜, 못 볼 꼴이나 보고. "
" 헤헤헤, 한 번쯤은 해볼 만하잖아? "

 

어두운 밤,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빛나고
정말 김아중이 내 옆에 앉아 있네, 눈을 뗄 수 없어서 두려웠다.

 

" 선배, 시나리오는 다 썼어요? 언제 보여줄 거예요? "
" 아이 미친, 쓰고 있다니까. 너는 쓰고 있냐?
" 당연하죠! "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한참을 설명했지만 나도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아중선배를 설득시킬 수 있을만한, 인용할 수 있는 책의 한 구절이라도 떠오르면 좋으련만, 바보처럼 어버버했다.


" 그니까.. 멀어지고 싶은데 멀어질 수 없다고요.. 여자라면 딸이라면.. 이게 뭔지 이게 어떤 건지 안다니까요! "
" 오예야, "
" 네? "
"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지 알겠는데, 그래서 이야기는 뭔데?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시나리오가 좀처럼 써지지 않는지,
나는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그것에만 집중하고 감정이입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얼떨떨한 얼굴을 한 내게 아중선배는 말했다.

 

" 그래도 오예는 잘 쓸 수 있을 거야.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잖아? "

 

그 말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
원래 타고나길 울보인데, 안 그런 척 무심하고 차가운 얼굴을 하는 게 습관이었다.
많이 들어봤을만한 말이지만 그처럼 진실하고 다정한 말은 우리 엄마도 해준 적 없다. 울지 않으려고 애는 쓰는데 펑펑 새어 나오는 눈물 때문에 얼굴이 흉측했다.

 

" 야, 우냐?? "
" 제가요?? 아니요! 흑흑.."
" 야 너무 힘주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 아.. 알아요.. "
" 그만 짜라. 나는 짜는 것들 제일 싫어."

 

아중선배는 싹퉁바가지처럼 굴면서도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그녀의 가슴팍에서 어린아이처럼 질질 짰다.
덕분에 그녀의 상의에는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고
속옷 위에 상의만 입은 터라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순식간에 마음이 열린다.
신심이 유리알 같은 영화과 사내놈들처럼
맹목적인 충성심까지 솟구치게 만드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 라면 국물 제가 버리고 올게요.. "
" 야야, 귀찮게 뭣하러. "

 

아중선배는 벌떡 일어나 라면 국물을 풀 바닥에 버렸다.

 

" 악!! 그거 여기다 버리면 안 되잖아요!! "
" 아씨! 오늘만 버리자 쫌! "

 

그녀가 새침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외쳤다.

 

" 선배! 나시 좀 입어요! 브라자 다 보여요! "

 

아중선배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양손으로 가슴을 모으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섹시하기도 하지만 꽤 귀여웠다.
귀여운 여인.

 

언젠가 아중선배는 귀여운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 왜요? "
" 귀여움은 아름답고 예쁜 것보다도 강렬해."
" 전 얼빠라서 예쁘고 잘생긴 게 좋은데요. "
" 귀염귀염은 결코 질리지 않아. 죽어서도 잊을 수 없지."
" 귀여움 따위는 개나 소나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흔한 감정 같은데요."
" 쯧쯧...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주를 내리마.
너는 귀여움에 함락돼서 지금보다 더 미친 또라이 같은 년이 될 거야."


그녀가 내린 저주는 10년이 지나서 진짜 일어났다.
작은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계속 미친년처럼 혼자 자문자답하는,
나의 아기 고양이에 귀여움에 함락당했다.
급기야 나도 저주를 내렸다. 

 

고양이를 해코지하는 년놈들은 3대가 멸하고 1년 안에 이빨 빠지고 머리 빠지고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죽으리라.

 

아무튼 더욱 또라이가 된 건 사실이다.

 

아중선배는 내게 저주를 내린 듯 나름 무녀 같은 기질이 있었는데, 내 동기이자 나보다 3살이 많은 T를 콕 집어 예언했다.

 

" 저 새끼 저거, 사고 한번 크게 치겠다."

 

작품 등록일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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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써
Jen   
제발 써줘 더 써줘
an****   
4편 언제나와요
Aryum...   
이거 먼저 쫌 써줘
th******   
무슨 사고일까
le******   
3편나왔네 신작글 알림기능 없어?
뭏낙   
ㅋㅋ
빡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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