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초봄, 교토여행 2

교토는 확실히 여행하기에 좋은 도시라고 말하긴 어렵다. 교통이 졸라게 애매하기 때문인데 지하철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고 버스가 그나마 탈만한데 동선이 굉장히 애매하다. 관광지간 거리도 애매해서 걷기엔 15~20분 사이 정도라 단기여행자에게는 갱장히 빡칠만하다. 그러나 나같이 시간이 여유있고, 남는 게 체력 뿐이며, 매일 2만보를 걷는 새럼에게는 걷기에 최적인 도시였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매일 웨이트를 두 시간 정도 하는데 여행을 나와있으면 헬스장에 가기가 좀 애매해져서 러닝으로 대신한다. 내가 처먹는 양을 감당하려면 운동량을 늘려야하니껜…^^



숙소에서 철학의길까지 한 4키로 정도 되길래 일어나자마자 뛰러 나왔다. 가모가와강을 지나, 로션에 들러 간식을 사고, 난젠지라는 절을 지나,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히가시야마 고등학교를 지나서 계속 달렸다. 남학교인지 전부 남자애들이 졸라 뛰고 있으니까 쳐다봐서 좀 부끄러웠지만 멈추면 더 챙피하니까 계속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의 길보다 난젠지-히가시야마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이 무지하게 아름다웠다. 진짜 ‘교토’라는 느낌. 아침에 산책길로 추천한다. 



 

 

오전 8시쯤에 철학의 길에 도착했다. 교토의 유명한 철학자가 산책하던 길이라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작은 개울 양 옆으로 좁은 길이 나 있고, 벚꽃나무가 가득해서 확실히 봄에는 아름다울 것 같다.

다만 내가 갔던 평일 아침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도 한적해서 좋았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면 길도 좁고 길이 평탄하게 나있는 것도 아니라 여유로운 산책 따위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철학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금세 은각사 앞에 도착했다. 오픈시간 전에 도착해서 문이 닫혀있는 모습을 봤는데 오픈 1분 전에 직원이 내려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연 뒤 입장하시면 된다고 안내해준다. 

문 열기 전부터 대기 중인 사람들은 거의 홍인들이었고 1등으로 들어가서 재빨리 사진만 찍고 나간 일본남자도 하나 있었는데, 아마 자료수집이거나 사진이 필요해서 온 사람 같았음. 누가 봐도 시켜서 온 사람처럼 감흥 없이 사진만 띡띡 찍고 바로 다음 루트로 이동하드라. 왜 온거였을까 궁금




 

일본식 모래정원을 본 적이 없고 금각사보다 은각사가 가까워서 한 번 보러 온 거였는데, 사실 감흥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일본 사찰들은 들어가서 대놓고 보는 것보다 입장하면서 들어가며 슬쩍 비쳐보이는 길들이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교토에서 방문했던 사찰 중에 가장 좋았던 건 호센인 액자정원이었음.

 




 

모래를 하나하나 쓸어 만드는 미친 디테일. 수작업인게 넘 놀랍다.



위에 올라가면 시내와 함께 은각사, 정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니까 좀 더 예뻤음.



 

그러나 너무 기계적이라서 취향은 아니었던 걸루… 
나는 산책로를 정갈하게 쓸어놓은 게 훨씬 마음에 들었다.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슬쩍 보는 게 더 예쁘다.



 

사실 은각사는 규모도 아주 작고 동선이 정해져있어서 오래 머무르기도 어려워서… 정확히 16분만에 나왔다. 

내가 나갈 때 고등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단체로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빨리 왔다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음ㅎ



넘 아침 일찍 와서 상점가는 전부 문이 닫혀있었지만 은각사 바로 앞의 아이스크림 집은 문을 열었길래 말차 아이스크림+슈크림을 사먹었다. 쫀맛. 아이스크림 밑에 슈크림 있어요~!




 


점심 때는 교세라미술관을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가모가와에서 어제 본 매화가 그새 더 만개했다. 
날이 따스해지니까 하루만 지나도 꽃들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피어난다. 



원래는 교세라미술관을 가려고했는데 전시가 그다지 땡기지 않아서..

마침 헤이안신궁 앞 공원에서 플리마켓이 열렸길래 구경하러 갔다. 1달에 1번 열리는 헤이안 앤티크 마켓이라고 한다. 평일에 열린 건데도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일본인이었음.







마침 그릇과 잔을 사야해서 잘됐다 싶어 구경하는데 엄청나게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

직접 만든 도기들, 아주 오래된 앤티크 그릇들, 고장난 잡동사니들, 빈티지 의류까지 종류도 엄청나게 많고 100개 이상의 점포가 있다구 한다. 







예쁜 게 많아서 거의 눈물을 흘리며 쓸어담았다. 갖고 싶은 게 넘 많았지만 다 쓸어올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다. 여기 갔다가 나중에 다른 매장들에서 똑같은 잔을 거의 3~4배 가격에 파는 걸 보고 개이덕이라고 생각함.



까만 호리병을 보고 칭구가 이제 여기다 수프 담아먹냐고 존나 놀림.. 꽃꽃을거거든ㅠ



노란 컵을 모으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듀라렉스 노란 컵 위주로 사모음. 

영롱하고 아릅답지요? 안 그렇다고 해도 그러타고 해주라. 안 깨지게 들고오느라 졸라 힘들었으니까~!



한 세 시간 동안 말도 안 통하는데 이거저거 물어보고 깎고 사느라 진이 빠져서 옆의 츠타야와 스벅에서 벚꽃음료를 하나 때렸다. 해외에 나오면 스벅 시즌음료를 한번씩 먹어보는데 요번 벚꽃음료 되게 맛있었다. 건더기도 충실하고,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팔지 않는 것인지????

먹고 나서 가볍게 츠타야를 둘러봤는데 다들 츠타야츠타야 하지만 사실 이제는 한국 서점들도 괜찮은 곳이 제법 생겼고, 독립서점들도 많아져서 츠타야는 특별할 게 없더라. 실제로 잘 나가던 츠타야 매출도 많이 떨어졌다던데 재밌는 거 해줬음 좋겠음



그리고 키르훼봉에서 케이크 사묵기.

디저트에 환장하기 때문에 일본에 갈 때마다 키르훼봉은 무족권 들러주어야 한다. 교토지점 역시 사람이 무지하게 많았고 특별히 앉아서 먹기에 마땅치는 않기 때문에 테이크아웃을 하기 좋다.

호지차케이쿠 1개와 백설딸기 케이쿠 1개를 구매했다. 이놈의 백설 딸기는 신데렐라 딸기, 만년설 딸기라도고 불린다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산이라고 한다. 사실 딸기는 빨간 게 최곤 것 같다. 한국에서 와서 그런가 딸기 시즌이 지나서 그런가 딱히 딸기 맛이 있지는 않았고 조각당 18,000원으로 겁나게 비쌌지만 먹어봤으니 만-족



가모가와로 가져가서 강바닥에 주저앉아 길빵을 했다. 
요가타월을 깔아놓고 음악을 틀고 드러누워 있자니 너무나 행복했다. 



숙소는 이드에서도 추천이 많았던 렌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소문으로 익히 들은대로 무지하게 힙한 곳이었다. 1층 카페 겸 바에는 숙박 손님이 아닌 카페/바 손님이 훨씬 많았고, 잘생긴 일본 청년들과 백인 청년들도 많았기 때문에 (물론 할배도 많음) 카페나 바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 주말마다 팝업이나 공연 등도 많이 열리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따 여기 일하는 사람 중에 잘생긴 남자 하나 있더라. 누가 여기 간다면 나 대신 꼬셔죠ㅠ

건물 자체는 오래된 조명가게와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어진 곳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노후화된 느낌은 있다. 도미토리 이용시 2층 침대인데 매우 불편하고 시끄럽기 때문에 숙소 자체는 추천하지 않지만… 당신이 젊다면…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귀여운 남자들과 마주쳐서 몰닝~! 하는 상큼한 아침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머물러도 조타…





저녁에는 여러가지 편집숍을 돌았고 젤 유명한 쇼핑몰인 BAL을 다녀왔지만 특별히 인상깊은 매장은 없었다. 

Today’s special 이라는 매장에 가보라고 추천을 많이 받아서 다녀왔는데 사실 요새는 한국에도 괜찮은 셀렉 매장들이 워낙 많아서 그냥 그랬음. 일단 이런 요새 느낌의 셀렉샵은 교토가 도쿄를 따라잡기는 아직 멀었다는 감상만 남겨보겠슴.



저녁에는 렌 게하 근처의 소바집 suba를 다녀왔다. 

을지로에 있을법한 힙하고 불편한 느낌의 소바집이었는데 스탠딩으로 서서 먹는 곳이었고, 길가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한번 가봤다. 여기는 교토 내에서 좀 색다른 F&B 가게들을 제법 낸 오너셰프 스즈키라는 사람이 낸 소바집이라고 한다. SNS를 통해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은 전형적인 인스타 힙가게랄까? 가격대도 확실히 주변의 가게들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고 일하는 남자들도 스타일 좋은 편(=힙하다는 증거)



이 메인메뉴인 온천계란소바가 12,000원 정도로, 사실상 서울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서 난 만족스러웠다. 스탠딩이라 가볍게 먹고 가기도 좋고, 교토의 음식점들은 넘 고급스러워보여 쉽게 들어가기 어렵거나, 너무 체인점 같거나 둘 중 하나로 많이 느껴졌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고 자기만의 특색도 있는데 방문하기 부담되지 않는 분위기라서 꽤 좋았달까.

서서먹는 테이블이 일자가 아니라 국물을 졸라 잘 흘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탠딩이니까 금방 먹고 가기도 좋고, 특히 밤늦게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밤에 운하를 따라 기야초 거리를 걷다가 슬쩍 들러 소바 한그릇 때리고 숙소로 들어가기 좋다. 요 근처 거리가 플렉언니가 추천한 조용하고 비밀스런 바들이 많은 곳이었던 것 같어. 술을 안 먹어서 원통하였다…



이쯤ㅇㅔ서 영업하는 플렉언니 교토씨리즈 교토를 먹자


넘나 좋은 곳들을 추천해줘서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추천 때려봅니다 교토 갈 때 꼭 보고가~~~

+1020 사진 수정 완료!

 
작품 등록일 : 2023-03-25

▶ 3월의 초봄, 교토여행 3

▶ 3월의 초봄, 교토여행 1

나 언니랑 친구 하고 싶다

같이 여행가자

크 케이크 산책 런닝 쇼핑 게스트하우스 모두 내 취향
복숭아공주...   
나무들이 참 운치있다 뭔가 더 섬세한 느낌
케이쿠 비싸지만 장인의 숨결이 들어간 듯 한 느낌
잘 봤어~
crush...   
사진 안나와융
  
언니 사진이 왜 다 엑박이 뜰까요 ㅠㅠ
cc****   
재밌게 잘봤어! 다음편 또 기다릴게!
ho******   
재밌게봤어요
동그라미   
멋지구만. 걷는거 좋아하면 교토 정말 끝내주는 ㅎㅎ.잘 다녀왔다니 기쁘네.
PLEC   
우와 나도 은각사랑 철학의 길 걸었어 은각사 모래정원 멋있드라. 그리고 난젠지도 갔었는데 거기도 좋았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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