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일 후의 음주

아 

이런 맛이었지

맞아. 쓰고 속이 매스껍고

긍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기분뿐인

 

716일 전 

나는 그냥 무삼히

20살 신입생환영회날 이후로 글자그대로 매일 먹던 술을 끊었다

나는 지금 42살이고 그러니까 21년만에 금주를 한 셈

 

하루하루 술을 먹지 않고 잠들기 위해

그보다 술을 먹던 시간을 무언가로 채우기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

 

한동안은 술대신 차를 일리터씩 마시면서 저녁삼아 안주를 처먹었고

한동안은 밤잠을 새며 일드나 애니메이션을 봤다

 

 

그러다 안주대신 남들같은 저녁식사를 먹고

따뜻한 차한잔과 한 두편의 미디어를 보고

하루를 넘기기전에 잠들었다

 

그러다 2주전인가 3주전인가부터

도저히 해뜨기전에는 잠들지 못하는 인간이 된것이다

 

추석내내 

이제는 다 죽고 한명도 남지않은 할매의 자매들을 방문하지 않게 된 첫 추석내내

나는 그냥 멍하니 창문앞에 앉아 

세상의 고요 한가운데에 앉아

그토록 어둡던 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느새 소음들이 해가 비추지 못한 빈 곳을 차곡차곡 채울 즈음

아주 게으른 움직임으로 침대와 이불사이의 빈 곳으로 파고들었다

햇빛이 거의 사그라들 시간에 눈을 떠서

다시 창가에 앉았다

 

문제

문제가 있는 걸까

나는 슬픈가 괴로운가 외로운가 불안한가

전부 다 인가

 

연휴가 끝나고도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한채 생활을 했다

내내 멍했지만 20년 해먹은 일이다

실수없이 기계처럼 해냈다

 

집으로 걸어가는 나는 

충전기로 느리게 하지만 반드시 돌아가는 로봇청소기와 같다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예수님 오신날까지 쉬는날이 없다더라

 

뭔가 딱. 끊어내고 싶은 나의 족쇄가 어딘가에 달려있다

 

나는 다른것을 끊기위해 이미 끊은것을 다시 이어붙이기로 했다

그래. 딱 오늘 하루만

 

그래서 나는 717일 만에 술을 먹고있다

 

이 맛없는 걸

어떻게 그렇게 먹었나 모르겠다

 

그 괴로운 과거도 잊고

그 외로운 연애도 잊고

그 서글픈 그리움도 잊고

이 맛없는 술 맛도 잊고

 

근면하고도 형편없는 금주일지. 

 



- 어마 이상한거 먹는다

작품 등록일 : 2023-10-10

▶ 심야 화장대

▶ 미혼. 마흔의 생활

불면이 젤 괴로운 것인데 잘 자게 되길 바라
Yuna   
언니 할매들 돌아가셨다니… 괜히 나도 맘이 쓸쓸해지네. 할매들이 준 쪼글쪼글한 사과 사진에 마음이 참 이상했거든.. 언니 글 항상 잘 읽고 있어 고마워
천혜향사먹...   
시인이시네요22222
술은 안주발인디
금주를 그리 오래하셨다니! 대다나다
나 티발 씨라
뫅 포근하고 감성적으로 위안이 되는 말은 못씨부리는데
언니가 외롭지 않고 11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일상을 살 수 있길 바래
cr*****   
언니 시인이다 ♡
Cisse   
안아줄게 일루와 언니
꼬옥~
과일뿌셔   
허그
알퍄고   
할매들 돌아가셨구나 좋은곳 가계시길
애비상 오늘 글 쓸쓸하노 ㅠㅜ
As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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