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라의 갈만한 상해: 중국음식을 빙산의 일각만큼 경험해 보았다. (+음식점 정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해온 일은 사실 영어가 아니라 혓바닥의 경험이었다. 식음료계 전문가들만큼 민감하게 느낄 줄 아는데 본업상 발달한 드립으로 표현을 해대니 그들과 친해지기도 쉬웠다.

 

 

어느 나라의 어느 식당이 맛있다더라, 하면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쓰며 노력하여 먹어보았기에,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감동을 할지언정 크게 놀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 와보지도 않았으면서 졸업 운운하며 깝죽댄 것을 뉘우치게 되었다.

 

중국 최대의 부자 도시인 상해에서 맛있다는 식당들만 골라 가 보았는데, 마치 거인국에 온 걸리버가 된 기분이었다. 

 

모든 식재료가 마법의 필터를 거쳤는지 더욱 달콤하고, 더욱 기름지고, 더욱 찰지고, 더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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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삼에도 종류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처음부터 할 말을 잃게 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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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중의 기본인 소고기 볶음.

 

이 중식당에서는 해삼도 가재도 오리도 아닌, 이 소고기 볶음이 자기네 시그니처 메뉴라며 특별히 표시를 해 두었길래 시켜 보았다.

 

투박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는 소고기, 깊은 맛의 굴소스, 그리고 양파와 대파는 아삭하면서도 푹 익은 맛이었다. 대체 어떻게 채소가 푹 익었으면서도 식감이 어제 태어난 듯 살아있는지 미스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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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훠궈 국물은, 홍탕이든 백탕이든 우롱차를 우린 찻물을 베이스로 쓰는데, 이것은 국물의 끝맛을 개운하게 해 준다.

 

추가할 수 있는 고기 메뉴가 너무 많았지만, 그중 지금껏 본 적 없던 것들로만 시켜 보았다.

 

오리 식도, 특별한 찻물을 입힌 쫄깃한 소 안창살, 소힘줄을 잘게 다져넣어 식감을 살린 새우+돼지고기 완자, 신선한 천엽 등등.

 

신기했던 것은, 찻물을 입힌 소고기를 간이 센 홍탕에 넣고 익혀 먹었는데도 씹을수록 진한 다향이 입안에 퍼졌다는 것이다.

 









 

 

 

 

 

거인국의 팽이 버섯. 향도 식감도 다섯 배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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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하면서도 부드럽고 크리미한 고구마. 

고구마에까지 놀라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만큼 놀라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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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해에 오기 전까지 북경오리를 한번도 먹어본 적 없 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껏 먹어온 북경오리는 그냥 닭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곳에서 북경오리를 시키면 한입 크기로 네 조각 나오는데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 한다.

 

그래도 마땅하다며 울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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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냉채. 

식용 해파리 종류와 식초의 종류가 말도 못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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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곱게 갈아 조린 뒤에, 그걸 또 굳이 얇은 종이처럼 만들어서 한장 한장 차곡차곡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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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메뉴에 '초코볼' 이라고 단순하게 써 있는 메뉴를 시켰는데,

 

 


 

 

 

 

점원이 뜨거운 초콜렛 화이트와인 소스를 위에 부어주면, 박이 쪼개지듯 열리면서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과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도 황금향도 아닌 달콤한 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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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은 다행히도 과거의 경험들을 부정할 수준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할수 있는 모든 염병을 다 하여 한피스 한피스 빚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버섯 딤섬' 이라고만 써 있던 붉은 딤섬 속에 있는 세 가지 버섯 - 표고, 송로, 목이 - 가 돼지고기 육즙과 조화를 이루어 향기가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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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의 숙취도 없애준 게살 샥스핀 산라탕. 위에 고명으로 얹은 연어알이 심상치 않은 감칠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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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식문화를 단적으로 느꼈던 예시가 하나 있다.

 

북경오리 하나를 시켜도 여섯 가지의 옵션이 주어진다:

 

우선 야들야들한 새끼 오리와 쫀득한 성체 오리 둘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크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같다)

 

   그리고 각 오리마다 날씬한 놈, 적당히 지방이 낀 놈, 통통한 놈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지방질이 많을수록 껍질과 육즙이 더 고소하고, 날씬한 오리일수록 육질이 담백하고 탱글하다.

 

이쯤되면, 먹는걸 가지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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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들을 수천년에 걸쳐 죽도록 갈아 훈련시키면, 이렇게 종이처럼 얇고 투명하고 쫀득한 전병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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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먹었던 조촐한 백반집의 메뉴.

달걀 반숙 위에 짭조름하게 올라간 검은 생선알이 너무 맛있다. 캐비어와 비슷한 감칠맛이었다. 

각 메뉴는 3천원~4천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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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를 얹은 가물치 조림.

일단 이렇게 두꺼운 가물치는 처음 봤다.

요리사가 펄떡이는 생선을 저울 위에 올려 보여준 뒤, 솜씨좋게 손질하여 내 온다.

커다란 생물 민어와 비슷한 두께와 탱탱함이었다.

 

양념이 시뻘개 보이지만 절대로 지나치게 맵거나 짜지 않고, 아기 주먹만한 리치와 곁들이면 달콤새콤한 마무리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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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집에서 준 오리알 밑반찬.

 

구운 가지, 오크라와 비슷한 식감의 채소, 다진마늘, 중국식 된장 소스를 버무린 뒤에, 묵직한 절구공이로 사정없이 으깨면 미친듯한 감칠맛의 밥도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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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위구르 민족식: 새끼 양다리 구이, 신선한 향신료를 얹은 냉채 국수.

 

하나의 중국이기 때문에, 비록 신장 지역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지언정 그들의 맛좋은 음식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새끼 양고기의 껍질은 몹시 고소하며, 닭껍질에 비해 밀푀유처럼 파삭하게 부서진다.







 

 

 

 

이 곳의 채소와 육류는 아무리 맛이 좋아도 내부소비하는 데 바빠서 영영 수출될 일이 없다고 하니, 목 마른 자가 샘을 파러 오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밥을 먹으러 꼭 들락거리고 싶다.

 

 

오랜만에 음식 때문에 충격을 받게 되어 기쁘다.

 

돈 열심히 벌어야지...

 

 

 

 

 

 

 


+ 중국은 구글맵도 안되고 영어도 안통한다. (그나마 상해 사람들은 영어를 엄청 잘하고 어쩌고 웅앵웅 그건 상해 부자들하고 대화할때 얘기고, 뭔가를 구입할때는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구글을 못쓴다는건 영문검색이 안 된다는 소리다. 위챗과 바이두맵을 쓰는데 언어변경 그딴거도 없다. 그냥 한자 쳐넣고 검색을 돌려야 한다. 한자를 전혀 모르면 스샷을 찍어서 구글번역앱으로 사진번역을 하면 된다.

 

내가 갔던 음식점들은 다 현지인들이 소개시켜준 곳들이라 이름이나 위치를 이곳에 쓰는것이 존나 귀찮 매우 번거롭기 때문에 사진과 설명만 대충 문학관에 무료로 올린건데, 

 

이게 또 먹바레가 될 판이라 몇 군데만이라도 써 보겠다.

 

(무순)

 

+ Hakkasan 북경오리 이건 구글에 식당이름 쳐서 홈피 들어가서 예약하고 가라

 

+ Da dong 

https://www.tripadvisor.com/Restaurant_Review-g308272-d8701701-Reviews-Dadong_Restaurant_Huanmao_APM-Shanghai.html

 

+quan ju de

https://www.smartshanghai.com/venue/15354/quan_ju_de_huaihai_zhong_lu

 

 

+

Yershari 耶里夏丽, 5/F, 819 Nanjing Dong Lu, by Xizang Lu, 南京东路819号L5, 近西藏路

 

长宁路龙之梦B2城市集市A13, 近汇川路

 

+

淮海中路780号4楼, 近瑞金一路

 

 

+훠궈집은 

盡膳口福跷脚牛肉火锅

아무지점 가쇼

 

+

마지막으로 생선조림집은 알리페이 결제내역을 보여줄테니 ㅋ 맨위에 써있는 상호명 찾아서 가면 된다:

 



 

작품 등록일 : 2024-05-01
최종 수정일 : 2024-05-08

▶ 일년 되니까 소파에 올라오는 선비

▶ 별로라의 갈 만한 화담숲

상해맛집추천 감샤
Who a...   
숙소는 어디가 좋아?
잠수했던 ...   
상해중식이 진짜 한국인 입맛에 잘맞는 중식. 안느끼하고 식자재가 한국보다 훨 다양하니까 부모님 모시고 가고싶었다 ㅠㅠ
gk******   
헐 언니 글 보니까 더 가고 싶어졌어
10년 전에 갔다오고 그 뒤로 못갔는데 글보면서 입에 침고임...
그사이에 얼마나 더 좋아졋을지 ㄷㄷ ㄷ
!!******   
아 상해 가고싶다
상파뉴의 ...   
와 대박

나 동생이 상해가보고 싶다 하는데 가볼만한듯 ㄷㄷ

좋은 후기 넘 고마워용!
먹는게제일...   
하 나 한달 뒤면 상해가는데 언니 너무 고마워 ㅠㅜ
오란지나   
쥑인다.
메로나   
미미!
성능좋은찌...   
식당 이름 공유해줘ㅠ
LilyS...   
음식점 이름 공유 해줘 ㅠㅠ
고양잉   
와씨 상해에 친한 친구 있으면 좋겠다.. 그 친구 보러 간다는 명목하에 놀러가서 맛있는 음식점 데리고 가서 다 먹고싶어
클레어   
중싱 진짜 짱...ㅠㅠ
꺌꺌   
하카산 페킹덕 짱맛, 뷰도 넘 이쁨
중국애들 한테 자기네나라 채소 물어봐도 뭔지 모르는 경우 종종 있음, 그만큼 종류도 많고 다양
Chloe   
하카산 북경오리.. 개맛있지
상해에서 최곤데 딱 저기서 먹었네
저 집 딤섬은 별로여.. 딤섬은 그냥 마카오에서 먹는게
트로이   
언니 음식점 이름도 써주면 안돼?? 나 꼭 가리다
작년 11월 북경가서 현지인 친구들이랑 적당한 맛집 다녔는데 늠 맛있었고!!! 올해 또 갈 예정. 북경 오린 너무 맛있던데 저 밀전병에 싸먹는건….음 별루였음. 고기양이 적어서 여럿이 놔눠먹을려고 밀전병에 싸먹나 생각했음 ㅎㅎ
아침 잠이...   
중국이 어떤 농산물 강국인지 오래 전에 글 썼음.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422204

전세계 모든 식도락가의 최종 종착지는 중국이며 중국보다 밥이 맛있는 나라는 없음.
관리자   
굳…
이런곳 안가보고 관광객용 싸구려 식당 호텔들만 가보고 상해 구리다는애들 존나 이해안감…
상해 파인다이닝이 서울 뺨 후려치게 비싸고 맛도 서비스도 진짜 럭셔리인데
al********   
나도 상해에서 시장이랑 수퍼 가보고 대체 중국산의 오명은 어다에서 온것인가 싶드라 저 팽이버섯처럼 크고 싱싱한 좋은 식재료들이 을매나 넘쳐나던지 이태리 시장가보고 감동받앗던거 못지 않게 감동
xxx   
영롱하다 사진도 설명도 기가 막히네 중국식 사회주의 어쩌고 해대지만 자본주의 끗판왕이 저짝동네여라~~ 카오위 밑에 저 오리알 밑반찬 밥도둑도 메인음식이랑 잘 어울릴삘
꺼삐딴 리언년   
상해..상해…
  
와 미쳤다

나 이거 왜 공복에 봤지

채워지지 않을 욕망
복숭아   
별멘
Asher...   
잘봤음 너무 먹고싶다
근데 스페인여행기는 언제써주심?? 여기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구???!!!
이토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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