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아ㅡ트 (12) 찬바람의 맛


이것은 나의 오늘 아침밥이다. 

올해의 집밥 사진 남은 것을 12회에서 모두 털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안 되겠다. 오늘은 19년 10월20일부터 12월2일까지의 집밥 사진들이다. 찬바람이 불면 찾아오는 식재료들로 알차게 꾸려보았다. 


브런치. 

토마토 스프, 단호박 참치 샐러드, 바게트와 달걀프라이, 미니사과(알프스 오토메).

+바게트는 파티세리 김영모의 프랑스 대통령 바게트. 

 

큰 냄비 하나 가득 끓인 토마토 스프. 브로콜리, 페페론치노,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을 넣었다. 살짝 매콤. 홈메이드 마늘칩과 흑후추를 뿌려 먹었다. 


 아점. 

간장새우 덮밥, 표고 유부 된장국, 참나물 넛츠 샐러드, 속껍질을 벗겨낸 황금향 과육.

껍질 벗긴 간장새우, 양념장 데운 것 조금, 참기름, 구운 김 부순 것, 달걀 노른자로 구성한 덮밥. 간장새우 처음 만들어 봤는데 괜찮았다. 근데 만들기 엄청 성가셔서 다시 안 할래ㅋ. 

저녁밥. 

닭고기 달걀 덮밥(오야코동), 시래기 된장국, 매콤 오이무침, 단호박 넛츠 샐러드, 미니사과.

 

 저녁밥. 

차돌박이 굴소스 볶음, 단호박 샐러드, 시래기 유부 된장국, 찰옥수수 귀리밥, 오이무침, 미니사과와 귤.

 

아침밥. 

고등어 카레구이, 구운 가지, 표고버섯 호두 솥밥으로 만든 주먹밥, 브로콜리 토마토 샐러드, 홍시, 무첨가 두유.


아침밥. 

피자맛 군고구마, 구운 소시지+홀그레인 머스타드와 유자후추, 샐러드, 홍시, 호우지차.


 아점. 

삼치 양념구이, 스크렘블 에그, 단호박 샐러드, 어린잎 샐러드, 오이무침, 시래기 유부 된장국, 밥, 미니사과.


씻어서 마른 행주로 닦아 광을 낸 미니사과. 

어차피 먹을 걸 왜 굳이 광을 내냐면, 반짝반짝 귀여워서. 

곧 먹어서 없앨 거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 좋다. 

저녁밥. 

콩국수, 돼지목살 고추장 양념구이, 데친 브로콜리,귤. 

처음으로 만들어 본 콩국수. 콩국은 삶은 병아리콩, 무첨가 두유, 구운 캐슈넛을 함께 갈아 만들었다. 이 방법은 모친에게 전수받은 ‘간단 콩국수’ 레시피를 내 스타일로 변형한 것. 차가운 콩국수를 뜨거운 고기랑 같이 먹으니 최고.


아침밥. 

구운 가지, 스크렘블 에그, 샐러드, 주먹밥, 곤드레 된장국, 골드키위.

 

요리교실에서 배운 중국요리. 

양상추 달걀 볶음밥, 궁보계정, 흑초초계, 패션프루츠 에이드.

방금 딴 하얼빈 한 잔 곁들이고 싶은 맛. 칭따오 안 됨, 하얼빈. 

 

저녁밥. 

돼지목살 양념구이 덮밥,달걀말이, 구운 가지 겨자드레싱 샐러드, 표고 유부 된장국. 

 

세발나물+기름 안 두르고 스텐팬에 구운 가지+의식의 흐름대로 만든 연겨자 레몬드레싱+구운 호두 부순 것. 구운 가지와 겨자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저녁밥으로 새우튀김 정식. 

새우튀김+스위트 칠리소스와 갈릭마요, 시래기 된장국,구운 대추방울토마토, 데친 브로콜리 줄기와 시금치의 참깨무침, 밥, 사과. 

새우가 휘지 않게 튀기는 요령을 알고 있지만 손질과정이 한 단계 추가되는게 귀찮아서 그냥 후딱 튀겼다. 꼬부랑 휘었구나. 

 

저녁밥. 

카레맛 고등어구이와 구운가지, 달걀말이, 단호박 샐러드, 표고 유부 된장국, 밥. 

 

올해 단호박은 유난히 노랗고 달콤한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주말의 점심. 

삼치 카레구이, 달걀 프라이, 김자반 주먹밥, 사과와 캐슈너트를 곁들인 구운 가지 겨자드레싱 샐러드, 호우지차.

 


브런치. 

피자맛 구운 감자, 베이컨 에그, 분쇄한 캐슈넛을 뿌린 단호박 샐러드+브로콜리 당근 샐러드+사과 슬라이스, 무첨가 두유.

먹기도 전에 노른자가 터졌어 흑흑. 



그라탕 용기에다

반으로 잘라 전자렌지에 애벌로 익힌 감자1개+피자소스+체다 치즈 슬라이스+피자치즈+옥수수 순서로 쌓아올리고 200도에서 10분(예열 없이). 맥주 안주로도 좋을 맛. 


아침밥. 

시금치 베이컨 볶음, 구운 대추방울토마토, 반숙으로 삶은 달걀, 바게트, 홈메이드 산딸기잼, 클로티드 크림, 단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추워지기 시작하면 시금치가 맛있어진다. 시금치가 얼어죽지 않기 위해 부동액 같은 성분을 만드는데 그게 단맛이란다. 추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덕분에 긴 겨울이 그리 싫진 않다. 


알갱이가 영롱한 산딸기잼. 산딸기가 제철일 때 떨이로 상자째 파는 것을 사다가 잼으로 만들어 냉동보존해뒀다. 


늦은 저녁밥. 

돼지 목살 넣은 순두부찌개, 데친 브로콜리+단호박 샐러드, 밥사과. 

다담 순두부찌개 양념으로 간단히 끓인 찌개. 

 

아침밥. 

달걀 치즈 밥버거, 시래기 유부 된장국, 단호박칩을 곁들인 샐러드, 사과.

 


칼로 잘라 쪼갰을 때 짠 하고 나오는 이 단면이 너무 좋아. 


아침밥. 

병아리콩으로 만든 진한 콩국 따끈하게 데운 것, 치킨 샐러드+단호박 샐러드+사과 슬라이스, 살짝 토스트한 바게트.

홍콩의 조식 메뉴인 따뜻한 콩국을 흉내내봤다.



콩국수 해 먹고 남은 콩국을 냉동해뒀던 걸 냉장해동해서 설탕 소금 넣고 한소끔 끓여 캐슈넛 부순 것을 띄웠다. 엄청 고소하고 든든하다. 


기름에 튀긴 길쭉한 빵 대신 바게트를 곁들여 찍어먹었다.


아점.

굴소스 부추달걀볶음 덮밥, 시금치 유부 된장국, 샐러드, 홍시.

 


굴소스 조금 넣으면 마법처럼 맛있어진다. MSG만만세. 

굴소스는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튜브형. 기억해줘. 


요리교실에서 배운 연말 파티 손님접대 상차림. 

반죽 쳐서 만든 수제도우 피자, 후라이드 치킨, 코울슬로.

나는 연말파티 열 일도, 손님접대 할 일도 없으니 혼자 해서 혼자 먹을랍니다. 

 


이스트 넣고 발효시킨 반죽을 손으로 쳐서 만든 도우라 확실히 더 맛이 좋다. 방금 만든 코울슬로와도 궁합 최고. 
 

아침밥. 

대추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시금치 참치 연겨자무침, 달걀 반숙, 주먹밥, 귤과 단감, 차가운 히비스커스 티.


저녁밥. 

닭가슴살 감자 조림, 시금치 두부소보로 무침, 밥, 귤과 단감, 히비스커스 티.

 

저녁밥. 

닭가슴살 감자 조림 덮밥, 표고 유부 된장국, 구운 대추방울토마토+데친 브로콜리, 귤.

 


전기 압력밥솥으로 만든 조림. 한 번 만들면 이틀은 메인반찬 걱정 없어서 편하다. 


아침밥.

대추방울토마토 달걀볶음 덮밥, 홈메이드 단호박칩을 곁들인 브로콜리 캐슈넛 샐러드, 무첨가 두유, 귤과 단감.

 


토마토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쓰면 훨씬 맛있어진다. 


아침밥. 

삶은 찰떡 넣은 단호박죽, 베이컨에그, 샐러드, 사과.

*찰떡은 키리모치. 일본에서 1월1일에 떡국(오조니) 해 먹을 때 쓰는 그 떡이다. 일본 마트에서 흔히 판다.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서 재난 대비용 식량으로 컵라면 못지 않게 사랑받고 있다고 함. 소금 설탕 간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찹쌀100%다. 삶아서 죽에 새알심 대신 넣어먹어도 좋고, 구워서 꿀 찍어 먹어도 좋고, 좌우지간 활용도가 높다. 

 

한 솥 가득 끓여서 냉동보관. 추운 아침마다 한 팩씩 까먹는 재미가 쏠쏠. 


브런치. 

핫케이크+버터+메이플 시럽, 체다 치즈 오믈렛, 오이와 당근 샐러드, 미니사과와 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냉동실에서 갓 꺼낸 발효버터 한 조각을 올렸다. 

사진 찍고 10초 후에 녹아서 주르륵 미끄러졌다. 


아침밥. 

소시지 구이+홀그레인 머스타드와 유자후추, 당근 달걀 볶음, 단호박 샐러드와 사과 슬라이스를 곁들인 치커리 토마토 샐러드, 시금치 유부 된장국, 밥.

 


한창 달달할 때의 시금치로 국 끓이면 꿀맛이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침밥. 

삼치 고추장 양념구이, 주먹밥, 표고 유부 된장국, 시금치 겨자무침, 당근 달걀 볶음.

 


당근채 달걀볶음. 당근을 많이 먹고 싶을 때 만드는 메뉴. 별 거 아닌데 소박하니 맛있다. 일본 가정식의 대표 반찬 중 하나. 


저녁밥. 

닭가슴살 카레(데친 시금치, 구운 대추방토, 홈메이드 단호박칩, 메쉬드 포테이토 토핑), 샐러드, 홍시.

이 시기엔 홍시에 꽂혀 있었다. 

 

일요일의 브런치. 

홈메이드 캐슈넛버터와 홈메이드 산딸기잼을 토핑한 핫케이크, 귤, 참치마요 샐러드 ,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홈메이드 산딸기 잼과 홈메이드 캐슈넛 버터의 하-모니. 

아침밥. 

참치마요 밥버거, 감자달걀샐러드+치커리 당근 샐러드, 히비스커스 티, 홍시.

 


참치김밥에서 단무지 뺀 맛이다. 

마트에서 파는 치자꼬들단무지를 물기 꼭 짜서 채썰어 넣으면 딱 참치김밥 맛일 것 같아. 다음에 그렇게 해 봐야지. 


저녁밥. 

굴소스 차돌박이 덮밥, 시금치 겨자무침, 히비스커스 티, 홍시.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화들짝 놀랐다.

노브랜드 차돌박이 가성비갑.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최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특식>

 

언제나 크리스마스 이브엔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 

 

매일 먹는 걸 이날도 먹으면 왠지 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낸 기분이 든다. 크리스마스는 자본주의의 축제. 이런 날 평범한 것을 먹으면 그 축제에서 나만 쓸쓸이 뒤처진 것 같다. 종교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늘 “FSM이요(*FSM: Flying Spaghetti Monster,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라고 답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올해 이브엔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밥 대신 버터 옥수수 통구이를 곁들였다. 육즙 가득한 햄버그와 버터 향기 솔솔 나는 옥수수를 번갈아 먹으니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햄버그를 먹으며 문득 7-8년 전의 어느 이브를 회상했다. 

 

그날도 나는 이브 만찬으로 햄버그를 정성껏 만들었다. 사우스파크를 틀어놓고 방금 만든 햄버그를 한 입 먹는 순간, 아 너무 맛있어! 하고 혼자 탄성을 질렀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근처에 사는 오래된 친구였다. 

 

“나 방금 남친한테 차였어... 진짜 너무 미안한데 지금 와 주면 안돼?”

친구는 울먹이고 있었다. 친구의 남친은 금발벽안의 인텔리 유럽인이었다. 이브에 그를 자취방에 초대해서 오붓하게 보낼 거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나는 한 입밖에 못 먹은 햄버그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것을 바라보며 대답을 망설였다. 

 

“진짜 죽을 것 같아.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듣고도 안 달려가면 사람도 아니지. 응, 그렇겠지. 결국 나는 바로 옷을 주워입고 택시를 탔다. 

 

친구네 집에 가 보니 주방이 어수선했다. 생전 처음 보는 이름모를 요리가 다 식은 채 프라이팬에 담겨 있었다. 

“걔가 요리한 거야. 제대로 먹지도 않고 가버렸어.”

친구는 갈라진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고 괜찮았던 분위기가 어쩌다 갑자기 파국으로 치닫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 같은 푸념도 함께였다. 나는 몇 시간 동안 친구를 위로해주고 자정이 다 되어 돌아왔다. 

 

다 식어빠져 접시에 꾸덕하게 들러붙은 햄버그를 버리면서 나도 모르게 아아, 기빨려, 올해 이브는 망했어 하고 중얼거렸다. 와 줘서 고마워, 미안해 라는 공치사를 들었음에도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흘러 올해의 크리스마스. 

이제 그 친구는 내 곁에 없다. 

이브를 함께 보낼 남자는 없지만 늙고 작은 개가 있다. 덥수룩한 털에서 꼬순내를 풍기며 내 곁에 딱 붙어서 만찬을 관람한다. 만찬이 끝날 때까지 “지금 와 줄 수 있어..?”라는 전화 같은 건 걸려오지 않는다. 햄버그는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음, 이 정도면 행복한 것 같아. 

내년 이 날엔 무얼 해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한 이브였다. 

 


 

                                       -끝-

 

 

작품 등록일 : 2019-12-29

▶ 집밥 아ㅡ트 (13) 19년아듀

▶ 집밥 아ㅡ트 (11) 가을미각

다먹고싶어
여신의 광...   
저 잼..그릇 진짜 이쁘다 나도 이렇게 차려먹고싶어
ʕ•ᴥ•ʔ   
우와 진짜아트네
올리브   
사랑합니다..
  
한 달에 얼마 벌어다주면 파트너한테 이렇게 해줄 생각이야?
당신이란 여자, 내 와이프로 삼아야겠어.
레즈는 생각 없어?
ap********   
우와...진짜 b
종달새   
좋다
honey   
우와...우와.... 우와... 우와....
라라라   
돈 줬어 ㅎㅎ 더 올려주라
cl*******   
반했어
ci*****   
언니 나랑 결혼해주세요
il******   
연겨자레몬소스 말고 다른 소스는 뭐야?
참나물 사러간다.
si****   
잘보고갑니다
이토준지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댓글 달아둠
un**********   
천재다 존경해 사랑해
ki**********   
대단해요 언니
프로필 제...   
캬 진짜 아트다 언니... 이건진짜 재능이야 멋져
lol   
이번에도 잘봤어
세도나의 ...   
재밋다 매번..
낭랑15세   
대단하다
돈조밨니   
돈줬다..나도 이상은 저런데
현실은 사업장 구석에서 곰국에 밥말아서 마시고있다..
li*******   
카레에 토마토라니...카잘알.. 카레 ㄹㅇ 개맛있어보이네 당근도 싫어하는데 먹고싶어짐
시끄럽도다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유리선인장   
와씨
식욕 돋아
엉셩떼   
다시 태어나면
보패의 댕댕이 or 냥이로 태어나는거시다

보패가 만들어준 신선하고 맛난 간식들을 쳐먹는 거시다! 그렇게 젤로, 보송이 같이 푸짐한 몸뚱아리가 되는거시다!
젖몽우리   
멋지다
01**   
크 역시 따뜻하고 멋져
나도 내년부턴 집밥 잘해먹을테야
ki****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