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부터 33살까지 자취를 하다가 허리가 고장나서 본가로 들어왔다.
워낙 박봉이라 집세며 뭐며 내고나면 빠듯한 생활비라 허리수술하고 집에서 쉬면 나는 타지에서 길거리생활을 해야할지도, 빚을 져야할지도, 불어나는 걱정과 삶의 고단함이 명절에도 안가는 집으로 들어앉혔다.
이때부터 나는 집속의 내 집에서 세입자로 살게되었다.
거실=마당
화장실=외부변소 + 세면장
내방=세얻은 단칸방
매달 1일 집주인계좌로 집세(수도세 전기세 포함) 입금한다.
아무래도 바깥생활보다는 월등히 싸다.
매주 금요일마다 퇴근길에 일주일치 식량 방에 비축한다.
주로 식빵/ 잼 / 옥수수/ 골뱅이/ 참치통조림 2리터 생수2개 약간의 껍질째 먹을 수 있거나 뒷처리가 쉬운제철 과일.
생활리듬이 전혀 다르므로 오전 7시 주인이 모두 출근을 하면 소음이나 인기척 없는 적막감에 안심하고 잠든다.
12시쯤 일어나 세면장에서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공들여 씻고 볼일을 보고 흔적을 치운다.
방으로 들어와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토스터에 빵하나 굽고 잼을 바른다.
커피랑 곁들여 먹으며 출근준비.
천장에 X자로 쳐진 빨래줄에서 빤스랑 브라랑 스타킹을 걷어 입는다.
가방에 저녁도시락으로 수저통과 옥수수캔, 사과한개 넣고 출근. 14시 출근완료.
17시쯤부터 저녁식사 옥수수캔 한입 사과 한입. 왔다갔다일하면서 반복 21시쯤 식사끝.
23시 30분 쯤 동네도착.
맥주2캔사서 아파트 벤치에 앉아 집 창문 올려다봄.
1캔깜. 거실 불꺼짐.
반쯤 마심. 안방 불꺼짐.
천천히 마져마심.
집입성.
신발은 미리 벗어 발소리 죽임.
미닫이문 나노 단위로 열기.
방문손잡이 억겁의 세월동안 열기.
30분정도 멍하게 앉아서 주인이 완전 숙면할때까지 기다림.
세면장에서 물소리안내고 간.단.히 씻고, 속옷 스타킹 솜사탕빨듯이 빨래.
방 천장에 빨래 널고 대충 찍어바르고 맥주한캔 마져까서 골뱅이랑 취식. 눈물나게 좋아하는 순간.
맥주가 딱 끝나는 시점 여주인이 얕은 잠을 깨고 거실로 나와 티비를 보기시작.
다음날 아침까지 모든 생리적인 현상 스탑더비트.
그때부터 인기척+티비소리 주인이 벽너머 문너머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서 불면의 밤 시작.
다시 아침 7시 × 5
토요일
주인부부는 8시~9시쯤 일어남.
나는 7시쯤 등산복을 챙겨입고 가방에 포트에 끓인 물이 든 텀블러와 통조림 두개 사과 책을 넣고 등산을 간다.
등산마치고 산아래 대형목욕탕에서 신선노름.
찜질방에서 책보고 계란까먹고 딩가당.
손칼국수 한그릇 때려넣고
시내로 돌아와서 카페들러 커피마시면서 책.
얼추 시간이 23시.
슬슬 일어나서 동네로.
맥주구매. 소등의식 반복.
일요일
주인부부가 종교행사로 10시 50분에 집을 나섬.
느긋하게 방청소와 세탁기사용을 시도.
이미 들어있던 세탁물은 다 빼고 내 것만 내 세재 내 유연제로 세탁.
일광건조.
환기하고 이불 배게 일광소독.
식사는 같게.
빨래 이불 배게 수습.
쌓인 통조림 및 재활용품들을 챙겨 책과 일기장 노트북든 가방 매고나옴.
재활용하고 나서 자전거를 꺼냄.
해안도로따라 라이딩.
바다끝에 있는 카페도착.
언제가도 찬바람 쌩쌩부는 카페주인장.
바닷가쪽으로 난 창문을 바라보고 길다란 책상에 앉음.
어두워질때 까지 책 일기쓰기 노트북으로 문서작성.
찌뿌두둥하게 일어나서 자전거를 돌려 다시 돌아옴.
기름때가 시커멓게 낀 골목안에 숨어있는 테이블 5개짜리 파스타집에 들러 투움바와 책.
새우가 졸라 크다. 그걸 베어물때 알수없는 죄책감과 희열.
인근 스벅에서 23시까지 이렁저렁.
다시 집. 맥주. 소등의식.
그리고 다시 월요일.
나의 주 7일.
조금 틀어지는 날도 있고
주인부부를 마주치는 날도
같이 밥을 먹거나 내게 말을 거는 날도
가끔 주말 이틀 내내 아파서 방에 갇혀있을때도 있고
너무 추울땐 자전거대신 시외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투어를 갈때도 있지.
최근에 고양이가 와서 좀 바뀌어버렸지만.
이상하네.
뜨끈한게 내 팔이며 등이며 딱 들러붙어서 조용히 자고있으니.
그러다 눈을 막 이렇게 뜨고 날 쳐다보니.
지금도 일어나 앉아있다가 돌아보니까 내 배게위에서 자고있냐.
어제도 그래서 배게 안배고 자서 목이 뻐근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