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막둥이
가난한 부모가 싸지르고 키워주지를 않아서
밤낮으로 먹이고 엎고 재우던 우리 막둥이
이 막둥이 아들 낳겠다고
쓸모없는 딸년을 둘이나 낳고 엄마는 반 병신이 되었다
그렇게 아들손주 타령을 하던 할배는 겨울에 태어날 막둥이가 아들인지도 모르고 가을바람 불쯤에 죽었다
어제 전화를 받았다
낯선 도시의 지역번호
자정이 다된 늦은시간에 광고전화는 아닐테고
낭낭한 서울말씨의 남자가 내 개명전의 이름을 대면서 날 찾는다
당신의 동생이 보이스피싱 자금운반책으로 현금인출을 시도하다 현장에서 긴급체포되었다고
영 믿지 않는 내게
막둥이를 바꿔준다
목이 꽉 잠긴 동생이 한숨같은 소리로 말을 한다
- 누나야 내다
엄마 아빠한테는 내 어디 외국에 돈벌러 갔다해라
밥먹었냐는 싱거운 소리나 하려던건 아닌데
그렇게 형사가 다시 바꿔 받더니
내일 조사 받고 모레 법원가고 어쩌고 한다
동생분이 부모님께는 죽어도 말못한다고하고
가족에게 꼭 고지해야된다니까 큰누님 전화번호를 대더라고
벌써 몇십년이 지난 내 새 이름 대신
지가 태어나 처음 기억하는 내 오랜 이름
그 이름으로 불리던 나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다
늙은 내 부모에게 말을 했다
정신차리게 그냥 두라신다
경찰서 지집처럼 드나드는 새끼 이번에는 형살고 정신차려야된다고
어제 잠들기 전에 얼핏 생각했다
이 징글징글한 새끼
사실은 죽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