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6:30
식탁
엄빠는 같은 회사 다른부서이다.
두 부서는 사이가 않좋다.
아빠는 시설계 엄마는 총무계
쓰려는자와 아끼려는 자의 치열한 난상토론.
그 사이 나는 식탁위에 1년 내내 놓인 존재감없는 후추통.
PM 8:10
티비앞
아빠가 아이스크림 가져오라고 하자 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또 싸우기 시작.
시끄러워서 내가 아이스크림 갖다드리고, 엄마 닥치라고 모과차 한잔 타다 줌.
PM 9:27
거실에서 엄마가 "내일 출근하나?"소리치길래
"아니!"소리침
"목욕탕갈래?"소리치길래
"맷시에?"소리침.
이런식으로 한 2분 대화하다가 목아프고 짜증나서 거실로 나갔더니
친구랑 통화중이었음.
PM 10:18
씻고있는데 누가 불을 끔.
"내 씻는다!"했더니
아빠가 "어, 니 집에 있었나?"함.
나는 신라면이 싫다고 했지만
십년째 찬장엔 신라면이 가득하다.
나는 돌나물이 싫은데, 니 이거 좋아잖아하면서 자꾸 먹인다. 나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도
중 고딩때 도시락에도 돌나물을 찬합에 싸주더니
이젠 아침에 녹즙으로 갈아 먹인다.
깜빡하고 나만 겨울이불을 안줬다.
깜빡하고 바뀐현관키를 안주고 둘이 여행을 갔다.
깜빡하고 내 구충약만 안사왔다.
깜빡하고 수술전 기록지에 내 혈액형을 잘 못썼다.
깜빡하고 가족관계란에 나를 안썼다.
깜빡하고 내가 몸져 누운날 집에 도배를 불러놓고 둘이 여행가서 나는 잠옷바람에 모텔가서 잤다.
깜빡하고 내가 씻을 때 마다 보일러를 끈다.
매일 반복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가족구성원으로써의 나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말로 존재감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
안방문을 벌컥열고"얘기좀합시다!"
엄빠는 출타하신뒤였다고 한다.
엄마, 내쫌챙겨라!!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