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아ㅡ트 외전 (1) 엄마집밥

엄마는 15년 전부터 도쿄에 살고 있다. 

나는 1년에 1~2번 도쿄에 가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

엄마집에서 지내다 온다. 

 

엄마가 해 주는 아침밥을 먹고 나가서 종일 놀고 들어간다. 

엄마가 오늘 저녁은 특식이니까 일찍 들어와라 하면

저녁은 사먹지 않고 7시 전에 귀가한다. 

 

도쿄에서 지내는 동안은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토스트에 잼 바르는 것조차 엄마가 다 해 주기 때문이다. 

옛날에 같이 살 땐 뭐 많이 시켰던 엄마인데. 

지금은 왜 그럴까?

가끔밖에 못 봐서 그러는 걸까?

어쨌든 3X살에 애기 취급 받는 것은 재미있다. 

아 응애예요. 

 

아침밥. 

샐러드, 식빵 토스트, 모즈쿠스(もずく酢)*, 콘스프. 

 

엄마가 만드는 아침밥의 기본구성은 삶은 달걀과 과일을 토핑한 샐러드, 동네 마트에 딸린 빵집에서 사 온 두꺼운 식빵의 토스트, 마실 것(무가당 차 또는 무첨가 두유) 이렇게 3가지다. 

여기서 샐러드의 드레싱, 빵에 바르는 것은 매일 돌려가며 쓴다. 

스프를 먹는 건 나뿐이다. 

 

*모즈쿠스: 해초 ‘모즈쿠’를 새콤달콤한 식초소스에 담근 것. 샐러드에 드레싱 대신 토핑해먹으면 산뜻하니 좋다. 


두꺼운 식빵토스트+땅콩버터+딸기잼+왕건포도. 

“오늘은 뭐 바를래?”하고 엄마가 물어서

“음...땅콩버터도 딸기잼도 둘다 먹고 싶은데..뭘로 하지?”이러며 미적거리니까 엄마가 요렇게 해 줬다. 

삭삭삭삭 바르는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저 왕건포도는 보통 건포도의 3배는 될 정도로 알이 굵다. 

태어나서 저렇게 큰 건포도 처음 봤음. 

온천 가는 길에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의 지역특산물 코너에서 사왔다. 왕크니까 왕맛있다. 

 


오뎅. 

동네 마트에서 사 온 오뎅팩으로 끓인 오뎅이다. 제대로 된 오뎅 전문점에서 파는 것보다 엄마가 이렇게 끓여준 것이 내 입에 맞는다. 오뎅만 먹을 거니까 밥은 필요없다고 했는데 부득부득 냉동밥을 해동해서 줬다. 다 먹고 배 터질 것 같아서 오타이산 먹음. 

 

집에서 오뎅 만들면 제일 좋은 점은 모찌이리킨챠쿠(떡 넣은 유부주머니)를 많이 먹을 수 있는 거다. 나는 이게 너무 좋다. 

엄마는 오뎅팩도 하나 사고 모찌이리킨챠쿠도 따로 더 사서 잔뜩 넣고 끓여준다. 연겨자를 풀어넣은 간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끝내준다. 

 

카레라이스 정식. 

쇠고기 엄청 넣은 카레에 갓 지은 밥, 동네 마트 반찬코너에서 사 온 새우튀김(오븐토스터로 바삭하게 데움). 오이+유자미소 마요, 멸치볶음이랑 연근조림 남은 것, 콩나물 무침, 차가운 우롱차. 

 

엄마가 만든 카레는 너무 맛있다. 

눈치 보면서 슬그머니 접시 핥다가 등짝 맞았다. 

육개장 정식. 

오후에 카페에서 케이크를 많이 먹어서 저녁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저녁 굶고 신나게 놀다가 늦게 들어갔다. 엄마가 오늘 저녁은 뭐 먹었냐고 물어서 굶었다고 하니까 슬픈 개구리 표정을 지으면서 냉장고의 남은 것들로 밥을 차려줬다. 계란 후라이도 부쳐줬다. 밥이 없어서 냉동밥을 해동했다. 

 

엄마는 내가 한 끼라도 굶으면 죽는 줄 안다. 

 

근데 엄마 나 귀찮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잘 굶는데. 

개바쁘면 프로틴바 하나에 무첨가두유 한 팩 먹고 넘기는데. 

끼니때인데 배 안 고프면 어 다음에 먹지 뭐^^하고 마는데. 

말하면 잔소리 들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음. 

 

육개장은 고급 장례식장에서 먹는 맛이 났다. 

건더기 푸짐하고 적당히 매콤하고. 

추노의 대길이에 빙의해서 허겁지겁 퍼먹었다. 


아침밥. 

샐러드, 콘스프, 두꺼운 식빵 토스트, 달걀 프라이. 

엄마는 프라이를 참기름 두르고 만든다. 

되게 고소하다. 

아침밥. 

샐러드, 토스트에 단호박사라다 두툼하게 바른 것, 전날 저녁 먹고 남은 에다마메(콩), 무첨가 두유. 

야식. 

사쿠라에비 부추 부침개. 

지인들이랑 술 먹고 만취해서 들어왔는데 안주를 덜 먹었는지 출출했다. 엄마 나 배고파 하고 불쌍한 척 했다. 

마침 냉장고에는 엄마가 저녁에 만들어 먹고 남은 부침개 반죽이 있었다. 

평범한 부추부침개일 줄 알았는데 사쿠라에비(말린 꽃새우)를 잔뜩 토핑하고 구워서 고소하고 바삭바삭하니 끝내줬다. 

 

엄마는 도쿄에 산 지 좀 된 다른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한본어(한국어+일본어)로 말한다. 부침개는 꼭 치지미(チヂミ)라고 말한다. 


아침의 샐러드. 

시판 당근 드레싱을 뿌렸다. 이 드레싱 되게 맛있어서 사 오고 싶었는데 깜빡했다. 


김치찜 한 상. 

묵은지랑 돼지고기 푹 조린 거, 샐러드, 진미채 무침, 무 절임. 

나는 김치를 싫어하지만 엄마 거, 내 언니 시어머니가 만든 거는 먹을 수 있다. 생김치는 잘 못 먹고 가열한 김치 요리가 괜찮다. 

엄마는 내가 가면 김치찜을 꼭 한번씩 해준다. 

 


엄마 아침밥. 

내 토스트에는 단호박 사라다 두텁게 발라주고, 자기 거엔 꿀유자청 바르고 크림치즈 포션 곁들임. 

이 조합이 맛있다고 한다. 



돈까스 정식. 

돈까스+양배추 사라다, 멸치볶음, 시금치 무침, 미소시루, 밥, 우롱차 약간. 

 

엄마가 만든 돈까스는 내 쏘울푸드다. 

죽기 전 최후의 한 끼로 무엇을 고를 것인가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1.담배와 커피. 

2.술 

3.엄마가 만든 돈까스 

이 세 개 중 무얼 골라야 좋을지 몰라 늘 고민함. 

엄마 미안.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따위랑 경쟁시켜서. 

흑흑

 

아침밥. 

오븐 토스터로 데운 브리오슈, 달걀 프라이, 샐러드, 모즈쿠스, 무첨가 두유. 

아침에 식빵 말고 다른 빵도 먹어보고 싶어서 전날 브리오슈를 사서 귀가했다. 보드랍고 맛났지만 식사용으로는 안 어울리더라. ㅋㅋㅋㅋㅋ


아침밥. 

샐러드, 토스트, 무첨가 두유. 

땅콩버터 바르고 왕건포도 올린 토스트. 

맛있다. 


흑초 탕수육. 
에다마메와 씻은 묵은지를 곁들였다. 

저 접시가 되게 비싼 거라고 한다. 선물 받았다고 함. 

엄청 맛있다 와 엄마 천재다 나 미슐랭 중식당 탕수육에서도 이런 맛 느껴본 적 없어 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비행기 그만 태우라고 했다. 

 

진짠데. 



아침밥. 

카레 치즈 토스트, 샐러드, 무첨가 두유 따끈하게 데운 것. 

전날 먹고 조금 남은 쇠고기 카레를 식빵에 얹고 치즈를 추가해 토스터로 구웠다. 엄청 맛있었다. 

 

아침밥. 

콩 박힌 찰떡이랑 약식, 샐러드, 모즈쿠스, 홋카이도 마시는 요구르트. 

떡은 서울에서 내가 단골 떡집에서 해 간 것이다. 언젠가부터 갈 때마다 대량의 떡을 해 간다. 도쿄에서 사 먹는 한국 떡은 비싼데 맛이 없다고 해서. 

저 요구르트는 불가리스 사과맛 비슷한데 훨씬 훨씬 더 맛이 좋았다. 엄마 이거 완전 맛있어 최고다 우와 뭐야???!! 이러니까 엄마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 것도 많아. 


아침의 샐러드. 

그냥 샐러드 색이 예뻐보여서 찍었다. 


저녁밥. 

식탁에 전기불판 올려놓고 고기 구워먹었다. 고춧가루 한 톨 안 남게 씻은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여긴 구워먹는 고기를 다 한 점 크기로 작게 잘라서 판다. 뒤집다보면 좀 성가시다. 


김치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엄마의 김치찜. 

밥 2그릇 반 뚝딱. 

 

아침밥. 

토마토 스프, 연두부, 샐러드, 토스트. 


땅콩버터 듬뿍 바르고 왕건포도랑 호두를 올린 토스트. 

 

 

아 엄마가 해 준 밥 또 먹고 싶다. 

왕건포도 사 온 거나 먹으며 엄마가 해 준 아침의 토스트를 추억해야겠다. 

 

-끝-

 

작품 등록일 : 2020-04-13

▶ 집밥 아ㅡ트 (15) 이시국 밥상

▶ 집밥 아ㅡ트 (13) 19년아듀

엄마..ㅠㅠ
aware   
보패언니 포레버
나야   
아름다웡ㅠㅠㅠㅠ
Asher...   
따듯해..♡
키위**   
모즈쿠...
너무 먹고싶다
푸드덕   
토스트에 잼 바르는거까지 다 해준다면 어쩔수없지..(흐뭇) 저녁굶고 왔다니까 슬픈개구리 얼굴로 계란후라이까지 해줬대서 엄청 웃다가 사쿠라에비 부추 부침개에서 거하게 치인다. 돈가스도 참 좋다. 그릇 핥을만 하지. 딸이 밥 두공기 반 뚝딱했대서 너무 좋아하다 간다
H2*******   
멋있다 엄마는 일본 공주님 아빠는 모로코 왕자님이면좋겠다 간지다
시트러스   
언니 어머니 닮았구나 너무 부럽다 너무 맛있어 보여 다 정갈하고 ㅠㅠ
ooweas   
ㅠㅠ
정만보기   
따봉임미다. 이글을 보니 요리가 무쟈게 하고싶근여.
PLEC   
피터래빗 그릇 울집에도 있어 ㅎㅎ
he****   
핡ㅜ
jo*******   
좋다
discl...   
언니 요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겠다

너무 보기 좋아
now o...   
왕 크니까 왕만듀!
왕 크니까 왕건포도!!
ki*****   
와 진짜 부럽다 왜케 맛나 보여
sh****   
어허 배고프다
PLEC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숙생으로 들어가고 싶어
ch*****   
카레치즈토스트 대박!!!
아다지오(...   
엄마 닮았구낭
tr******   
그 멋진 요리들이 괜히 나온게 아니네
캐모바   
우와이아아아아앙 ㅠㅠㅠㅠㅠ 맛있게따
뚜비   
좋다 좋다
기린   
배고파서 못보겠어 나중에 다시볼게..
에어프라이어제빵녀   
돈 줬어!
또 써줘
사랑과 욕...   
마지막 토스트 나도 절케 해먹어봐야지
ti***   
아름답다
ha*******   
보기만 해듀 살찌는 기뷴
●u●   
잘봤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엄마보고싶네
줄쓰피   
보패 언니 솜씨가 어머니를 쏙 빼닮았네
카레 그릇 핥다 등짝 스매싱에서 육성으로 뿜음

엄마가 해주신 밥상이라 그런가 나레이션도 응석받이 애교쟁이 딸같음
$1 드림
sa****   
Lost ...   
우ㅘㅇ
휴먼   
샐러드 넘 이쁘다 흐잉~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나도 내 아이들 밥 멋지게 차려주는 이런거 본받아야쥥!!!!
개줌마   
역시 이런 건 어머님한테 배우나봨ㅋㅋㅋㅋㅋㅋ
어머님 짱
ad*****   
철판 깔고 가서 한입만 달라 하구싶다..♡
친절한년   
보패언니 엄마닮아서 재주꾼이구나
ku키   
와 모전여전이라고 어머님도 요리 잘하시네 요리들이 심지어 예뻐
tl******   
우앙 엄마밥 쵝오!! 플레이팅이 보패언니랑 결이 같아 ㅎ
사쿠라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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