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기#5 작은 사막 기행

시간 순서가 아닌 내 마음대로 쓰는 베트남 여행기, 

호치민시에서 겁나게 지루해진 그때, 

한국보다 2시간 늦게 새해를 맞이한 1월 1일 

오픈버스 표를 구입했다. 

그리고 1월 2일, 무이네로 갔다.

 

도착해서 숙소에 가보니 글쎄 어메이징했다.

 

 

아지메가 실실 웃으시면서 방을 안내했는데 글쎄 

커다란 침대가 2개나 있는 방. 

당황했더니 그냥 쓰면 된다면서 실실 가버렸다. 

 

싸구려 여관 같은 느낌에

뭐 그닥 고급스럽거나 하진 않아도

혼자 여행하는 찐따라 깨끗하고 방 넓고 천장 높으면 최고다 이거다.

방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침대도 깨끗하고 방도 관리 잘 된 느낌이었다.

에어컨 파워로 틀어놓고 푹 쉬었다.

 

그런데 욕실이… 

 

그냥 게스트하우스 화장실 같은 수준. 

근데 이게 14,000원이다.

그러니까 만 사천 원에 이 정도 방이면 만족할 수밖에 없지 않냐?

아님 말고. 난 나름 좋았다.

 

욕실보다 더 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문 걸쇠가 부숴져 있었다는 점. 

저거 아래 손잡이는 열쇠만 있으면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

설마 이 아줌마가 나 자는 사이에 덮치려고 이 방으로 안내한 건가? 했는데 농담이고, 

나 자는 사이에 누가 들어와서 죽이면 어쩌지? 싶었다. 

 

사실 후기를 보면 여기 아줌마 원래 혼자 와도 이런 큰 방으로 내준다고 그런다. 

좀 얼빠져 보이지만 착하고 친절하다는 후기 가득.

 

나한테는 숙소를 고르는 기준이 3가지가 있다. 일단 아고다를 쓰고,

1. 가격

2. 평점 8.5~9.0 이상

3. 후기

평점을 저렇게 올리면 선택지가 몇 개 안 남긴 하지만 그 중에서 고르는 거다.

후기는 서양인들 후기 절대 안 믿는다. 얘네는 도대체가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일본사람 후기를 보고 간다. 근데 그렇다고 한국인들만 가는 곳은 또 안 간다. 그냥 심술. 또 한국인들은 자기만의, 숙소 질과 상관 없는 지나친 사적 경험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잘 걸러 본다. 

문제는 가격. 

가격이 기준에 들어간다면 조금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

 



내 숙소는 빨간 부분의 판 티엣이다.

그렇다. 무이네를 간다고 갔지만 판 티엣에서 자게 된 것이다.

오토바이로 10~15분 거리. 이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수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호이안 지낼 때도 좀 떨어진 캄 탄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이전화 참고)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뭐가 만족스럽냐면 무이네 시내는 정말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다. 

그렇다고 숙소나 물가가 싸지도 않고 한국인 바글바글 하고. 

보통 호치민시 여행 왔다가 사막 본다고 무이네도 들르곤 하더라고.


판 티엣 지역은 주로 소련권, 러시아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지도에 보면 알듯 도로 딱 하나 있는 완전 시골 동네다.

도로 옆에 붙어 리조트, 숙소, 음식점, 마사지 등등이 있다.

이 모든 곳은 러시아어로 되어 있다. 

살면서 영어보다, 자국어보다 러시아어가 많은 곳은 처음 가봤다. 

길 보면 죄다 슬라브족 걸어다닌다.

주로 가족단위, 연인끼리 오래 머물고 쉬러 오는 러시아 유명 휴양지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찐따라서 혼자 왔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가 다했다.

이 숙소는 저 여관 느낌의 방 내부보다 외부가 훨씬 좋은 곳이었다.



 

이렇게 야자수, 코코넛나무가 심어져 있고

방마다 해먹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호치민시 쓰레기 공기만 맡다가 여기 와서 

상쾌한 시골 공기 맡으니까 너무 행복했다.


 

해먹에 누워서 오전 시간 다 보냈다.

드러누워서 바람결, 햇살 느끼고 담배 뻒뻒 피우고 음악 틀어놓으니 

이게 행복이구나, 정말 행복하다 했다.

조용하고 새소리 조금씩 들리고.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여기서 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여기서 오래 살고 있다는 러시아 애도 있었고.

별로 할 말은 없었다. 서로 쉬기 바빴다. 경쟁적으로 쉬었음. 

걔는 노트북으로 뭐 하다가 걍 쉬다가 하던데 혹시 내가 몰랐던 차세대 톨스토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렇게 쉬다가 일어났다. 

사막 가야지.

 

여기는 물가마저 저렴하다. 

신또가 15k, 무려 750원. 

생과일쥬스가 750원밖에 안 했다. 어떤 과일이든, 여러 개를 섞든. 

 

신또 쭊쭊 빨면서 밥을 먹으러 갔다.

그냥 길 가다가 적당히 메뉴판 보고 들어간 가게.

 

 

꽤 예쁜 식당이었다.


 

해물볶음밥, 5만 동, 2500원. 

호치민시 관광지보다 좀 싼데 해물이 참 많았다. 

호치민시에서 먹은 볶음밥은 맛살 뿐이었는데 흥.

 

저 타이거 맥주가 베트남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맥주라고 한다. 태국맥주.

베트남도 비아 사이공, 비아 하노이 같은 자국 브랜드가 있기는 한데 

실제로 먹어봐도 그렇고 타이거보다 영 맛이 없다. 

 

저거 맥주를 작은 걸 주문했는데 큰 걸 갔다줬다. 

1만 동, 500원 더 비싼데 결국 3/4 정도 먹어서 뭐 

작은 거 시켰으면 아쉬웠을 뻔.

 

다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일어났다. 

사막 가야지.

 

사실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가볼까? 싶었다. 

근데 50만 동이나 했다. 25000원. 

사막 2곳, 요정의 샘, 수산시장을 JEEP차를 타고 도는 것이었다. 

요정의 샘과 수산시장은 정말 안 땡겼다. 

요정의 샘이 뭐냐면 그냥 골짜기 개울 따라 걷는 거.

수산시장은 아래에 대충 사진 나옴.

 

결정적으로 굳이 JEEP차를 타야 하나? 싶었다. 뭐 대단한 차라고.  

사막 가면 4륜 오토바이 타라고 강매 비슷하게 하는데 그것도 돈 더 나가고. 

뭐 아무튼 비싸 비싸, 안 해요, 그냥 혼자 오토바이 타고 갈게요. 

 

결국 오토바이를 탔다. 

그랩을 타려고 했는데 워낙 깡촌이라 잡히지가 않았다. 

그러고 서있는데 웬 현지 오토바이 탄 아재가 들러붙는다. 

사막 간다고 했더니 100k를 부른다. 

베트남은 ㅆㅂ 뭐만 하면 10만 동 달라 그래

어림도 없지, 40k 불렀다. 

사실 그랩으로 보니까 35k 정도의 가격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랩이 일반 현지 기사보다 비싸게 받으니까 25~30k 정도면 갈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랩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40. 

당황하더라. 

80, 60 이렇게 떨구는데 그랩 어플 보여주면서 35 아니냐, 난 40 아니면 안 간다~ 그냥 간다잉~ 했다. 

결국 오케. 

 

흥정하는 꿀팁이 있다. 

무슨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너 아니라도 파는 사람 널리고 널렸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갈란다~ 

하고 미련없이 아쉬움 없이 돌아서면 된다. 

아쉬운 건 파는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괜히 끌려갈 필요 없다. 단호하면 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사실 오토바이 가격이 맘에 안 들었으면 그냥 걸어가려 했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내가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구입이 되더라. 

오픈버스도 그랬고. 

 

아무튼 오토바이를 슝슝 시원하게 타고 갔다. 

기사가 나름 친절했다. 

갑자기 바람이 찌덕찌덕 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찍은 사진. 

여기가 바로 수산시장이다. 

무이네에 오면 갈 곳이 딱 정해져있다.

Red sand dune, White sand dune, 요정의 샘, 수산시장. 

이 4곳 중의 수산시장이 바로 여기다.

 

그냥 조각배들 잔뜩 띄워놓고 

옆에 작은 시장 하나 있다. 이게 수산시장. 

볼 필요 정말 없겠따 ^^ 느꼈다.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기도 하고, 투어프로그램 했으면 좀 짜증 이빠이났을듯.

 

아무튼 뭐 예쁘긴 예뻤다. 

바다에 저렇게 조각배들 띄워놓으니까 아가들 욕조에 장난감 잔뜩 풀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달리고 달려 레드 샌듄으로. 

저 멀리 뭐가 보이길래 렏샌듄!? 하니까 예아! 렏샌듄!!! 하더라.

 

계속 사막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구다. 사구랑 사막은 다르다.

사구는 그냥 바닷가에 모래가 가득 쌓인 지역을 사구라고 한다.

편하니까 그냥 사막이라고 하는 거다. 

내가 갈 곳은 빨개서 레드샌듄, 안 간 곳은 화이트샌듄. 화이트가 더 뭔가 넓다고 하더라. 

근데 난 빨간 거 보고 싶었다. 하얀 거는 그냥 백사장 같을 것 같아서.

 

도착해서 기사한테 그냥 50k 줬다. 

얘가 뭐라뭐라 했다. 빠이빠이 인사하는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돌아가는 것도 자기가 태워주겠다는 건지 뭔지.

아무튼 나 잘생겼다고 칭찬도 자꾸 하고 그랬는데 돈 더 달라는 건 줄 알고 그냥 뒤돌아서 갔다. 

아저씨 칭찬 받아서 기분 좋아질 거라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그런 걸까? 

몰라.

내 앞에는 사막이 펼쳐있는걸. 뒤돌아볼 마음 따위 없었다. 


 

난생 처음 이런 곳을 와봤다.

 



모래가 가득 쌓인 곳이라니! 

흥분되고 짜릿했다.





올라가다 뒤돌아 보니 바다가 저 멀리 있었고… 



뭔가 어수룩한 식물들이 맥빠진 채로 자라는 이곳.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 있었다.



햐 사막이네 사막!! 

너무 짜릿했다. 진짜루. 

 

난생 처음 본 사막 지형. 신기하고 감동적이고. 왜 감동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이집트 같은 데 가면 까무러치지 않을까?




 

여기 온 사람들은 대부분 러시아 사람이었다. 

말 들어보면 그렇다. 

러시아, 중국, 한국, 베트남. 이렇게 많이들 오더라. 

 

모래바람이라서 별로 좋은 바람은 아니었지만 

그냥 모래로 가득찬 곳에 왔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바닷가 모래사장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물결치는 무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으니까. 

이거 너무 신기했다. 

이런 데에 전갈도 딱 있고 거미도 있고 그래야 더 간지날 텐데 

그게 없어서 아쉬웠다.



베두인족 느낌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림자 보니까 이렇게 길게 나오길래 찍어봤다.



모래결을 좀 간직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밟은 입구쪽. 

모랫결도 안 좋아보이고 뭔가 지저분해 보였다.

확실히 자연은 사람이 없어야 더 간지나고 예쁘고 한 것 같다.

사진으로 보면 모래판이 좀 작아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그래도 꽤 널찍하다.

 

또 오히려 작은 사막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무슨 애기들 놀이터도 아니고, 작은 사막이라니. 

말이 귀여워서 좋았다. 작은 사막. 

 




다들 저렇게 모래언덕에 올라서 사진도 찍고.

해가 져가고 있었다.

오전 시간을 해먹에 바쳤기 때문이지. 

보통 투어프로그램 해서 일출 보러 온다는데 난 일몰을 더 보고 싶었다. 

사막 하면 희망차게 일어나는 것보다 

져가는 쓸쓸함, 밤이 내려앉는 허전함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렇게. 비행기가 기가막히게 지나가고, 그늘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나도 한 장 찍어야겠다 싶던 찰나, 

옆에 러시아 아줌마 두 명이 신나서 사진을 찍고 있다. 

스팟이 좋아 보여서 나도 찍어달라고, 

즈드라스뜨부이쩨 하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멋있게 찍어주셨다. 

헉!! 베리 나이스!~!!! 스빠시바~!!!! 하니까 따라하면서 막 웃었다. 

자기가 찍고 놀라더니 자기들도 이렇게 찍어달라고.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없었다. 

누가 정화활동을 하나?

 

언덕을 몇 개 넘어가는데



그래, 이런 전형적인 놀이도 있어야지.

모래타고 내려가버리기.

여기 꼬마들이 비닐 포대 가지고 장사한다. 

한 번 태워줄 테니 돈 달라고. 



입구에서 가까운 쪽은 사람이 많아서 저 끝 언덕으로 갔다. 

일몰을 맞이하기 위한 성스러운 순례길이랄까…? 



모랫결이 볼록볼록. 저 멀리는 움푹 패여있고.

중간에 사람 하나 우뚝 서있는 게 뭔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뜬금없이 코코넛이 있었다. 

너무 뜬금없어서 찍고 걸어가는데



더 뜬금없이 누가 페트병을 땅에 고이 묻어놨다.

어떤 미친새끼였을까? ㅎㅎ 너무 웃겼다.

갑자기 이렇게 뭐가 있으면 난 너무 웃겨.



다시 그림자 찍어봤다.

모래바람이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폰 케이스 사이로 모래가 막 들어가고, 옷 머리 신발 가방 온통 모래가 들러붙었다.

되게 찐득했다.

 




그냥 이렇게 찍어야 할 것 같았음.




 

사람들이 선인장 군락처럼 서있어서 재밌었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른쪽에 걷는 사람들 죄다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거 

너무 병신 같구 재밌었다.



나도 자리 잡고 일몰을 기다렸다.




일몰을 기다리며 옆에 있던 한국남자애들한테 사진 부탁했다.

그러고 걔네도 찍어달라고 했는데 화면밝기도 어둡고 역광이라서 얼굴이 죄 씨꺼멓게 나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양이 잘 나오게 찍어달라고. 

대충 한두 마디 나누다가 돌아서버렸다.

이야기가 넘나 노잼이었다.

재밌는 여행 하세여~ 하고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말, 

‘수고하세요~’

뭔 수고여 수고는, 무슨 게임하냐..

 

그러구 앉아서 기다리는데,



오른쪽 아래 저 커플 보이니? 

딱 봐도 저 남자애 뻘짓 할 것 같지 않니?

저 남자애가 뭔 짓을 했냐면



저 여자애가 했던 짓을 하더라.
사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몇 명 일행이 와서 서로 자리 잡아가며 저러고 있더라.

모래 고대로 뒤집어 썼음. 바람이 심해서.

사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혼자서 할 수가 없었다.

삼각대 세워놓으려 했는데 폰에 모래바람이 너무 부딪혀서. 

바람도 심하고 세워둘 수가 없었다. 



걍 얌전히 선셋 기다리는 중. 하 좋다~ 모랫바람만 아쉬웠다.



옆에서 엄청 장난치던 꼬마들도 경건한 자세로 누워서 맞이 중. 

넋을 놓고 계속 보더라구. 



하늘도 한 번 찍어주고.



돌아서 가는 길.

전부 다 돌아갈 차가 있더라. 전부 투어로 온 거라서 지프차에 올라타고 그랬다.

 

 

근데 나는 차가 없는 거야. 투어도 아니고. 

택시도 안 보여, 그랩도 안 잡혀, 오토바이도 안 보여.

나랑 몇 명은 그냥 걸어갔다.

근데 그 몇 명은 바로 아래 리조트에 들어가버리더라? 

그냥 시내까지 걸어갈까 했는데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다. 

찐득한 모래가 온몸에 들러붙어 있었다.

 

가다가 러시아가족한테 들러 붙어있던 오토바이 기사가 날 붙잡았다.

못 이기는 척 하고 잡혀줬고, 어디 가냐길래 숙소 간다 했더니 또 100k. 

No, 그냥 지나갔다. 팔을 붙잡으면서 얼마 원하냐, 40, 80? 40, 60? 40. 오케 50. 

50에 오케 하고 추가 요금 더 안 주겠다 못 박아놓고 탔다.

 

 

수산시장 조각배들 밤 되니까 또 예쁘더라~

맥주랑 담배가 잘 어울리는 장면.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는 길에 오토바이 기사가 업힐로 가도 되냐길래 오케 했다.

그랬더니만 

‘내가 집이 여기서 참 멀다, 친구들도 다 그쪽에 있고 돌아가려면 30분이 걸려, 그러니까 60에 해줘잉’ 이런다.

‘50에 가자고 약속했잖아’ 하니까 오케 하고 그냥 간다. 

그러고 가다가 수산시장에서 ‘나 집 너무 멀어 진짜~ 여기서 밥 먹고 돌아가면 안 돼잉?’ 하길래 

못 알아들은 척 하고 오케 마이 호텔 고고 했더니 진짜

진짜 시무룩 표정 짓더니 쭉 간다. 

그러다가 또 ‘너무 멀어잉 60에 해줘잉~’ 하길래 

아 됐어 나 걍 걸어간다 돈 없다 있으면 주는데 없어 안 타 

하고 걍 걸어갈라니까 또 끝까지 태워준다.

 

50 주니까 땡큐 마 프렌~ 헤이 마 프렌~ 이런다. 정말 순수한 바보 놈인 건지 팁을 받으려는 건지.

내가 돈 많이 준 거 알겠는데 도대체 뭐 하는 건지.

악수도 하고 숙소 들어가는데 굿바이 마 프렌드 한다.

호구잡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데.. 

 

그런 거 생각할 틈이 없었다.

일단 모래부터 씻어내고 싶었다.




들어갔는데 꼬마도마뱀이 나와 있었음.

도마뱀 있으면 숙소 깨끗한 거라던데, 잡거나 쫓아내지는 않았다.

워낙 코딱지만한 놈이라 내가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이 들었다. 

저놈은 엄청 무서워하겠지.

내 새끼손가락 크기였는데 자기 몸의 수천 배나 되는 존재니까.

만약 내 몸뚱이가 새끼손가락 크기인 존재 앞에 선다면 기분이 참 묘할 것 같다.

 

아무튼 씻고 조금 쉬다가 밥 먹으러 나갔다.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식당.

여기 혼자 온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전부 러시아 사람이었고, 간판도 메뉴도 전부 러시아어. 메뉴판 아래 다행히 영어가 있었다.



해물볶음면과 야채가 들어간 소고기랑 콜라 시켰다. 

근데 해물볶음면이 아니라 불고기볶음면? 같은 게 나왔다.

아니 해물 먹고 싶었는데. 그래서 말하니까 비프 비프 이런다. 

아니 시푸드, 비프 시켰잖아 하니까 바꿔줬다. 대체 바로 들통날 억지를 왜 부리는 거지? 

아니 악의도 없어 보이고 그냥 멍청한 거야 뭐야 화도 안 나, 이게 뭐하는 거지?

아니 근데 완전 식사 두 개네.

아니 밥이 나올 줄은 몰랐지. 밥 나오는 거 알았으면 면 안 시켰지.

아니 배가 너무 부르잖어. 

맛은 그냥 그랬다. 

 

먹고 나와서 신또 한 잔 빨려고 갔다. 

갔는데 아니 꼬맹이가 있잖아? 





우와아아아악 거리고 쫓아가니까 도망가고 

메롱하길래 확!!! 하면서 가고 

좀 놀아줬다. 

사진 찍으려고 폰 갖다대고 브이 하라고 하니까 바로 브이 척 해준다. 

손 한 번 잡고 싶었는데 끝까지 장난치려고 도망. 

머리는 쓰다듬어줬는데 완전 떡져있었다. 푸석푸석. 

아기 머리가 푸석푸석한 건 처음이었다. 

보호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 씻기는 건지, 씻겼는데 금세 이렇게 푸석해진 건지. 

혼자 이리저리 뛰어댕기면서 잘 놀고 

귀여웠다.




그러고 스위트홈에 가서 다시 해먹으로 직행.

늪에 빠져들었따. 

숙소가 참 예뻤따.

길가 개들이랑도 놀기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신또 마시고. 

행복한 무이네, 행복한 판티엣.
 

 

작품 등록일 :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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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어플에 쓴 숙소 후기도 궁금하고만 시니컬하고 까칠해서 어떻게 썼을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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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화마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찐따라는 내용이 꼭 들어가네
나으 로망 바닷가 해먹애서 보노보노자세로 낮잠자기 승차감 편해??
베트남 담배 맛은 어때
요정의 샘이 골짜기였구나 k는 10^3이었군,,
모야 조각배 위에 상점들 있고 바다 전체가 시장인줄 알았는데 수상시장이 아니었네
물결무늬는 바람때문인가 무늬 없는데는 모지
애기랑 잘 놀아준거 의외다 녀행기 읽은 인상으로는 극혐하거나 귀찮아할거같았음
냉동생지   
졸라 위험하다 보기만해도 무서워
생각중이었는데 남자네 ㅎ 부럽다이?
소원을 들...   
글쓴이 남자였네, 좋겠다 혼자 자유롭게. 베트남 여자 혼자는 못 다닐듯. 그랩 오토바이라니 ㅎㄷㄷ....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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