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텐 요즘 편의점을 하고있다
살다가 편의점을 차릴줄은 몰랐지
인생은 정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것
집사람과 나는 이번에는 편의점을 차리게되었다

6시부터 2시까지 우리 편의점은 운영된다
나는 오픈 집사람은 오후
내가 출근할때 집사람은 자고있다 자야한다
그가 퇴근하면 나는 자고있다 자고있어야만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고 깨고 출근을 한다
각자의 시간에 맞춰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자고 혼자 일을 한다
우리는 교대시간 하루10분을 만난다

편의점을 하면서 느낀점

담배가 줜나 많다
세미 20년차 흡연자로써 담배가 이래 많은지 몰랐다
가게가 작아서 못깔아놓거나 안받는 담배도 있는데도 장난아이네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거는 정말 안나간다
매일 폐기가 쌓여가서 먹어치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초창기에는 폐기 한시간 전 쯤에 폐지 줍는 할매나 학생들한테 그냥 주고 그랬다
인제는 발주를 안넣음

편의점 햄버거를 누가 먹나_했지만 간혹 먹는 오빠야들 있다
주말 아침에 꼭 쿰척거리면서 들어와서 제로콜라랑 햄버거 사가는 오빠야 섬유유연제를 매번 한통씩 플랙스하는 것 같다

원쁠원이지만 무겁기때문에 혹은 주머니가 없어서 가방이 작아서 등의 이유로 하나만 가져간다
그럼 내가 먹어야지 뭐
남겨뒀다고 그거를 따로 팔 수는 없다

동남아들은 돈이 참 많다
편의점에서 깨소금까지 사갈 줄은 몰랐지
처음 오픈할때 깔아주는 초도물량인데 동남아들이 잘사가서 최근에 읭? 하면서 발주를 넣었다
보통 아침에 퇴근하는 마사지로 추정되는데 세명 정도 몰려다니면서 매번 4-5만원씩 사간다
깨소금이랑 믹스커피100개들이 생리대 쪽집게 그립톡 씨리얼 쌈장 고무장갑 같은거를 각각 4-5만원어치 사서 하겐다즈를 한통씩 퍼먹으면서 간다

담배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아저씨들은 정말로 그런다
에쎄-
수-
0.5미리-
두개-
이렇게 따로 말한다 
그러면 나는 5번은 움직여야하는거다

퀵선수들은 한번에 두갑씩 그리고 음료하나 이렇게 사간다
비교적 어린-갓 스물- 퀵선수는 만원짜리 에쎄로열팰리스 이런 담배를 산다
에쎄- 로열 /골든리프 시리즈는 비싸기도 하지만 케이스가 곤룡포 같은 디자인에 자개장 모양이다
에쎄는 깔린 종류만해도 23가지이다
에쎄는 모두 가느다란 슬림형이다
화류계쪽 일하는 언니들은 에쎄w를 많이 찾는다
보라색이고 멘솔이고 1미리라 냄새가 적고 담배를 문 입을 많이 벌리 않아도 되며 가느다란 손가락에 가느다란 담배는 뭔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가게앞에서 피고 버린 담배를 쓸다보면 가느다란 꽁초에 묻은 립스틱는 굵은 담배의 그것과는 좀 다른 그런 느낌이 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언니들은 좀쎈걸 찾는다 
아이스블라스트 6미리를 많이 찾는다
아무래도 자주 필수없을테니 한번에 독한걸로 충전하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냄새때문에 멘솔을 찾는 것 같기도하다

어린여자들은 한때는 말보로골드를 많이 피웠었다 
그다음이 팔리아멘트_이런식의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전담을 많이 피는 것 같다

어린애들끼리 동거하는 커플들이 올 때가 있다
커플잠옷바람에 펭수슬리퍼 여자애는 바싹 말아쥔 앞머리와 턱에 걸친 마스크 다홍빛 틴트 뻗친 아이라인 방금 밀가루통에 빠졌다 나온 듯한 얼굴로 들어와 좁은 통로를 팔짱을 끼고 용캐도 빠져나온다
주전부리를 계산대에 얹고 에쎄체인지업 한갑을 달라는 남자애의 가슴팍을 여자애가 팡 치며
-담배좀끄노자깅

들어올때부터 서로 등신아 썅년아 하면서 심상치않은 동거커플도 있다
간밤에 어느쪽로 머리를 베고 잤는지 친절한 힌트가 남겨진 머리의 남자와 아무렇게 틀어올린 똥머리에 동그리안경 압축3번은 한 여자
상대가 집는 물건마다 타박을 놓으며 곧 싸움이 날까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면 바나나우유나 비요뜨 이런것에 둘이 손이 동시에 닿았다는 이유로 깔깔웃으며 좀전까지의 살벌한 분위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쉽게 전환된다
말보로 두갑을 달라고 한뒤 한갑씩 각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먼저번의 걔들이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되는 수순인가 싶다

초등학교 4-5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유치원다니는 여동생을 데리고 와서 아마도 주말동안 먹을 컵라면 여섯개와 과자 조금 여동생이 칭얼거리면 능숙하게 달래며 이거먹을까? 저거 먹을까? 아이 착하다 하며 솜사탕이나 젤리 같은것을 집고 쥬시쿨2개를 계산대에 올리며 약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하면 얼마예요?” 물어본다
다행이 쥐고 온 돈이 모자르지 않았고 엄마전화번호로 현금영수증을 끊어거는 것도 잊지않는다

길쭉한 남자 고등학생들은 찰랑거리는 바가지머리를 나풀거리며 들어와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물건을 고르고 예의바르게 물건을 올리고 계산을 하고 예의바르게 돌아간다
마침 앞전에 원쁠원인데 안가져간 음료나 굳이 두개를 사서 드세요 내밀고 간 아이스크림 같은것을 걔들한테 주면 또 꾸벅 인사하며 잘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가 서라운드로 들린다

노인들은 물건을 들었다 놨다 쉽게 사지는 못한다
할머니하나는 콜라를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1400원입니다
900원아니냐하며 할머니는 기겁을 하며 돌아갔다
편의점은 비싸긴하다
막걸리를 900원에 팔기로 했다
50원도 안남는다
노인들이 알음알음 찾아와서 막거리를 사갔다
편의점앞에서 막걸리 판이 벌어졌지만 안주는 한없이 초라하다
안성탕면을 얼기설기 부순것과 도시락 김
머릿고기를 갖다드리자 흐릿한 눈들이 일제히 인사를 한다
후로 노인들은 가끔 가게앞을 지나갈때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줍고 지나가신다

아줌마들이 안온다
그점이 가장 좋다
아줌마들을 만나지 않는 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점이다

아주 천천히 모든 물건을 다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드에 누구 처럼 40분을 둘러보는 사람도 있다
좁아터진 편의점에서 진열대를 탑돌이 하듯이 돌고 또 돌고
결국 무엇을 사든 안사든 상관은 없다
우리가게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찬찬히 봐주는게 고맙기도하다
언젠가 갑자기 이력서나 경조사봉투 아니면 포커 혹은 3색볼펜이 필요해졌을때 우리가게에서 봤던 기억이 나 사러올수도 있으니까

정신이 아픈 사람들도 참 많다
그들은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조리있게 말할수기 없다
그리고 참을성있게 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러니 만만한 편순이앞에서 고장난 문장을 풀어놓는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은 많은 확률도 몸도 온전치 않다
구부러진 손목과 절름거리는 다리와 각자 다른 곳을 보는 눈알 무거운 혀와 너무 마르거나 너무 비대한 몸집
미안하지만 나는 무섭다 카운터로 들어오면 어떡하나 포스키 끄트머리 112버튼이 잘있는지 힐끔거린다
나 혼자 이 공간에 있는것이 견딜수 없이 무섭다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공포가 된다 숨이 막혀온다
속으로 주의 기도나 성모송을 외울수밖에 없다
목에 걸려있는 기적의 패가 닳아 없지도록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갑자기 제한시간이 다한 선수처럼 돌아간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대낮에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눈이 부시고 양손에 쥔 폐기된 음식이 너무도 무겁고 이다음에는 뭘하자 뭘먹자 누구를 만나자 식의 의욕같은것은 나지않는다


일요일 오전 이드가 조용할 때
담배진열대에 기대어 뜨끈한 열기에 등을 지지다가
불현듯 생각나 글을 싸지르면서 지내고있다
작품 등록일 : 2020-07-06

▶ 편의점 일지

▶ 나는 기백이로소이다

관찰자
화요   
잘 읽고 갑니다
밍밍   
너무재밌닼ㅋ
돌펭귄   
낙관주의자   
♥️
뭉끼   
짤랑짤랑   
인간시장보는듯
mingyupapa   
아줌마 업는 세상 대공감 시털
89***   
ㅠㅜ
ilove...   
관찰력 겁나 늘겄슈
Nothe...   
헹 사장.
☆대☆박☆기☆원☆.
ab*****   
삶을 관찰하는 즐거움!
이지라이프   
재밌어요~
아마존 여...   
아 편의점서 나도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
미드나잇 ...   
아..왜 이게 슬프냐..
se******   
현대소설가툼 글써서어디다가 기고해요
wl****   
잼뚬
wl****   
요즘 정말로 이런 글이 고팠어.
  
대박나라 대박대박
근데 편의점에 머릿고기는 어떻게 있었던겨?
mo*****   
노인들 하찮은 안주거리 보고 머리고기 가져다 주는 언니도 담배꽁초 지나가며 줍고 가는 할매할배들이나 갑자기 막걸리 마시던 울 할매 생각나서 눈물나노

그리고 언니 책은 꼭 내주면 좋겠다 일등으로 사볼게요
xoxomoon00   
책 내면 살게요 잘 읽었어요!!
블랙쉽   
이런 점주들이있어서 난 편의점가는게 행복해
la******   
언니 글은 마치 예전에 좋은생각같은거 혼자 카페서 읽다가 혼자 뭉클한 그런 느낌야 편의점 대박나라
ai*****   
언니 사랑해 편의점 대박나라!!!
de****   
언니 글 .. 예전부터 지금까지, 읽으면 자꾸 눈물 날것 같아 왜그런진 모르겠어. 근데 그러면서 마음 한 켠이 막 따뜻해진다. 고마워 언니!
la******   
실은
언니 글 다 읽었고 뭐라고 코멘트도 하고 싶었거든
몇년을 시간이 멈춘 상태로 지내고 났더니 단답 이상의 댓글 하나 다는 것도 망설여지고 어렵더라고 (그나마 이드 와서 나아진 거)

어쨌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언니가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거 식사 도 영양가 있는 걸로 규칙적으로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술 담배 넘 마니 하지 말고
편의점 일도 글쓰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것도 건강이 받쳐줘야 가능하자네

헹텐부터 지금 읽은 글까지,
다 고마워
bu*****   
크흡
신지로   
잼쏘ㅡ
잠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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